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건 지식보다 태도…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는 세계 교육의 변화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의 교육 트렌드를 소개해드릴까 해요. 요즘 미국 전역에서는 ‘창의·융합’ 교육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행했던 창의 교육과 뭐가 다르냐고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부터 강조되어 왔던 창의성 강화를 위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교육을 넘어 여기에 예술, 창업가정신, 불편이나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이나 발명풍을 찾아내는 메이커 및 프로젝트 기반학습, 인턴십 등 플러스 알파를 더한 융합형 교육방식들이 등장하고 있는 겁니다.
▲ 사진출처 : 국립과학관
STEM으론 부족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인공지능(AI) 시대 교육의 도전 과제는 AI·컴퓨팅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AI가 흉내낼 수 없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 분석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팀워크, 리더십, 위기 및 분쟁관리 능력 등을 AI 로봇과 경쟁해야 하는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꼽았습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대한 지식은 미래사회에 ‘기본 소양’이어야 하고, 이 기본이 작동하지 않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도 필요하다는 거지요.
▲ 사진출처 : Montour High School
STEM+예술(Art)
이에 따라 과학·기술·공학·수학(STEM)에 예술(art)을 추가해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창작자 등의 시각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우게 하는 스팀(STEAM) 교육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카네기멜론대학교가 개발한 ‘레고 교육’이 스팀 교육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 피츠버그주에 있는 몬투어초등학교는 카네기멜론대가 개발한 레고 접목 교육 시설, ‘브릭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합니다. 레고 블록을 이용해 학생들이 건축가, 엔지니어, 디자이너, 창작자 등의 시각에서 다양한 문제 해결 및 비판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교육 방식입니다. 레고 조각으로 무언가를 만들다가 필요한 조각이 없다면요? 학교에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에서 3차원(3D) 프린터를 통해 원하는 모형을 바로 찍어내면 됩니다.
메이커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
몬투어 초등학교에는 이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의 교육용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하는 ‘마인크래프트 교육 랩’,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교육에 활용하는 ‘업사이클링룸’ 등 다양한 교육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디트로이트나 피츠버그처럼 과거 제조업 중심지였으나 제조업 쇠퇴와 함께 몰락한 도시들(Rusty Belt)에서는 메이커 교육으로 미래의 제조업 인재를 양성하려는 까닭에 메이커 교육이 활발하다고 해요.
실리콘밸리에서도 메이커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은 활발합니다. 샌프란시스고 인근을 의미하는 실리콘밸리에는 구글‧페이스북‧인텔 등 여러 IT 업체의 본사가 있는데요. 이 지역 학교들은 IT기업들과 협력한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는 게 특징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브라이트웍스, 뉴스쿨 등 대안학교에서는 ‘메이커 교육’과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2011년 설립된 대안학교 브라이트웍스는 ‘팅커링(thinkering)스쿨’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고(think), 만들면서(make) 프로젝트에 기반한 학습을 하는 학교라는 뜻입니다.
브라이트웍스에는 학년도, 시험도, 반도, 선생님도 없습니다. 대신 ‘밴드’라는 게 있어서 최대 세 살까지 차이가 나는 8명 안팎의 학생이 가족처럼 지내는 공동체가 있습니다. 학생 사이에 나이 차이가 있어 서로 의지도 하고 싸움도 하면서 사회관계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나이가 더 많은 학생들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책임감을 기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규모 조직이라고 해요. 각 밴드에는 교사 대신 담당 ‘컬래버레이터(협력자)’가 있고요. 밴드와 컬래버레이터는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에 기반한 융합 교육을 합니다.
예를 들어 ‘움직임’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면 물체의 운동과 관련된 물리 이론 뿐 아니라 교통신호 체계부터 자동차, 비행기 원리까지 공부하는 식인 거지요. 초등학생 수준으로 구성된 한 밴드는 1783년 열기구를 제작한 프랑스 사람이 인간을 최초로 하늘에 올려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후 한달에 걸쳐 직접 기상 관측용 열기구를 제작했습니다. 열기구의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풍향과 지도보는 법까지 배웠다고 하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그래서 더 많은 것을 배우는 학습이지요. 이 학교의 교장 개버 털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은 앞으로 20년 뒤에도 열기구의 원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교과서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 실제 경험을 통해 원리를 배워야 하는 이유”라고 말합니다.
▲ 사진출처 : Brightworks School
직접 회사 사장을 불러서 창업 교육을 하는 학교?
이렇게 교육의 방법론까지 뜯어고치려는 혁신은 큰 실패를 경험한 뒤에야 나오기 마련인데, 미국은 여전히 새로운 창의와 혁신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창의‧융합 교육을 시도 중인 걸까요?
아직 존재하지도 않고 예측할수도 없는 미래의 일자리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세계경제포럼이 2018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인간이 하는 일 중 2025년 시점에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는 건 71% 정도에 그친다고 합니다. 나머지 29%는 로봇이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고요.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로봇이 빼앗는 일자리 만큼이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날 것으로 예측되니까요.
다만 이 일자리들은 미래의 일자리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예측불가능합니다. 이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교는 비즈니스 리더들을 교사로 모시기 시작했습니다. 오하이오 신시내티 주 IT회사 대표 크리스 번스는 매주 직원들을 데리고 지역 고등학교에 가서 IT기술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들에게 창업 및 커리어 교육을 실시합니다. “세상이 하도 빨리 변해서 저도 언제까지 이 직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는데 미래에 직업을 정해야 하는 아이들은 어떻겠어요. 그래서 IT교육과 함께 창업 교육이 함께 필요한 거죠. 어쨌든 미래의 일자리는 컴퓨터 기술이 사용될 테고, 창업가 교육은 미래의 유연성에 대비할 수 있는 소양을 기르는 훈련인 거죠.” 그중 몇몇 학생은 코딩 능력이 뛰어나서 자기 회사로 초대해 인턴으로 일하게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인턴십은 학생들이 꿈꿨던 직업을 경험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사진출처 : Hechinger Report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은 어떤 자세여야 할까?
STEAM 교육. 프로젝트 기반 학습과 메이커 교육, 학교 커리큘럼과 연계 진행되는 창업가 교육과 인턴십까지. ‘창의’를 강조하던 미국의 교육은 교육 자체도 창의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지식과 문화를 전수하고 발전시켜 왔습니다. 넘치는 정보와 빨라지는 사회 변화로 다음세대에게 전수할 지식과 쓸모가 없어질지 모르는 지식을 현재에서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때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서의 교육이란 어떤 것이어야 할까요? 21세기의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식’보다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태도’를 전수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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