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드레스 입은 남자일 뿐”…시선보다 개성을 중시하는 젠더리스 열풍!
▲ 사진출처 : Oscar Awards
얼마 전 미국 최대 영화제 중 하나인 오스카 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시상식에 레드카펫 보는 재미가 빠질 수 없죠! 시상식에 참석한 각 배우들은 저마다 화려한 패션 스타일을 드러내며 각자의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는데요. 그 중에도 가장 화제가 된 패셔니스트는 검은 드레스를 입은 남성 개그맨 겸 배우, 빌리 포터였습니다.
포터는 상반신은 남성용 턱시도에 나비넥타이를 맨 정장 스타일, 하반신은 바닥으로 펼쳐진 풀 스커트를 입고 와서 화제가 되었는데요.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포터는 ” 남성성과 여성성의 중간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의도였고, 자신은 여장 남자인 드랙 퀸이 아니라 드레스를 입은 분명한 남자”라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 날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서 특히 큰 화제였지만, 그는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에도 스커트를 입고 오는 등 치마를 즐겨 입는답니다.
▲ 사진출처 : LOUIS VUITTON
패션계에 불고 있는 젠더리스 열풍
패션만큼 ‘이미지’로 소구하는 산업분야도 없는데요. 사람들이 선망하는 명품 회사들부터 앞다투어 젠더리스 코드를 자신들의 신상품 및 화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작년, 루이비통 등 여러 명품브랜드를 지닌 LVMH가 재능 있는 영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컴페티션에서는 최종후보작의 절반 이상이 성별의 구분이 없는 옷을 만들었습니다. 각 명품브랜드의 패션쇼에서도 빌리 포터처럼 치마나 크롭탑을 입은 남자나 헐렁한 수트를 입은 여자모델들이 런웨이를 걷고 있고요.
패션업계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광고분야인 사진지는 젠더리스를 이용하기에도, 알리기에도 좋은 수단입니다. 테니스 유니폼이 여자는 짧은 치마이고 남자는 바지로 규격화된 것이 성차별적이라는 논란이 인 가운데 라코스테는 젠더리스 콘셉트로 2019 S/S 광고를 선보였습니다. 남성복, 여성복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옷’으로 봐달라는 뜻이지요.
뉴욕 패션 위크에 등장한 유니섹스/논-바이너리 카테고리
2018년,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인 뉴욕 패션 위크는 유니섹스/논-바이너리 카테고리를 추가했습니다. 이들이 굳이 카테고리리까지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자가 남자옷 입고, 남자가 여자옷을 입으면 유니섹스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패션위크가 “유니섹스/논-바이너리”라고 새롭게 카테고리를 구분한 것은 “패션은 인간을 성으로 구분하는 제도에 저항하고, 개개인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라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기에 성적소수자(LGBT)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옷으로 스스로 사회가 규정한 남성과 여성의 모습에 갇히지 말고, 타인의 성도 구분하지 말자는 움직임은 젠더 플루이드/젠더리스/젠더 프리 운동으로도 불리우며 세계적으로 트렌드가 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 : 마루이백화점
WOMAN/MAN 섹션이 따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 편집샵, 마루이 백화점의 “젠더프리 하우스”
일본에서는 이런 흐름이 패션쇼나 화보를 넘어 아예 매장 구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성용, 여성용과 같은 성별 구분을 없앤 옷과 신발을 판매하는 매장이 등장한 겁니다. 사회적 시선을 중시하는 일본 사회에서 몸은 남성이지만 마음은 여성인 성소수자들이 마음에 드는 옷을 구입하기 위해 여성 코너를 들르기란 좀처럼 쉽지 않은데요. ‘젠더프리하우스’는 이러한 성소수자들도 안심하고 쇼핑을 즐길 수 있게 MAN/WOMAN 섹션을 없앴을 뿐 아니라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 패션을 추구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겁니다.
매장 한 켠에는 화장품 판매 코너 및 메이크업 시연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화장품 회사들은 메이크업아티스트들이 제품을 산 고객들에게 화장을 해주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오픈된 공간에서 화장 시연을 받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나도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보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하며 구매를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마루이 젠더프리하우스는 이 메이크업 시연대를 파티션으로 구분해 고객과 메이크업아티스트만의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전문가에게 화장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젠더 프리 하우스’ 관계자는 이런 매장을 열게 된 이유에 대해 “매장 및 상품을 남성, 여성이라는 성별로 구분 짓는 것은 우리가 고객을 선택하는 셈이 된다. 우리는 시대 변화에 대응한 매장으로 고객에게 늘 선택받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 사진출처 : Clark Street Mercantile on Unsplash
아름다움은 성별이 아닌 스타일에 관한 것
2019년 빌리 포터가 입은 드레스는 화제가 되었지만, 입은 옷으로 남성과 여성을 이분하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는 머지 않은 미래가 될 것 같습니다. 패션분야에서는 아주 빠르게, 그리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성의 구분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