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본질을 찾다
가끔 현실에 떠밀려 본질에서 벗어나거나, 본질을 잃어버리기도 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이에 대해 MIT 슬론 경영 대학원 오토 샤머 교수는 저서 ‘본질에서 답을 찾아라’에서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신호라며, 본질로 들어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한 경쟁 사회에서 현실에 떠밀린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본질에서 벗어나 쇠락의 길을 걷는 사례는 이제 익숙할 정도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본질에 집중하여 성장하거나 위기를 극복했던 사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을 위해 캠핑장을 만든 ‘스노우피크’
ⓒ 스노우피크 공식 홈페이지
일본 도쿄 북서쪽에 위치한 니가타현, 이곳에는 한 회사의 본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본사 부지는 무려 5만 평으로, 축구장 23개의 크기입니다. 이 거대한 부지는 누구나 캠핑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는데요, 1958년 낚시/등산용품 회사로 출발하여 캠핑 용품으로 인기를 얻고, 현재는 의류나 F&B, 가구 등 라이프 스타일 영역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 스노우피크의 이야기입니다.
스노우피크는 캠핑의 본질에 집중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제품을 개발합니다. 바로 본사 앞 캠핑장을 포함한 다양한 캠핑장에서 직접 캠핑 용품을 사용해 보고, 문제점을 발견하며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는 점인데요, 이렇게 완성된 제품은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제품을 출시한 이후 곧이어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타 브랜드들과는 달리 10년 전 출시한 제품까지도 A/S가 가능한 ‘영구 보증 제도’를 원칙으로 하는 것에서 완성도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개발 이외에 고객의 반응도 놓치지 않습니다. 1998년 시작된 ‘스노우피크 웨이(국내에선 설봉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스노우피크 웨이는 당시 소위 ‘캠핑 덕후’들이었던 사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위해 개최되었다고 하는데요, 직원 커뮤니티로 시작한 이 행사는 현재 스노우피크 고객을 캠핑장에 초청하여 개발하고 있는 캠핑 용품을 테스트하게 하고,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반영함과 동시에 자연스레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 ‘반스앤노블’
ⓒ Pauline Loroy – Unsplash
2018년, 100년 넘게 운영되어 오던 기업이 7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며 최악의 경영난을 맞이하게 됩니다. 결국 이 기업은 2019년에 헤지펀드에 회사를 매각하게 되는데요, 새로 부임한 CEO ‘제임스 던트’의 손길에 의해 단 4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합니다. 한때 ‘서점계의 공룡’이라고 불리었던 미국 반스앤노블의 이야기인데요, 대체 어떻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반스앤노블은 초심으로 돌아가 본질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반스앤노블은 서점으로 출발했으나 1990년대 중반 아마존의 등장으로 서점을 찾는 사람이 줄었고,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잡화를 팔기 시작하여 편의점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제임스 던트는 이처럼 본업을 해치는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합니다. 잡화 진열대를 전부 없애고, 책과 함께 글 쓰는 것과 관련된 노트나 펜, 엽서 정도의 제품만 남긴 것입니다.
이후 커뮤니티에 집중하여 비치된 책을 큐레이션 하는 과정을 각 점포에 맡겼습니다. 직원 채용 시 때 책에 죽고 책에 사는 소위 ‘책벌레’를 위주로 채용하여 직원이 직접 읽은 책을 추천하고 책을 추천하는 이유를 글로 남겨 구매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직원이 서점에 기획전을 만드는 것도 자율에 맡겼습니다. 그 결과 BTS의 멤버인 RM(김남준)이 읽은 책을 모아 7일간 판매하는 기획전인 ‘남준의 도서관’이 탄생하여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먹는 목적을 새롭게 제안한 ‘초바니’
ⓒ Jainath Ponnala – Unsplash
오레오, 필라델피아 크림치즈로 유명한 미국 최대 식품 회사 중 하나인 크래프트 푸즈는 2005년 요거트 공장의 문을 닫았습니다. 이때 터키 출신의 이민자였던 함디 울루카야는 닫은 공장을 인수 후 창업한 뒤, 매출 20억 달러(약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미국 요플레 업계에서 요플레를 제치고 2위를 달리고 있는 기업, 초바니의 이야기입니다.
창업 당시 미국식 요거트는 설탕 함유량이 높은, 소위 ‘달달한 요거트’ 였습니다. 달지 않은 요거트는 고급 유기농 매장에서만 판매되고 있었고, 일반 요거트에 비해 3~5배나 비싸서 그릭 요거트를 출시해도 팔릴지 의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건강해지기 위해 요거트를 소비한다는 본질 아래, 콜레스테롤과 설탕 함유량은 낮추고, 단백질은 더 풍부한 ‘건강한 요거트’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비만으로 고민하는 미국 소비자와 채식주의자들에게 건강과 다이어트 컨셉으로 큰 호응을 얻었고, 지금과 같이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초바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건강한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틱톡이나 핀터레스트와 같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데요, 단순히 초바니를 먹는 것을 넘어 과일을 넣거나, 채소류를 찍어 먹기도 하는 등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식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본질에 집중하여 성장하거나 위기를 극복한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을 통해 브랜드를 떠나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본질에서 벗어난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