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일 뿐, 생성 AI를 둘러싼 끊임없는 저작권 논쟁
Chat GPT 등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활용이 본격화 되면서 AI가 창작한 작품에 대한 저작권 논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 중 AI가 저작권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각각 저마다의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세계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AI를 둘러싼 저작권 분쟁 사례를 통해 어떠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티 이미지가 보유한 이미지(왼쪽), Stable Diffusion AI를 통해 생성한 이미지(오른쪽) ⓒ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 법원, 게티이미지 2023.2.3. 자 소장 18p
게티 이미지(Getty Images)와 스테빌리티 AI(Stability AI) 소송 전쟁
Stability AI에서 제공한 Stable Diffusion을 중심으로 디지털 미술 업계에 불고 있는 그림 생성 인공지능은 AI 기술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AI 모델의 민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정적인 이미지에서 동적인 이미지까지도 생성해 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AI가 대중화되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유럽 연합의 법 집행 기관인 Europol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26년까지 온라인 콘텐츠의 90%가 합성적(인공지능을 사용하여 생성 또는 조작된 미디어)으로 생성될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전하였습니다. 그만큼 AI가 가져오는 파급력이 기성 작가들과 디지털 시각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티이미지를 위협하고 있고, 실제로 그들의 이미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이 나타나면서 소송을 통한 전면전에 나서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AI로 만든 그림책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
작년 10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Kris Kashtanova가 내어놓은 ‘여명의 자리야’는 AI 툴인 미드저니를 사용해 삽화를 그린 짧은 만화책인데요. 그녀는 만화책에 들어가는 모든 그림을 인공지능을 사용하여 만들었고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제출할 당시 삽화를 AI로 그렸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저작권 보호를 받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은 이미지 자체는 인공지능이 만들었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았고 이미지 배열과 책의 텍스트, 스토리는 창작물로 인정되어 저작권 보호가 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미국 저작권청, 2023.02.21. 자 서신에 의하면 미국 저작권청의 저작권 인정의 범위는 저작자가 독립적으로 창작한 것, 그리고 저작자를 특정하는 창의성이 작품에서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사진작가의 사진을 예시로 들며 “참신성, 발명성 또는 독창성이 전혀 없는, 단지 기계적인 과정이라면··· 그러한 경우 저작권은 보호되지 않는다”라고 말하였는데요. Kris Kashtanova의 서신에는 “저작물의 텍스트는 생성 AI 프로그램을 포함한 다른 소스나 도구의 도움 없이 전적으로 Kris Kashtanova가 작성했다”, “선택, 다듬기, 자르기, 배치, 프레임, 배열하여 페이지에 담긴 이야기를 만들었다”라고 명시된 점을 근거로 텍스트와 스토리, 이미지 배열은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개별 이미지의 경우 “미드저니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생성···” 이는 미드저니의 이미지 생성 방식에 따른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요. 스테이블 AI 기반 모델(미드저니)의 경우 노이즈가 낀 이미지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AI를 학습시켜, 프롬프트에 맞는 이미지 복원 방식을 조합해 나온 결과물이기에 특정 프롬프트를 작성해 이미지를 만들었다 하여도 모두 같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창작자의 의도와 구체적인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aiden marples – Unsplash
래퍼 드레이크가 부른 적 없는, 유명한 드레이크의 노래?
지난 4월 4일 유명 래퍼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가 피처링한 것처럼 보이는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틱톡에서만 1500만 조회 수를 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하지만 이 음원은 실제 가수들이 부른 것이 아닌 AI가 부른 가짜 음원임이 밝혀지자 미국 대중음악계는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 노래를 들은 대중들은 실제로 드레이크와 위켄드가 부른 것처럼 들렸고, 한 댓글에서는 “드레이크보다 더 드레이크 같다”라며 놀라움을 표할 만큼 AI가 만들어낸 최초의 히트작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에 두 가수의 소속사인 UMG(Universal Music Group)에서는 업로드된 각 플랫폼에 음원 및 영상 삭제를 요청했고 해당 원본 콘텐츠들은 6일 만에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사라졌습니다. 해당 음원을 만든 Ghostwriter는 정확히 어떤 AI와 어떠한 작업 방식을 통해 만들었는지 내용을 공유하지는 않았지만, 작사와 작곡을 본인이 하고 드레이크와 위켄드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AI를 통해 최종 음원을 만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사건 사고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대면한 인간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요. 가짜 음원을 만든 Ghostwriter는 “이번 일은 시작일 뿐”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결국 앞으로 본인이 아니더라도 AI를 통해 다른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는 뜻으로 보입니다.
보리스 엘다크젠의 ‘전기공’ 중 일부 ⓒ Boris Eldagsen – 2023 Sony World Photography Award
국제 대회에서 생긴 일
또 재미있는 사례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에서 생긴 일입니다.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은 ‘Pseudomnesia: The Electrician’ 라는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그의 작품이 크리에이티브 부분 1위를 수상하자 “내가 출품한 사진은 AI가 만든 것이다” 하였고 참가한 이유에 대해서 “AI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 AI가 불러올 사진의 미래에 관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해당 이미지를 출품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그는 “AI 이미지는 사진 대회에서 경쟁해서는 안 된다. AI 이미지는 사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상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상을 거부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결국 주최 측은 그의 뜻을 받아들여 수상을 철회하였고,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는 데요. 동료 사진작가들은 이러한 사회적 이슈와 담론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보리스 엘다크젠에게 고맙다고 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월 10일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에서 열린 네덜란드의 거장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전시를 위해 그의 대표작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국립미술관에 대여했는데, 대여하는 동안 그 자리를 대체할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의 모작을 공모하였는데 선정된 작품 중 1점이 AI로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주최 측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고, 사람들 사이 찬반이 갈린다··· 작품을 선정한 이들은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했고, 결국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였는데요. 생성 AI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논쟁을 낳고 있는데요. 그만큼 앞으로를 위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로 보입니다.
AI 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의 목적으로 웹상에 공개된 자료를 학습하는 것이 일부 용인되던 이전과 달리, Chat GPT, Stable Diffusion, Midjourney 등 대중이 활용 가능한 생성형 AI 소프트웨어가 늘어났고 국제 대회 수상, 다량의 고품질 그림 생성 등 이에 대한 상업적 활용 가능성까지 보이자, 현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작가, 디지털 콘텐츠 제공 기업 등 이들의 잠재적 시장 가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Open AI의 DALL-E는 갈등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2021년부터 셔터 스톡과 파트너십을 맺어 학습 데이터를 제공한 저작권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등 이해관계자들과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 위와 같은 AI를 둘러싼 다양한 저작권 분쟁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그리고 각 국가의 저작권법이 어떻게 재정되는지에 따라 AI의 활용 범위도 달라질 수 있는 만큼 AI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가 될 것 같습니다.
◆ 참고자료
1. Europol Innovation Lab – Facing Reality Law Enforcement And The Challenge Of Deepfakes (바로가기)
2. 2023.02.21 Zarya of the Dawn Letter – U.S. Copyright Office (바로가기)
3. The viral new ‘Drake’ and ‘Weeknd’ song is not what it seems – CNN (바로가기)
4.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 법원, 게티이미지 2023.2.3. 자 소장 (바로가기)
5. 2023 Sony World Photography Award : 수상자, AI 생성 공개 후 수상 거부 – BBC (바로가기)
본 내용은 보도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되었으며,
분쟁 발생 시 법률적 해석이나 논리로 활용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