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체험교육, 전 세계를 휩쓸다!
미국 도시 미니애폴리스의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태어나서 처음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거예요!” 미니애폴리스 세인트 폴 학교 4학년생 라일라는 하루종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농장의 돼지, 물소, 염소, 양을 따라다녔습니다. 자신이 준 풀을 먹는 소를 보며 선생님에게 소리칩니다. “나도 시골 살고 싶어요!”
도시에 사는 그녀는 울 스웨터로 겨울을 나고, 매일 아침마다 베이컨을 먹으면서도 한 번도 살아있는 양이나 돼지를 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도시 사람들의 생활과 음식, 생필품이 이를 만들어내는 자연환경이 점점 분리되면서 라일라 같은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도시지역 학교들은 매년 Agriculture Day(농촌 체험의 날)을 개최해 어린이들에게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물은 어떻게 지구를 순환하는지 같은 지구와 농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고 해요.
▲ 사진출처 : Collingwood Children’s Farm
도시 한복판에 있는 농부학교
도시 학생들이 인근 농촌을 방문하는 농업체험에서 나아가 아예 한복판에 농장이 있는 도시도 있습니다. 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15분만 버스를 타고 나가면 있는 콜링우드 어린이 농장이 대표적입니다. 1836년에 문을 연 1만 2천평에 달하는 이 대농장은 멜버른이 도시로 성장하며 외부로 밀려날 위기를 수차례 겪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도시민들과 상생하는 나름의 방안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농사, 자연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는 체험장으로 변모한 겁니다. 현재 콜링우드 어린이 농장은 직접 기른 농산물을 파는 파머스마켓, 다양한 농업 교육 프로그램, 잔디밭 야외 결혼식까지 멜버른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잡으며 자연유산문화재로까지 지정되었다고 해요.
콜링우드 농장에서는 ‘영 파머(Young Farmer)’를 비롯한 수십개의 어린이 농업 프로그램이 가장 유명합니다. 8세부터 16세까지의 학생들이 학교가 쉬는 주말마다 찾아와서 동물을 기르거나 농사를 짓는 장기 프로그램인 영 파머는 어떤 동물을 기르고, 어떤 농사를 지을지 선택 여부에 따라 3개월에서부터 1~2년까지 다양하며, 실제 농부와 함께 농사의 모든 일을 배웁니다. 매년 약 1만명의 어린이가 콜린우드 농장에서 농사를 짓는데요. 새로 농사를 배우러 오는 어린이들에 더해 스스로 땀흘려 기른 작물을 수확하는 과정에서 매력을 느낀 어린이들이 다음해엔 재배하기 더 어려운 작물을 선택해 도전하며 어린이 농부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임에서 레벨업하듯 점점 난이도를 높여가는 거지요.
영 파머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들은 농부가 어떤 마음으로 농사를 짓는지, 왜 그렇게 지었는지를 알게 되고 자신이 먹는 것의 가치와 소중함을 배웁니다. 농사를 지은 후에 파머스마켓에서 직접 채소를 팔면서 시장 원리를 이해할 뿐 아니라 사회성, 자신감도 길러집니다.
청소년기의 활동은 대부분 몇 시간에서 몇 일 단위로 짧으나 농업은 최소 3개월에서 1년까지의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또, 디지털기기가 발달하며 청소년기의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추세인데요. 농사는 직접 밭에 나가 몸을 움직이는 체육 활동이기도 합니다. 농사짓기는 세계의 어린이들에게 생태계 교육 뿐 아니라 끈기와 인내심, 목표에 대한 집중력 등 태도 함양 및 치유효과,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며 각광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회복을 위해 농사일과 농촌 경관을 활용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일컫는 치유농업(Care Farming)이라는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고 해요. 농업, 특히 원예활동에 포함되는 여러 작업들은 동기부여나 자극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작업에 융통성을 발휘하고 신체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하게 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얻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인기입니다.
농업교육의 장점은 정서적 효과 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동물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물의 순환과정 같은 지구과학, 농사지식을 비롯한 물리, 생물 및 화학 지식 뿐 아니라 수의학, 자연과학, 공동체 개발의 기초까지 다양한 지식을 배우게 됩니다. 콜링우드 어린이 농장이 동물과 함께 농사를 짓는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 사진출처 : 나주시
농사짓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어린이농부학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학교에 텃밭을 만들어 다양한 농작물을 만드는 초등학교도 늘어나고 있고요. 생태교육 아니라 함께 농사를 기른 어린이들끼리 수확한 농작물로 음식이나 장난감 만들기, 우수농장 견학, 배추 농사를 직접 지어서 독거노인을 위한 사랑의 김장만들기 등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도 하며 사회성을 기르기 좋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전라남도 나주시는 올해 5월부터 ‘학교 텃밭 만들기’ 사업을 지역 내 초등학교에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3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고, 점점 대상 학교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옥상 등에 텃밭을 만들거나 집안에서 화분을 이용한 도시 농업도 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 ‘도시농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시 농업 참여자 수는 2010년 15만 3000명에서 2015년 130만 9000명으로 8.5배가량 늘었고, 도시텃밭 면적도 2010년 104㏊에서 2015년 850㏊로 8.2배나 늘었다고 해요.
이처럼 농사짓기는 직접 길렀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정성을 들여 무엇인가를 키우는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는 힐링 놀이처럼 번져나가고 있습니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도 친구들과 집 앞이나 학교 화단에 나가 작물을 심어보는 건 어떨까요? 완두콩, 오이, 호박 같은 여름 채소는 지금이 딱 심기 좋은 채소랍니다. 친구들과 꾸준히 정성을 들인만큼 부쩍 커가는 식물을 수확할 때 즈음이면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의 마음도 지식도 부쩍 자라있을 거예요.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콜링우드 어린이 농장
3. This Urban Farming Accelerator Wants To Let Thousands Of New Farms Bl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