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일 수 없는 사람들… 가상 컨퍼런스가 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모든 행사 주최자는 3가지의 선택에 직면했습니다. 행사를 모두 취소하거나, 아마도 더 나은 미래로 연기하거나, 인터넷에서 가상의 방식으로 개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죠. 올해 상반기에 계획되어 있던 국제적인 행사 대부분은 모두 취소의 수순을 밟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전자기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가 취소된 이후로 6월 상하이에서 열리기로 했던 국제가전박람회 CES ASIA 도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이외에 중국 내에서만 일정 연기, 변경된 행사가 1200여 건에 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취소 및 연기된 행사를 따지면 셀 수 없을 정도이죠.
사실 비즈니스 측면에서 이러한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것은 최선의 방책이라 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지금의 상황이 ‘최악’이기에 도저히 행사를 강행할 수 없는 상황이어 취소,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나마 박람회와 같은 행사가 아닌 정보보안 분야의 컨퍼런스는 온라인 가상 개최가 가능하기에 점차 행사 주최자들은 ‘온라인 가상 컨퍼런스’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혁신적인 행사를 개최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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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irtual Reality)에서 열린 컨퍼런스
지난 3월, VR 기기 바이브를 생산하는 대만 HTC는 ‘바이브 에코시스템 컨퍼런스(VEC) 2020’을 가상공간에서 개최했습니다. 해당 행사는 중국의 정보기술 도시 선전에서 매년 개최되었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의 여파로 행사를 가상 공간에서 여는 것으로 대체한 것입니다. 참여자는 가상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화면을 띄우고, 물건을 돌려가며 설명했습니다. VEC2020은 대형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가상현실로 대체한 첫 사례로 남게되었는데요. 이러한 HTC의 VES2020 은 코로나19 국면에서 큰 타격을 입은 마이스(MICE) 산업에 가상현실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따라 세계 ‘VR/AR 협회’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던 행사를 가상현실로 대체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오프라인 컨퍼런스는 ‘온라인 대체’가 쉽지 않은데요, 컨퍼런스 참석자들이 기대하는 네트워킹이나 상호 소통이 온라인에서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상현실 속에서 열리는 컨퍼런스는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탈인 앤드리스 호로위츠는 VR컨퍼런스에 대해 “‘줌’의 비디오, ‘이벤트브라이트’의 티켓팅, ‘트위치’의 상호소통, ‘링크드인’의 네트워킹을 잘 섞어 놓은 것”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했습니다.
가상 컨퍼런스의 장단점
HTC가 가상현실 속에서 대규모 컨퍼런스를 열어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를 남기긴 했지만, 최근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개최되고 있는 가상 컨퍼런스는 줌(Zoom)이나 고투웨비나(GotoWebinar)와 같은 화상회의 툴을 사용해 이루어지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컨퍼런스들은 전문가 간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목적성이 강한데요, 사실 다른 대규모 박람회와 같은 전시행사들은 ‘마케팅’을 목적으로 하기에 사람들이 모일 수 없고 이슈가 되기 어려운 이런 상황에서 개최 자체가 의미가 없는 반면, 전문가 간의 네트워킹 유지라는 목적을 가진 이런 컨퍼런스들은 가상으로 개최되더라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상 컨퍼런스가 대면 컨퍼런스에 비해 가지는 장점이 있는데요. 바로 “접근성”입니다. 가상컨퍼런스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접근성이 좋아졌다. 여행이나 숙박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특히 하루종일 또는 대부분의 하루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되며, 1시간 또는 2시간 정도의 시간만 투자해 질문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대로, 가상 컨퍼런스는 여러가지 이유로 물리적 행사에 참여할 수 없는 더 많은 사람들이 컨퍼러스에 참여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최근 진행되는 이러한 컨퍼런스들은 본래 유료였던 행사들이 무료로 개최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상 컨퍼런스의 단점도 명확합니다. 