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 같은 여행’
미국 여행 예약 사이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트레블’에서 발표한 2022년 세계 여행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81%는 ‘현지 문화에 몰입할 수 있는 목적지로 여행을 가고 싶다’에 동의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전 세계적으로 여행객을 몰입시키기 위한 관광 상품을 만들거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여행객이 마치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소위 ‘영화 같은 여행’을 경험하게 해주는 관광상품과 캠페인 몇 가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미스터리 열차 여행
사진: The Other Richard
역사상 가장 많은 소설을 판매한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테디셀러 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유럽 대륙을 횡단하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로는 각각 1974년과 2017년, 두 번이나 리메이크 되었으며, 소설 이후에 나온 미스터리 콘텐츠에서 열차가 등장하면 대부분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 대한 오마주일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2023년 3월, 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연상케 하는 공연인 ‘머더 미스터리’가 막을 올렸습니다. 이 공연은 스토리텔링 에이전시 ‘프라이베이트 드라마 이벤트’와 ‘벨몬드 호텔’이 기획하였는데, 여행객은 실제 유서 깊은 프리미엄 기차 ‘브리티시 풀먼’안에 탑승하여 배우들의 연기를 눈앞에서 즐기며 극에 몰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런던 빅토리아 역에서 출발하는 이 공연은 정교하게 고증된 내부 인테리어 아래, 코스 요리를 맛보며 시작됩니다. 열차 속 설정은 ‘기차 한 대, 다섯 코스, 10명의 용의자’이며 기차에 탑승하게 된 승객은 약 5시간 동안 용의자와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미스터리를 풀어야 합니다.
한 달에 2회만 진행되는 이 공연은 2023년 11월 30일까지 공연할 예정인데, 참가 비용이 승객당 540파운드(한화 약 85만원)로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티켓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고 합니다.
블레어 위치: 스산한 숲길 여행
출처: Visit Sweden
1994년, 영화학과 학생 3명이 미국 메릴랜드 주 버키츠빌 숲에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도중 실종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년 후 그들이 찍은 영상만 발견되었는데요, 영상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숲에 존재한다는 마녀를 찾아갔으나, 원인 모를 사건과 함께 흔적도 없이 실종된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금방 눈치채셨겠지만 실화가 아닌, 영화 ‘블레어 위치’의 줄거리였습니다.
마녀는 아니지만 스웨덴 관광청에서는 숲속 요정을 데려오기로 하고, 2022년 9월 커뮤니케이션 대행사 ‘프라임 웨버 샌드윅’과 협업하여 ‘스펠바운드 바이 스웨덴’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에서 제공되는 오디오 스토리는 1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이 ‘훌드라(매력있는 숲의 요정)’을 비롯한 다양한 신화적 존재를 만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스토리는 흡혈귀 소재의 소설 ‘렛미인’으로 유명해진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했으며, 스웨덴 숲의 으스스 한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합니다.
침대에 누워 금방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스토리일 것 같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이 오디오 스토리는 오직 스웨덴 내 지정된 국립공원까지 가야 다운로드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스웨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신화적 존재가 등장하는 스토리이기에 스웨덴 자연만이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라는 것입니다.
랑종: 게임 속 고대 여행
출처: Ogilvy Thailand
추격자, 황해, 곡성으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이 기획과 제작을 담당한 영화 랑종(태국어로 영매, 무당)은 태국 고대부터 내려져 오는 샤머니즘을 소재로 무당 가문 가족에게 벌어진 미스터리한 현상을 그린 작품입니다. 화려하면서도 섬뜩한 문양, 초를 잔뜩 켜둔 제단, 마체테 형태를 띤 검, 덩굴에 둘러싸인 불상 등 타 문화권에서 보기에 공포감을 느낄만한 소재를 잘 살려 표현한 것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태국 관광청 또한 이러한 소재를 잘 활용하기 위해 ‘오길비 방콕’과 함께 손을 잡고 ‘홈, 스위트 홈’이라는 캠페인을 선보였습니다. 본 캠페인은 태국 고대 문화를 상용화하기 위해 ‘HSH2’라는 서바이벌 게임을 활용하는데요, 플레이어는 HSH2에서 제공하는 고대 태국 테마의 맵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아다니며 자연스레 태국 고유의 문화와 분위기를 경험하며 몰입합니다.
본 캠페인에서는 문화를 상용화하는 과정을 독특하게 풀어내는데요, 게임 내에서 즉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활용하여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태국 문화와 연관된 상품이나 서비스를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게임 캐릭터가 착용하고 있는 고대 풍의 목걸이를 클릭하면 실물 목걸이를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로 연결시켜준다거나, 캐릭터 등에 그려져 있는 고대 풍의 문신을 클릭하면 문신을 새겨주는 서비스로 연결시켜 주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의 여행객을 몰입시키기 위한 영화 같은 여행 상품 및 캠페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R, VR, XR과 같은 몰입형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도 상용화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여행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더 알고 싶다면?
1. ‘머더 미스터리’ 예약 페이지
(https://www.belmond.com/trains/europe/uk/belmond-british-pullman/journeys/murder-mystery-lunch)
2. ‘스펠바운드 바이 스웨덴’ 홈페이지(https://visitsweden.com/spellbound-by-sweden/)
3. ‘홈, 스위트 홈 캠페인’ 설명 페이지(https://www.ogilvyasia.com/advertising/home-sweet-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