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다시 부상한 ‘기본소득’ 이야기
지난 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돕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 주민들에게 현금성 복지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이른바 ‘재난기본소득’입니다. 지방자치단체 뿐 아니라 중앙정부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을 언급하고, 3월에는 3조 8천억원에 달하는 ‘재난기금’을 조성해 지자체에 전달했습니다. 재난기금은 재난의 예방과 복구를 위해 지자체가 매년 적립해두는 법정 의무기금입니다. 당시 지자체는 발빠르게 지원금 배부에 나섰고, 중앙정부의 지원금 지급은 총선 이후로 미뤄졌습니다.
중앙정부는 차원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은 ‘긴급재난생계지원금’으로 전국을 대상으로 하여 중위소득 150% 이상의 가구에 지급되는 선별성 지원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지난 1일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쉽고 빠르게 재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5월 4일 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1차로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이 되었으며 11일 이후부터는 각 가정에서 카드사나 지자체 중 원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신청 후 신용카드, 체크카드 충전이나 상품권, 선불카드 방식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각 가정에서 받을 수 있게 되었지요.
이번에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소득, 노동 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개념과 일맥 상통하는 현금성 복지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지원금의 사용처 등의 방면에서 어느정도 비판의 여론이 있기도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던 국민들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았고, 지금도 많은 국민들이 국가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는 정책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러한 긴급재난지원금 배부는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적게는 한차례, 많게는 두차례 이상 시행되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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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재난지원금 현황
앞서 언급한 것처럼 코로나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이고 있고, 생업을 유지해나가기 힘들어지는 노동자들도 늘어나면서 세계 각국의 정부는 경기부양책과 함께 시민들을 위한 지원금 대책을 발빠르게 내놓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1인당 1,000달러(약 123만원)에 해당하는 현금성 지원을 2주 안에 지급한다는 긴급 부양대책을 내놓은 직후, 추가적으로 1,000달러를 더 지급한다는 안을 내놓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가장 파격적인 현금지원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지원금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정 소득 이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지원정책입니다.
홍콩정부에서는 영주권을 가진 모든 주민들에게 1만 홍콩달러(한화 156만원)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조치는 1200억 홍콩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의 일환으로, 현금성 지원금 지급과 더불어 근로자 195만명을 대상으로 2만 홍콩달러(310만원)까지 소득세를 감면하는 정책 역시 함께 시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싱가포르 역시도 홍콩과 마찬가지로 18세 이상의 모든 싱가포르 주민들을 대상으로 등급에 따라 300~900 싱가포르 달러(25만 6천~약 77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유럽 각국 가운데서도 이례적으로 1조 유로(약 1350조), GDP의 약 30%에 달하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는데요, 특히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 즉시 지원금’은 국적과 상관 없이 세금 번호를 받아 수익 활동을 하는 모든 내·외국인이 지급대상이라는 점이 파격적입니다. 독일 연방 정부는 프리랜서, 자영업자, 최대 5명의 정규직원을 보유한 회사에 기본 5000유로(약 673만원)를 지급하고 추후 3개월 내까지 9000유로(약 1,212만원)를 추가 지원합니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지급이며, 신청은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신청 후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3일 남짓. ‘긴급 지급’의 성격으로 별다른 서류 검토의 절차 없이 우선 먼저 지급하는 것입니다. 신청시 연방 정부가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서류는 추후에 점검하고, 불필요하게 지급된 금액의 경우 추후에 환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일본도 아직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긴급 경제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현금 1만 2천엔(약 14만원) 이상을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현금성 복지정책은 사실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국가들은 실직자나, 사회빈곤층들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을 이미 제공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경기 부양책은 ‘기본소득’이 언급될 정도로 광범위한 대상을 수혜자로 선정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라는 반증이 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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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기본소득으로 촉발된 기본소득 논의, 기본소득의 미래는?
코로나로 촉발된 위기가 각국의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이끌어낸 가운데,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를 가장 먼저 촉발시킨것은 바로 스위스였습니다. 2013년 스위스의 기본소득 운동조직인 ‘기본소득 스위스’가 1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헌법개정안을 발의했고, ‘정부는 기본소득을 제공해야 한다.’ , ‘기본소득은 인간을 존엄하게 하고 공적 삶에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기본소득의 액수와 재원조달 방안은 법률로 정한다’는 3개의 조항을 헌법에 넣을 것인지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가 치러졌습니다. 당시 해당 헌법 개정안은 결국 찬성 23%, 반대 76.9%로 부결되었지만, 스위스의 국민투표는 국제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몰고왔습니다. 미국 알래스카주,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시,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지자체 단위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고, 핀란드에서는 세계 최초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기본 소득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참조 :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캐나다의 경우는 1년만에 재원문제로 기본소득 실험을 중단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확인해 볼 수 없었지만 지난 2019년, 핀란드에서는 2년 간 수행했던 기본소득 실험의 일부를 예비 결과로서 발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