물리적, 자연적 상호작용에 비해 가상적 상호작용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인데요, 앞서 설명했듯이 실질적인 네트워킹이 중요한 컨퍼런스 행사에서 직접 대면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전에 몰랐던 사람과 그냥 마주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도 하니 말이죠. 그러나 가상 컨퍼런스가 격리로 인해 생긴 지식의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가상 컨퍼런스에 참가한 한 참여자는 “적어도 정보 공유 관점에서 만약 컨퍼런스 참석의 주된 목표가 강연자가 무슨 말을 한는지, 또 아는 사람의 말을 듣고 싶고, 멋진 주제에 대해 토론하고, 무언가를 배웠는지 알고 싶은 것이라면 가상 컨퍼런스는 이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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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디지털 이벤트(Event) 시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이 세계에서 진행되는 많은 행사들을 취소시켰지만, 이대로 코로나 확산이 잠잠해질 때까지 마냥 행사들을 취소시킬 수만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언급하였던 것처럼, 오히려 이번을 기회로 삼아 지금껏 없었던 방식으로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행사인 ‘칸 라이언즈’는 매년 프랑스 칸에서 개최되었지만 코로나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 속에 올해 행사를 취소한 가운데, 위기를 겪고있는 브랜드·광고·마케팅 업계에 인사이트와 혜안을 제시하기 위해 오는 6월 ‘라이언즈 라이브(Lions Live)’를 론칭한다고 밝혔습니다.
칸 라이언즈 측에 따르면 ‘라이언즈 라이브’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에게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영감을 주기 위한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하는데요, ‘크리에이티비티의 중요성(Creativity Matters)’을 주제로 6월 한달간 온라인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스터클래스 수업과 크리에에티브 업계 전설로 불리는 유명한 인사와의 만남을 비롯해 전문가 강연, 세미나 등으로 구성되며 이와 함께 창의성, 효율성, 마케팅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전문가의 강연과 학습 프로그램도 제공되는데요, 주목해야 할 부분은, 6월 22일부터 26일까지를 ‘라이언즈 라이브’의 피크 주간으로 잡고 이 기간 동안에 20만 개가 넘는 라이언즈 수상작을 비롯해 1600개의 세미나를 수 있는 디지털 아카이브 ‘더 워크(The Work)’를 무료로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라이언즈 라이브가 진행되는 6월 한 달 동안 칸 라이언즈의 마스터클래스 시리즈에서 엄선한 강의를 모은 ’42courses.com’에도 누구나 무료로 접속이 가능하게 됩니다. 직접 칸에 갈 수 없어서, 또는 참여 비용의 부담으로 칸 라이언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코로나로 인한 행사 취소가 새로운 기회로 찾아왔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국내의 경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개최하는 바이오 산업 분야 컨벤션인 2020 BIO KOREA 가 온라인 개최를 결정했습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충청북도는 오는 5월 18일부터 23일까지 6일간 바이오 코리아 2020을 온라인 방식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는데요, 올해 15회를 맞이한 바이오코리아는 지난해 50여개 국가에서 2만 5천여명이 참가했습니다. 바이오 코리아 2020 온라인 프로그램은 가상전시관, 컨퍼런스, 비즈니스 포럼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며 컨퍼런스와 비즈니스 포럼의 경우 해외 연사들과 바이어들의 비즈니스 미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화상발표 및 1:1 비즈니스 화상미팅이 가능하도록 준비한다고 합니다. 또한 전시 참여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 홍보를 위해 최신 IT 영상 기법을 통해 가상전시관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의 뛰어난 IT 기술의 현황을 이번 컨벤션을 통해 국제 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지난 3월 온라인을 통해 20S/S 패션위크를 개최한 것처럼 영국 런던에서 매년 진행하는 런던 패션위크도 오는 6월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통합한 형식으로 온라인을 통해 개최 예정이라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국제 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국제 정세 뿐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 자체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죠.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이미 예정되어 있는 일이었을 수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산업 분야도 이에 맞게 변화하고 있지요. ‘위기는 기회’라고 하는 말처럼, 모두가 이번 위기로 무너지지 않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고민해야할 때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