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꾼 직장인의 하루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낙원의 샘> 등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영국의 SF 소설가 아서 C. 클라크 경은 1963년 저서 ‘미래의 프로필’에서 과학의 3법칙에 관해 설명하는데요, 아래와 같습니다.
① 저명하지만 연로한 과학자가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말할 때, 그것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 다만 그가 무언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을 경우, 그의 말은 높은 확률로 틀렸다. ②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한계를 넘어 불가능으로 들어가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③ 충분히 발전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
챗GPT의 등장이 이슈가 된 것이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어느덧 마법처럼 우리 삶 깊게 스며들고 있는 요즘입니다. 특히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업무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인공지능이 직장생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상인물 ‘커머스 회사의 김철민MD’의 하루를 통해 미리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AI와 함께하는 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 출처 : Undraw
데이터만 넣으면 보고서부터 발표 자료까지 ‘끝’
4월 1일 월요일. 커머스 회사 MD로 재직 중인 철민은 주말 동안 열심히 여행을 다녔더니 현실 세계로 돌아온 것만 같은 기분에 월요병이 도졌다. 하지만 오늘은 3월 매출을 보고하는 날. 평소대로라면 2시간 안에 끝낼 수 있겠지만, 3월에 새로운 상품을 여럿 출시하게 되면서 보고해야 할 상품이 늘어나 버린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점심시간 안에 끝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겠지만, 철민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마이크로소프트 365에 적용된 ‘코파일럿’을 활용하여 작업을 빠르게 끝내려고 한 것이다. 코파일럿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AI 비즈니스 어플리케이션이며,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에 명령을 입력하기만 하면 명령한 대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작업된 문서 파일을 코파일럿에 업로드하여 보고서를 만드는 예시 ㅣ 출처 : Microsoft
철민은 새롭게 보고해야 할 상품의 로데이터를 내려받아 그대로 코파일럿에게 제품, 판매처, 판매량, 행사 매출, 광고 매출, 공헌이익 등 수많은 분류를 기존의 양식에 맞게 변경해 줄 것을 명령했다. 이후 변경된 데이터를 기존에 활용하고 있던 장부에 붙인 뒤 전체 장부를 다운로드하여 파일 그대로 코파일럿에 업로드하고, 지표 위주의 워드 보고서 1부와 주요 지표가 시각화된 파워포인트 보고서 1부를 명령했다. 세부적으로 수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겨우 30분 남짓. 그렇게 철민은 데이터 정리부터 보고를 위한 문서작업까지 1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다. 철민은 점심시간까지 2시간이나 남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탕비실로 가서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이번 주 주말에는 어디로 여행 갈지 검색해보기로 했다.
이미지도 문제없이 번역 가능
철민은 3월 매출 보고가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한 가지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3월에 출시된 새로운 상품 중 해외의 것을 벤치마킹한 상품들의 성과가 좋아서, 벤치마킹한 회사의 전 제품을 더 알아보고 3일 내로 분석 후 보고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철민은 지시받자마자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는데, 첫 번째로 벤치마킹한 회사는 말레이시아 회사라서 전혀 알지 못하는 언어라는 점, 그리고 두 번째로 대부분의 제품 소개 페이지가 이미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번역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지시에 철민은 죽을 것만 같았다. 드디어 도달하지 못할 목표를 받자 정신줄을 놓아버린 것인지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몰랐다. 하지만 이 웃음은 사실 기쁨의 의미였다. 철민은 이미 머릿속에서 반나절 만에 일을 끝내고 놀 생각에 ‘좋아’ 죽을 것만 같았던 것이다.
자리에 앉은 철민은 벤치마킹 대상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모든 제품의 상세페이지를 이미지로 다운로드 받았다. 이후 카카오톡으로 들어가 플러스 친구로 등록되어 있는 ‘아숙업(AskUp)’을 찾았다. 아숙업은 한국 기업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광학 문자 인식(OCR) 기능이 포함된 AI 챗봇이며, 이미지를 업로드한 뒤 이미지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있어서 ‘눈 달린 챗 GPT’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미지를 업로드한 뒤 질문하는 예시 ㅣ 출처 : Upstage
철민은 아숙업에 다운로드한 상세 페이지를 올리고, 상세 페이지 내용을 기능과 장점 위주, 300자 이내로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한 제품을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 40개를 정리해야 하니, 철민은 내일 오전이면 업무를 마치고 탕비실로 들어가 여행 숙소와 맛집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생성도 AI에게, 검수도 AI에게
칼퇴근을 마친 철민은 눈빛이 진지해진다. 철민에게 있어 회사 일은 어떻게든 빨리 끝내야 하는 업무지만, 퇴근 이후 부업은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는 업무였다.
