펀마케팅: 웃겨야 산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유명 셰프는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인터넷 상에서 누리꾼들은 튀김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앞선 발언을 자주 인용하곤 했는데요, 국내 편의점 브랜드 GS25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실제로 신발모양의 닭가슴살 튀김을 출시했고, 치킨 전체 상품 매출 1등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이와 같이 기업은 소비자 사이에서 나오는 이야기, 콘텐츠 등을 유머 코드에 맞춰 다양하고 재미있게 마케팅으로 풀어내는 ‘펀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기업이 소비자를 ‘피식’하게 만든 펀 마케팅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gs25_official – 인스타그램
모멸과 핍박의 시간을 뒤집은 ‘민초단’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나뉘는 것을 뜻하는 소위 ‘호불호’가 갈리는 제품이 있습니다. 파인애플 피자나 청국장, 그리고 이번 사례의 주인공인 ‘민트초코’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깔끔하고 시원한 맛에 민트초코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민초단(민트초코단), 치약 맛이라며 민트초코를 선호하지 않는 사람들은 반민초단(반민트초코단)으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베스킨라빈스’는 이러한 트렌드를 적극 활용합니다. 베스킨라빈스는 2021년 4월, 스테디셀러인 ‘민트 초콜릿칩’과 ‘엄마는 외계인’의 인기 포인트를 조합하여 ‘민트 초코 봉봉’을 선보였습니다. 민트 초코 봉봉은 오로지 민초단을 공략하기 위한 맛으로 아이스크림 케이크 버전도 출시하였고, 반민초단의 의견을 반영한 실제 치약과 칫솔로 구성된 ‘민초 치약칫솔 세트’를 판매하여 민초단의 호응은 물론 반민초단의 관심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 베스킨라빈스 – 유튜브
패션 피플이 쇼핑하러 모이는 마을, ‘시마을’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패션 쇼핑 플랫폼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름이 다소 길다 보니 소비자가 붙인 애칭이 있는데요, 에스아이를 붙여 ‘시’ 그리고 빌리지를 번역한 ‘마을’을 합쳐 ‘시마을’이라는 한글식 애칭이 탄생했습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역시 이러한 소비자들의 애칭을 잘 파악하고 있었는지, 2021년 에스아이빌리지 출시 5주년을 맞아 ‘시마을 캠페인’을 진행하게 됩니다.
시마을 캠페인에서는 단순히 에스아이빌리지를 시마을이라고 표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소비자를 ‘대한민국 신세계군 럭셔리 시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로 지칭하며, 고풍스러운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소비자들이 시마을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넘어 삶을 영위하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애칭으로만 머물던 ‘시마을’을 구체적인 영상으로 만들어 세계관으로 만들고, 소속감과 유대감을 심어준 것입니다.
ⓒ S.I.Village – 유튜브
제발 기억해주세요! 내 이름은 ‘카더가든’입니다.
네 글자면 전부 본인의 별명이 되는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가수 ‘카더가든’의 이야기인데요, 칼든강도, 킨더조이, 갓더비트, 카트만두 등 유사한 초성으로 된 네 글자의 단어면 전부 그의 별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SNS를 중심으로 이러한 별명이 만들어지고 있었는데요, 2022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에서 카더가든이 애국가를 부르는데, 소개 자막으로 ‘메이트리’라는 이름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별명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을까요? 가수 카더가든은 이러한 반응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그렇게 2023년 5월, ‘내 이름은 카더가든’이라는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별명과 관련된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해당 콘텐츠는 네 글자라면 모두 카더가든의 별명이 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각종 체험, 트렌드, 식품, 게임, 서비스 등 네 글자에 해당하는 것은 모두 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팬들의 장난으로 시작한 카더가든의 별명 짓기. 하나의 밈(MEME)으로만 남을 수 있었던 사례지만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콘텐츠로 제작 후 새로운 카테고리의 팬들도 생기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지금까지 프로슈머가 생산한 것을 기업이 ‘펀’하게 풀어간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존의 경우 단순히 제품의 컨셉에만 반영되던 것들이 서비스의 브랜드에 영향을 주거나 콘텐츠에도 적용되는 등 다양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또 기업과 소비자가 어떤 환상의 콜라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 내 이름은 카더가든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