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교육계에 부는 성평등‧성중립 바람
반바지에 티셔츠가 교복인 고등학교가 있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은 ‘교복’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단정한 와이셔츠, 주름없는 바지와 치마?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복이란 보는 사람에게 학생다운 이미지를 주는 옷이었지만, 최근 국내 중고등학교에서는 입는 사람의 입장에서 ‘교복과 학생다움’을 생각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건강에 좋고, 날씨나 학업활동에 실용적인 옷이 교복이다’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일본과 영국 등에서는 최근 ‘젠더리스’(genderless) 교복이 대세입니다. 여학생이 바지 교복을 입을 자유 뿐 아니라 남학생이 치마를 입을 자유 등 성별과 관계없이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자유’로까지 교복의 개념이 확대되고 있는 겁니다.
일본 지바현의 한 시립 중학교는 남녀 구분 없이 학생이 원하는 대로 치마와 바지를 골라 입을 수 있도록 정했습니다. 상의는 여학생과 남학생 모두 똑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 성별과 상관없이 체구에 맞춰 입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영국에서는 2016년부터 120여개 초등학교 및 중학교를 중심으로 ‘젠더 뉴트럴’(성 중립) 교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것이 결국 성평등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학교와 학부모의 의견일치로 가능해진 일입니다.
‘교복의 틀’을 깨는 분위기는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 목동의 한가람고등학교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학교는 2012년부터 겨울 교복으로 후드 티셔츠를 도입했습니다. 후드 티셔츠를 교복으로 도입하기 전, 한가람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추운 셔츠 위에 후드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을 아침마다 ‘교칙 위반’이라며 지적해야 했습니다. 교복을 줄인 것도 아니고, 교복의 보온성·활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입은 후드티셔츠 때문에 서로 불필요한 신경전을 벌이느니 아예 색깔을 지정해서 교복으로 도입하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후드 티셔츠나 반바지를 입으면 수업 분위기가 나빠지거나 학생들 태도가 불량해질 거라는 걱정은 편견이었습니다. 남에게 보여지는 모습보다 입는 사람의 활동성에 중심을 둔 교복으로 바뀌자 학생들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교복을 줄이거나 하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선생님도 옷차림을 지적하는 빈도가 줄었고, 학생과 선생님 간 불필요한 갈등도 사라졌습니다. ‘훈계나 타박에 신경 쓸 시간에 서로 믿으며 즐겁게 지내자’라는 학교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움직임이 편해지니 여학생들이 자율 동아리 및 체육 교과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 사진출처 : 한가람고등학교
이름에서 ‘보이’라는 단어 빼는 미국 스카우트, ‘여자’라는 단어 빼는 한국 학교
‘젠더 뉴트럴’(성 중립) 운동은 교복 뿐 아니라 명칭의 변화로도 이어집니다.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은 창설 108년 만에 처음으로 조직명에서 ‘보이(boy)’라는 단어를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10월 산하 어린이 조직인 컵스카우트에 여자 어린이를 받아들인 데 이어, 이번에는 명칭 자체에서 성별 표시를 없애기로 한 겁니다. 보이스카우트연맹의 마이크 서보 회장은 명칭 변경에 대해 “‘보이’란 단어를 없애는 건 성별을 지칭하지 않고도 누구나 스카우트 대원임을 쉽게 인지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성평등의 관점에서 남녀의 구분을 없애려는 움직임은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2005년 ‘양천여자고등학교’에서 ‘여자’를 빼고 개명한 서울 목동고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목동고 측은 “성평등 관점에서 교명에 성별을 나타내는 건 불필요하다는 취지다. 학교 비전이 ‘글로벌 리더 양성’인데 성별 표시는 그런 방향(세계화)에도 맞지 않았다”고 개명 이유를 설명합니다. 이후 다른 여학교들도 속속 명칭에서 ‘여자’를 빼 2016년 교육통계연구센터가 정리한 ‘유초중등 및 고등교육기관 주소록’에 따르면 재학생이 모두 여성인 전국 431개 학교 중 48곳은 교명에 ‘여자’를 쓰지 않고 있습니다. 약 11.1% 비율입니다.
▲ 내용참고 : 피츠버그 연구소
단어부터 장난감까지…교육계의 화두는 ‘성별 고정관념 허물기’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는 올해 4월 ‘성평등 교육을 위한 수업 가이드’라는 교육현장에서 피해야 할 성차별 표현을 제시했습니다. “policeman(경찰관),” “fireman(소방관),” “congressman(국회의원),” “chairman(의장),” “stewardess(승무원),” “freshman(신입생)”, “mankind(인류)” 등 남성, 여성을 지칭하는 단어가 포함된 일반명사들이 대표적입니다. 피츠버그 대학 연구진은 직업을 성별로 구분짓는 단어들이 교육현장에서 사용되면 어린이들에게 여성과 남성의 일이 다르다는 한계의식과 편견을 심어주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장난감 업계의 최근 화두 역시 ‘성별 고정관념 허물기’입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등 영웅 액션 피겨는 남아용이고, ‘겨울왕국’의 엘사 캐릭터 인형과 드레스는 여아용이라는 관념은 구식이 됐습니다. 1932년부터 조립블록 장난감을 만들어온 레고는 다양한 장소와 직업을 다룬 시리즈물로 인기가 많은데요. ‘여자 레고 인형은 집에만 머물러 있다’는 소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2014년 말 최초로 연구실을 배경으로 3명의 여자과학자 인형을 출시해 입고 즉시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자 레고 인형은 이제 집과 미용실을 벗어나 과학기술 연구소, 우주공간 등을 무대로 삼습니다.
미국 1위 유통업체 아마존도 2016년 쇼핑몰의 어린이 장난감 분류 중 ‘남아용’ ‘여아용’ 등 성별 분류를 없앴습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할로윈 복장과 액세서리 등에 남녀 구분 없이 ‘어린이용’만을 표기하고 있습니다. 북유럽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인 탑-토이의 쇼핑 카탈로그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함께 장난감 총을 갖고 노는 모습, 함께 다림질이나 부엌놀이를 하는 모습 등이 실리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노동 인구의 거의 절반, 학사 학위를 받는 사람의 60%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에서는 겨우 24%밖에 되지 않는다(2009년 미 상무부 자료)”며 “많은 사람들은 ‘어린 소녀의 꿈과 비전을 넓혀주는 것’이 그 퍼즐의 한 조각이라고 믿고 있다.”고 환영했습니다.
미국 켄터키 대학의 발달심리학자 크리스티나 브라운은 말합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아이에게 주입하는 것은 아이의 성별이 그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어떤 능력을 개발할지를 결정한다고 여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주니어앰배서더 여러분은 어떤 능력을 갖춘 어른을 꿈꾸고 계세요? 오늘은 혹시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갇혀 스스로 한계를 지은 건 아닌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 사진출처 : 레고샵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Pitt offers guide on creating ‘gender-inclusive’ class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