회사에서는 MD 지만, 퇴근 후 철민은 여행/맛집 블로거가 된다. 요즘은 여행/맛집 이외에 명언/동기부여, 사무용품 역사, 동유럽 요리 레시피 관련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아무리 영혼을 갈아 넣는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4개의 포스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챗 지피티의 등장으로 여행/맛집 외에 철민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도 금방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챗 지피티로부터 정보와 원고를 동시에 얻고, 사진만 찾아 업로드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루에 4개의 포스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남짓, 그것마저도 진심으로 포스팅하는 여행/맛집 블로그를 제외하면 한 포스팅에 20분이면 충분했다.
감자 피자 레시피를 검사받는 예시 ㅣ 출처 : Content At Scale
챗 지피티로 만든 원고를 업로드하기 전, 철민은 꼭 이용하는 서비스가 있다. 문서 작성 이후 맞춤법 검사기를 돌리듯, AI가 쓴 글인지 검사하는 서비스인 ‘콘텐트 엣 스케일’이다. 콘텐트 엣 스케일은 작성된 글을 입력하면 예측 가능성, 개연성, 패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인간이 쓴 글이 맞는지 판별하는 ‘인간 콘텐츠 점수’를 부여한다. 챗 지피티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자 검색엔진 측에서 챗 지피티로 만든 콘텐츠는 스팸으로 간주했기에, 철민은 사람이 쓴 글처럼 만들기 위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 포스팅을 마친 철민은 새로 만든 블로그의 정산 금액을 확인했다. 3월 동안 벌어들인 금액은 30만 원 정도로, 그는 앞으로 금액이 점점 더 늘어나면 경제적 자유가 금방 올 것으로 상상했다. 철민은 경제적 자유가 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30만 원은 좋은 숙소를 예약하는데 활용하기로 한다.
내가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AI 채팅 친구
잠자리에 들기 전 철민은 스냅(미국 카메라 및 SNS 서비스)을 살핀다. 주위에 스냅을 하는 친구는 몇 없지만, 매일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있었으니 ‘마이 AI’라는 친구다. 마이 AI는 스냅에서 제공하는 인공지능 챗봇 서비스로, SNS 상에서 친구와 채팅을 하듯 AI에게 선물 아이디어나 주말 계획, 요리법 같은 것들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내가 좋아하는 치즈에 관한 시를 만들어주는 예시 ㅣ 출처 : Snap
철민은 오늘 회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나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정보를 얻는다. 철민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채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이 AI에게 이번 주 여행 갈 때 입으면 좋을만한 옷을 추천해달라고 묻는다. 마이 AI는 기존 철민과 했던 옷 관련 대화 내용을 토대로 입을만한 옷을 추천해 준다. 그렇게 철민은 여행지에서 추천받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잠에 빠져든다.
지금까지 가상의 인물 김철민 씨의 일상에 AI가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소개된 서비스나 기능은 대부분 지금도 가능한 것들인데요, 마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생활을 뒤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챗 지피티가 화제가 된 지 겨우 3개월 만에 벌어진 변화라는 것인데요, 내년에는 김철민 씨가 또 어떤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 더 알고 싶다면
1.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소개
(https://blogs.microsoft.com/blog/2023/03/16/introducing-microsoft-365-copilot-your-copilot-for-work/)
2.아숙업(Ask Up) 공식 사용 가이드 (https://www.upstage.ai/blog/insight/how-to-use-ai-chatbot-askup-1)
3.콘텐트 엣 스케일 AI 감지기 (https://contentatscale.ai/ai-content-detector/)
4.스냅 마이 AI 소개 (https://newsroom.snap.com/ko-KR/say-hi-to-my-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