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뒤에 ‘워레벨’ 온다! 워레벨이 만든 관광 트렌드의 변화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전주 한 달 살기.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 주변에도 방학 등을 이용해서 가족들과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친구들이 있나요? 최근에는 이처럼 일정 기간 여행지에 살면서 새 환경을 충분히 경험해보는 형태의 관광이 인기라고 해요.
▲ 사진출처 : freepik
일과 여가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람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 혹시 ‘워라밸’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Work and Life Balance를 줄인 말인데요. 2016년 OECD 국가들의 1년 평균 근로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2,069시간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며 문제로 지목되자 사회 전반적으로 삶의 질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생기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워라밸’이 사회에 어느정도 안착한 뒤 ‘워레밸’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Work and Rest Balance의 약자인 워레밸은 개인 시간을 확보한 사람들이 휴식이나 레저를 통해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찾는 흐름을 말합니다. 과거엔 일과 여가가 분리돼 여가는 일을 끝내고 쉬기 위한 시간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워라밸’을 넘어 일과 여가를 함께 중요하게 여기는 ‘워레밸’족이 늘고 있습니다.
저가 항공이 많아지고, 지역 맛집부터 공유자전거까지 어디서든 휴대폰만 있으면 빠르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모바일 기술과 호텔보다 저렴하게 오랜 기간을 머무를 수 있게 하는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숙박업의 등장도 이런 워레밸형 관광이 유행하는 것을 돕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3년간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4만6천여건을 분석해 내놓은 ‘2019 관광 추세’를 보면, 일상과 여행이 분리되지 않고 언제든 즐기는 여행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요. 몇 달 전부터 약속하고 기다리던 그 설레임은 줄어들겠지만, ‘가자!’하고 바로 떠나는 그 즉흥성과 새로운 장소에서의 흥분은 더 잦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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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관광, 워레밸족과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여행법
작은 동네에 머물며 직접 살아보는 방식의 ‘머무는 관광’ 은 세계적으로도 인기입니다. 청소년기를 유례없이 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라며 이상보다 현실을 추구하게 됐고, 조직이나 사회가 부모 세대를 쉽게 해고하는 걸 보며 자라 집단에 충성을 다하기보다는 개인을 중시하고, 개성과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세대)가 여행상품의 가장 큰 소비주체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밀레니엄세대의 현실적이고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은 여행업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남들 다 가는 곳, 관광객들 보라고 만들어진 가짜 현실이 아니라 현지인의 삶을 체험하고 도시의 참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경향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체류 기간도 늘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를 보면, 여름철이 포함된 3분기 기준으로 한국에 온 여행객 가운데 체류 기간이 31~60일인 비율은 2015년 평균 1.7%에서 2018년에는 2.6%로 뛰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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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어두운 면을 보는 다크투어리즘
길어지는 체류기간에 따라 현지의 밝은 면 뿐 아니라 어두운 면도 함께 보는 다크 투어리즘도 유행입니다. 시간이 없어서 꼭 봐야할 장소만 보는 ‘명소 중심’ 여행지들은 오히려 너무 흔하다는 이유로 밀레니얼 세대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명소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사라예보입니다. 이곳은 제1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자, 92년 소련 해체 후 ‘보스니아’라는 이름으로 독립을 선언했지만 세르비아에 통합되길 원하는 세르비아계 민족들과 4년간 내전을 치러야했던 도시입니다.
사라예보를 찾은 사람들은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황태자가 암살당했던 라틴 다리와 1992년 내전 당시 폭격으로 검게 그을린 국회 의사당, 외신 기자들이 머무르며 사라예보의 상황을 알렸던 홀리데이인 호텔, 사라예보 국제공항과 시내를 연결해 구호물자들을 도심 주민들에게 공급했던 희망의 터널 등을 꼭 들른다고 해요. 자기 나라의 비극을 파는 게 좀 슬프지 않냐고요? 어디에나 갈등과 비극은 있기 마련인데, 아름다운 면만 보여주려던 기존의 여행지들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사라예보의 한 호스텔 주인은 “전쟁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전쟁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조금이라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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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여행은 내 일상의 고통입니다, 안티 투어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여행에서 “현지인처럼 살기”와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발굴하기” 를 원한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유명 관광지에서 도시의 낙후하거나 주목받지 않는 곳을 방문하는 이른바 ‘안티 투어'(anti-tour)의 인기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여행사 ‘최악의 투어'(Worst Tours)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인 포트루의 어두운 면을 보여줍니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들과 기찻길, 버려지면서 비어버린 부지와 낙후된 길거리 등 ‘최악’의 장소만 골라서 보여주는 이 상품은 ‘진짜 포트루를 보여준다’는 컨셉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점령하고 거주민들의 생활이 파괴되는 걸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라고 부르는데요. 최악의 투어’를 운영하는 사장 카스트로는 이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해 자신의 고향이 인기 관광지화 되며 물가와 집세가 오르고,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현지인들은 고향을 떠나게 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이 여행 상품을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투어에 참여한 이들과 포트루의 어두운 면을 돌고 난 후에는 마지막 코스로 주택·재개발 정책 및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 포트루의 현실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집니다.
독일 베를린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힙스터 도시’로 유명한 베를린은 2015년 1237만명이 찾으며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에 이어 유럽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은 도시 3위에 자리했는데요.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진짜 현지인’이 입게 됐습니다. 베를린의 집값은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동안 115%나 뛰어올랐고, 몇몇 핫한 지역에서는 영어만 쓰는 카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이에 대한 반감으로 독일에서는 “관광객이 싫다”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현지에도 좋은 관광’은 가능할까?
세계 관광객 수는 2017년 기준 13억명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2030년 기준 18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게다가 지금처럼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트렌드대로라면 여행일수도 길어지겠죠. 00에서 한달살기, 다크투어리즘, 안티투어까지… 개성과 여유를 추구하는 밀레니얼족의 삶의 형태가 관광업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행 자체가 주는 새로운 경험과 낭만을 유지하면서도 현지에도 좋은 관광은 가능할까요? 주니어 앰배서더 친구들도 함께 고민해볼 시점인 것 같습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1. Dark tour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