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흔들리는 교육, 세계 대입시험의 변화
출처: freepik
세계는 지금 대입시험 취소 중
충남교육청연구정보원 교육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해외 입시 사례와 시사점’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이 장기화조짐을 보이자 SAT, 바칼로레아 등 주요 대입 시험들이 취소의 수순을 밟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이에 대해 연구소는 외국의 대학입시가 자격고사만으로 입학을 허용하거나 내신 성적을 합산한 논·서술형 시험을 지향하고 있어 서열화 정도가 약했고 학생의 건강이 대입보다 우선 한다는 국민 대부분의 여론이 형성이 있었기에, 큰 저항없이 대입 시험을 취소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의 비영리단체 스튜던트 보이스에서도 전 세계 대학을 대상으로 #TestOptionalNow 라는, 대입 시험 점수를 신입생 선발 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재난 상황 속에서 각 나라들은 다양하게 대응을 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와 같이 조금 더 지켜보자는 신중론과,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서 취소해야 한다는 반대론이 대등하게 나타나고 있는 형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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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응하는 각국의 대학입시 제도
프랑스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 방역 문제로, 전국의 수험생들이 좁은 공간에서 약 1주일 가량 치러야 하는 바칼로레아를 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취소했습니다. 여기서 바칼로레아는 논술과 구술 형식으로만 이루어진 대학입학자격 시험을 말합니다.
바칼로레아를 대신하여 프랑스 교육부는 고교 내신 및 학업 활동을 중심으로 평균점수를 산정하는 [종합 점수]로 바칼로레아 합격여부를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7일, 바칼로레아 합격률이 발표되었는데요. 합격률이 무려 91.5%를 기록해 프랑스 대입 역사상 가장 관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하는 여론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습니다. 프랑스 역시 코로나 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폐교조치로, 정규 교육조차 완벽히 이수하지 못하고 바칼로레아 시험을 치르지 않은 수험생들, 그들에게 합격증을 보상으로 준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교육의 하향평준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를 크게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현재 급격하게 늘어난 예비 신입생들 때문에 파리의 대학교들은 입학정원을 늘리는 등 9월 학교 입학을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해 원래 예정되어 있던 대학입학자격시험(SAT, ACT)을 가을까지 지켜보고 가정용 디지털 SAT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현재 3,5,6월 예정된 SAT 일정을 전면 취소하였는데요, 이렇게 될 경우 최소 17만 8천명의 학생들이 시험을 치를 수 없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절반 이상의 시험장소가 폐쇄 조치 중이거나 수용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인데, 대학 당국은 지역 관계자들과 시험 수용인원을, 혹은 기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에 결국 아이비리그의 주요 대학들은 SAT 성적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버드, 코넬, 컬럼비아대 등을 포함하여 대학 입시원서 제출시 지원자가 대입시험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금 하였고, MIT와 예일대 등은 아예 평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대학은 앞으로 5년에 걸쳐 SAT 점수 반영기준을 폐지하고 독자적인 입학시험을 개발하기로 하였는데요. 코로나 이후 미국의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 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대학의 들어가기 필요한 시험인 A레벨, AS레벨 시험을 취소하였습니다. 보통 5~6월 사이에 열리는 이 시험은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인해 취소가 결정되어 영국의 교육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였는데요. 그 중 한가지는 모의고사 성적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교육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학교에 A레벨 시험과 동일한 수준의 상황에서 모의고사를 쳤다는 것을 증명하면 성적으로 인정해준다고 합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또 다른 방법은 학기 중 실시한 예비시험과 과제등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사용해 성적을 산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인공지능(AI)을 통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예상하겠다는 것인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해당 성적이 발표되자 마자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강한 반발이 일어났는데요, 이는 일부 학생들의 성적이 일반교사들의 예상치보다 39%정도 낮게 산출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흑인, 아시아인, 소수민족과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더욱 더 뚜렷하게 나타났고, 반면 부유층이 다니는 사립학교들에서는 예상치보다 높은 성적이 산출되었습니다. 빈부격차를 오히려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이러한 결과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결국 상황은 교육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10월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조치해주는 것으로 일단락 되기는 했는데요. 현재 대학들 사이에서도 입학 전형을 다시 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입학 시험을 취소하는 것보다 연기한 나라들도 있는데요, 스페인, 독일 베트남이 대표적입니다. 스페인은 6월 초에 치러야 하는 대학입학 시험을 무기한 연장 중에 있습니다. 당초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한다고 했지만 현재 감염병 확산 상황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짐에 따라 무기한 연장으로 결론이 난 상황입니다. 베트남 역시 7월 일정의 대학입시 시험을 8월로 미루었습니다. 다행히 베트남은 코로나 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되고 있어(평균 20~40명 확진) 8월 예정대로 대학입학시험을 치뤘습니다. 모두 마스크를 쓴 채로 86만 7000여명이 출석해 진행되었고 시험에 응시 못한 2만 6,000여명은 한달 반 가량 이후에 따로 시험을 치르도록 조치했습니다. 독일 역시 대학입학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연기하였는데요, 대신 대학입학에 관한 사항들을 각 주 별로 융통성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시험 일정을 조정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미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는 대학시험을 전면 취소한 상황이고, 이것이 전체 취소로 이어질지는 앞으로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대학입시의 변화
코로나19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은 교육 환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대학입시 수험생들에게 더욱 크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기로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요. 각 도의 교육감들과 교육부는 수능평가원에게 수능의 난이도를 하향해줄것을 요청하기도 하였고 각 대학들은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여 평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는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상황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지길 바래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줄세우는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다시 고민을 해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쩌면 학생들이 이렇게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코로나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피라미드 속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함 때문이 아닐까요? 이러한 재난 상황 속에서도 대학입시 수험생들이 자기자신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