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도시의 범죄를 예방하다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디자인은 우리 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도 디자인이 필요하고, 우리가 생활에 필요한 제품과 도구를 보다 완벽하게 그리고 시각적으로 보기 좋게 만들기 위해서도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은 때로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드는 것 이상의 특별한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특별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면 도시의 범죄를 예방하는 일 같은 것 입니다. 그러한 디자인을 환경 디자인(Environmental Design)이라고 말하는데요. 오늘 앰배서더 통신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범죄의 발생율을 낮추기도 하는 디자인의 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 사진출처 : freepik
환경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
1969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 교수가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치안이 비교적 허술한 골목을 고르고, 거기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해 둔 것입니다. 다만 그 중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놓았는데 창문이 깨졌다는 아주 작은 차이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주일 후, 두 자동차에는 확연한 차이가 드러났습니다. 보닛만 열어둔 자동차는 1주일간 특별히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보닛을 열어 놓고 차의 유리창을 깬 상태로 놓아둔 자동차는 그 상태로 방치된 지 겨우 10분 만에 배터리가 없어지고 연이어 타이어도 전부 없어지고 게속해서 낙서나 투기, 파괴가 일어나 1주일 후에는 완전히 고철 상태가 될 정도로 파손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 사용된 ‘깨진 창문’이라는 단어로 인해 ‘Broken Window’라는 새로운 법칙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이 ‘깨진 창문의 법칙’은 1980년대, 범죄가 만연했던 뉴욕의 치안 대책에 사용됩니다. 당시 여행객들 사이에서 뉴욕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뉴욕시의 치안은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럿거스 대학의 범죄심리학 박사였던 조지 L. 켈링 교수는 이 ‘깨진 창문의 법칙’에 근거해 뉴욕시의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낙서’를 철저하게 지우는 것을 제안합니다. 낙서가 방치되어 있는 상태는 창문이 깨져 있는 자동차와 같은 상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교통국의 데이비드 건 국장은 켈링 교수의 제안을 받아들여 치안 회복을 목표로 지하철 치안 붕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낙서를 철저하게 청소하는 방침을 내세웁니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낙서를 줄인다는 제안에 대해 교통국 직원들은 우선 범죄 단속부터 해야한다고 반발했지만, 데이비드 건 국장은 낙서 지우기를 철저하게 하는 방침을 단행했고 이 프로젝트를 개시한 지 5년이나 지난 후에야 뉴욕 시 지하철의 모든 낙서 지우기가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작업이 종료되고 나자, 그 때까지 계속해서 증가하던 지하철 흉악 범죄 발생률이 점차 완만해지면서 94년에는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뉴욕의 지하철 중범죄 사건은 75%나 줄어들게 됩니다.
사실 ‘깨진 창문의 법칙’이 적용되는 모습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요, 주변이 깨끗하게 정돈되고 쓰레기가 버려져도 바로바로 청소하는 공간이라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게 되지만, 쓰레기통이 있더라도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방치 했다면 사람들이 이곳은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 곳인가라고 생각하여 너도나도 쓰레기를 버려 금세 그곳이 오염되어 버리는 모습을 여러분도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 사진출처 : freepik
범죄를 예방하는 디자인, 셉테드(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깨진 창문의 법칙과, 뉴욕 지하철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은 사람들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기반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 범죄 예방 환경 설계, 셉테드(CPTED –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입니다.
셉테드-범죄 예방 환경 설계는 건축환경 설계를 이용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연구 분야로서 아파트, 학교, 공원 등 도시생활 공간의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안전시설 및 수단을 적용한 도시계획 및 건축설계를 말하는데요. 적절한 설계외 건축 환경을 유효히 활용해 범죄 발생 수준과 범죄를 대상으로 한 공포를 감소하게 하고 생활 질을 향상하게 하는 기법으로 연구되었습니다. 구성하는 원리나 전략은 연구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세 가지 원리인 자연스러운 감시, 자연스러운 접근 통제, 영역성과 두 가지 부가 원리인 활동의 활성화, 유지와 관리로 구성됩니다.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건물이나 시설물 배치 시에 시야를 가리는 구조물을 없애 일반인에 의한 가시권을 최대화하여 공공장소에서 범죄에 대한 자연적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보호되어야 할 공간을 대상으로 한 출입을 제어해 범죄 목표를 대상으로 한 접근을 어렵게하며 주민들에게 지역의 소속감을 제공하여 범죄를 대상으로 한 관심을 높이며 영역 내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부여하여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 잠재성 범죄자에게 범행시도를 어렵게 하는 등의 디자인을 도시 계획 단계에서부터 적용하는 것입니다. 도시의 요소요소에 CCTV와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의 아주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지하철 등 공공장소의 엘리베이터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투명 유리로 설치하거나 지하주차장의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건물 출입문에 가깝게 배치하는 등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모두 이러한 범죄 예방 환경 설계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도 모두 각각의 목적과 생각이 담긴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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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지대에서 가장 안전한 길로 변신한 ‘염리동 소금길’
2013년 서울시에서는 서울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서울시 우범지역 161곳 중 세 곳을 선정해 범죄 예방 디자인을 접목시켰는데요, 염리동이 바로 그 중 한 곳입니다. 염리동은 마을 이름과 같이 소금을 저장해 두는 곳이었는데, 소금창고들이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빠져나가고, 재개발 계획마저 미뤄져 골목은 더욱 쇠퇴해 잦은 사고가 발생하는 우범지역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범죄 예방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염리동은 서울 시 어느 곳보다 안전한 마을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미로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길을 한눈에 알 수 있게해주는 지도, 그리고 바닥에 그려진 노란 선. 길가의 전봇대 마다 번호가 써있어 길을 잃을 걱정도 없고 위급한 상황에 자신의 위치를 빠르게 알려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소금길 지킴이네 집’으로 선정된 여섯 개의 가구가 동네 곳곳에 위치해 있는데요, 지킴이네 집 대문 앞에는 CCTV 가 설치되어 있어 골목의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위험을 알릴 수 있는 경보 스위치도 설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골목골목 그려져 있는 벽화들은 어두운 분위기의 염리동을 화사하고 밝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범죄 예방 디자인이 적용된 이후 실제로 염리동 소금길의 범죄 발생률이 78% 가량 줄어들었다고 하니 디자인, 그리고 환경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 서울시 문화관광디자인본부 디자인정책과
서울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이러한 범죄 예방 환경 설계가 적용된 도시 개발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라고 합니다.
옛날 맹자의 어머니는 아들 맹자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서 2번의 이사를 하였다고 하죠. 그만큼 주변 환경이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앰배서더 통신에서는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디자인의 힘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낡은 벽에 벽화를 그리고, 전봇대마다 번호를 붙이는 것 등의 일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큰 범죄가 일어나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들도 주변 환경을 이루고 있는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그 환경을 보다 좋게 가꾸는 방법에 대해 고민보았으면 합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4. 국제셉테드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