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융합의 시대, 익숙한 공간이 새롭게 탄생한다.
출처 : Empreintes
갤러리와 미술관, 사람들의 일상으로 들어오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할 수도 있는 문화예술 분야. 이 위기 상황 속에서 미술관과 갤러리도 변신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미국 스미소니언 아메리칸 미술관에서는 미술관 중전에서 요가 강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개최했습니다. 조용히 미술품 감상만을 해야할 것 같은 갤러리가 한 순간에 지역 주민들의 ‘문화체험센터’가 된 것이지요. 이 같은 변화는 해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데요. 교보문고는 ‘미술관을 품은 서점’을 꿈꾸며 2015년부터 서울 광화문점의 ‘교보아트스페이스’, 2017년부터 합정점에서 ‘교보아트월’을 운영해왔습니다. 서점과 갤러리의 융합은 낯설지 않은 조합이지요.
최근 서울 삼청동의 국제갤러리는 K1 건물을 2년에 걸쳐 리모델링하고 최근 재개관해, 기존의 카페와 레스토랑에 더해 건물 안에 피트니스와 명상 공간까지 마련했습니다. 국제갤러리 측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하게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과 운동을 접목해보고 싶었다”면서 새롭게 변화한 컨셉의 목적을 이야기하였는데요. 이곳의 카페와 레스토랑은 ‘일상 속 미술관’ 컨셉을 가지고 있어 식사나 차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미술품들과 대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미술관이나 갤러리들은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보다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곳이 늘어나고, 반대로 일반적인 가게들이 자신들만의 특별함을 구축하기 위해 예술과 결합하는 사례도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요.
출처 : Smithsonian American Art Museum 홈페이지
병원? 카페? 갤러리? 도서관?
광주를 상징하는 번화가였던 대인동의 외진 골목에는 시원한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건물이 하나 있습니다. 이 건물의 이름은 ‘김냇과’ 김냇과라는 이름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곳은 병원이 아닙니다. 원래는 병원이 있던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카페와 갤러리, 전시장, 도서관, 호텔이 함께 모여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했습니다. 1965년 이래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갔던 ‘긴맷과’는 지역의 역사를 2017년부터 문화와 예술의 공유로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곳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가 ‘김냇과’의 핵심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예술 작품들을 전시하고 더불어 다채로운 문화 예술 공연, 교육 등이 진행됩니다. 1층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가 위치해있고 2층에는 1,250권 이상의 예술도서를 갖춘 도서관과 지역작가 전시실이 있습니다. 3층과 4층은 가족형 호텔로 운영됩니다. 옥상 루프탑은 별자리를 관찰하거나 각종 이벤트를 하는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데요, 김냇과의 행보 중 주목할만한 점은 운영 수익을 고스란히 지역 작가를 후원하거나 작품을 사는데 쓴다는 점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은 모두 구매가 가능하고, 작품이 팔리면 다시 새로운 작품이 채워집니다. 갤러리와 카페, 도서관 등의 익숙한 공간이 한 자리에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한 것이지요.
요즘 누가 저금만하러 은행오니?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고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온라인뱅킹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점차 오프라인 은행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인터넷 은행들도 속속 등장하면서 점차 오프라인 은행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죠. 이에 따라 오프라인 은행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최근 은행의 각 지점들은 고객 유치와 영업 효율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사례 중 하나로 하나은행의 ‘컬처뱅크’ 프로젝트가 있는데요, ‘컬처뱅크’ 프로젝트는 ‘동네와 은행의 새로운 만남’이라는 테마로 문화가 융합된 컬처뱅크 영업점 프로젝트입니다. KEB 하나은행은 방배 서래 지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유명 공예 작가와 신예 작가들의 공예 작품을 전시 및 판매까지하는 프로젝트로 컬처뱅크 1호점을 시작했는데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29CM 와 협업한 컬처뱅크 4호점 등 지역별 타겟에 맞춘 컬처뱅크 5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로 인해 하나은행에서는 기존 은행의 영업시간이 가진 운영 효율의 한계도 극복할 수 있었는데요, 은행 영업 이후 남아있는 공간을 활용해 원데이 클래스, 북 토크, 펍 등을 운영하여 공간의 효율을 높였습니다. 이곳에서는 은행에서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에 고객들이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 문화를 체험하며 보낼 수 있는 것이죠.
기존에 은행이었던 곳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곳도 있습니다. 제주 안덕면의 평범한 동네에 자리 잡은 NH농협이 2017년 20년 만에 이전하면서, 제주도 이야기를 다루는 잡지사 ‘iiin(인)’이 비어있던 공간을 여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해당 잡지사는 공간이 자리 잡은 곳의 마을 주민과 협의해 해당 공간을 어떤 방식으로 살려야 할지 깊이 있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그 결과 만들어진 곳이 바로 <사계생활>이라는 독특한 문화 콘텐츠 공간입니다. 과거 농협의 모습을 그대로 보전하면서 ATM이 자리잡았던 곳을 그대로 입구로 만들었고, 은행 업무에 사용된 접수대, 카운터 등도 보전했습니다. 단순하게 공간만 꾸민 것이 아니라 공간이 자리 잡은 지역의 문화가 방문객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공간의 특색을 살리고, 지역 주민들을 큐레이터로 삼아 주변 관광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주변에 방문할 만한 곳을 지도나 엽서 형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시대
20세기가 잘 만들어진 ‘하드웨어’를 파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매장들의 변화에는 공통적인 맥락이 있는데요, 온라인 전자상거래와의 차별성을 위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판매하고, 제시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미술품을 관람하고, 은행 업무를 기다리며 책을 보고, 일상적인 공간에 문화예술을 더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이 손쉽게 멀티태스킹(Multi Tasking)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러한 트렌드는 더 이상 하나의 목적만을 가진 공간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들은 타 플랫폼과 협업하고, 융합하는 형태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더 더 빠르게 다양한 영역에서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