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앰배서더] “월 스트리트 회사엔 안 팔아요”…눈앞의 이익보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인들 사이에는 일종의 ‘교복’처럼 여겨지는 옷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파타고니아에서 나오는 ‘플리스(Fleece)’ 조끼입니다. 점심 시간에 월스트리트의 풍경을 보면 각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는 이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은 금융회사 직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요. 이 조끼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월스트리트에 캐주얼 복장이 유행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듯 이 조끼가 하나의 상징처럼 굳어지면서 월스트리트의 사람들에게는 파타고니아 조끼를 입을 수 있는 것 자체가 자부심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최근 돌연 파타고니아가 월스트리트에 조끼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 선언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파타고니아가 월스트리트의 회사에 조끼를 팔지 않겠다고 결정한 배경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파타고니아가 어떤 기업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파타고니아는 미국의 아웃도어 의류기업으로 최고의 품질을 고집하면서도 높은 내구성은 물론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으로 가격대가 저렴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인데요, 특히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활동에 앞장서는 의류 브랜드로 유명합니다. “우리의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문구는 파타고니아의 성격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슬로건이지요. 이들이 환경 보호에 신경을 쓰게 된 것에는 파타고니아의 역사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사진출처 : Jon Skilling
1988년 파타고니아 보스턴 매장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줄줄이 병원에 실려가게 됩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해 매장을 점검한 결과 오염된 공기를 계속 돌려쓰는 공기 통풍 시스템이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오염된 공기 속에 있는 인체에 치명적인 포름알데히드 성분 들어있었는데요. 이 사건을 통해서 파타고니아는 자신들이 옷을 만드는 재료인 면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에서 면의 원료인 목화가 재배 과정에서 자연을 가장 많이 파괴하는 작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를 위해 전 제조 과정을 새롭게 뒤집었습니다. 1996년부터 모든 면제품을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으로 만들고,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주기 위해 노력했지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요시하는 행보를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2011년 블랙 프라이데이에 “이 자켓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를 냈습니다. 환경을 위해서 우리의 옷을 사지말고, 있는 것을 최대한 오래 아껴쓰고 재활용해서 쓰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였지요.
환경 보호는 우리의 존재 이유
이러한 역사를 가진 파타고니아는 어떤 가치보다도 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습니다. 그러한 파타고니아의 입장에서 환경보호와 같은 인류적인 가치보다는 돈을 불리는 것에 주 목적이 있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파타고니아 조끼를 상징처럼 입고 다니는 것에 거부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결국 지난 4월 파타고니아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합니다.
“이제부터는 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두는 기업과
‘비 코퍼레이션(B Corporation) 인증을 받은 기업에 판매의 초점을 맞추겠다”
파타고니아의 입장 발표는 월스트리트에 혼란을 가져왔습니다. 이미 월스트리트의 상징이 되버린 파타고니아 조끼를 주문할 수 없게 됨으로써, 인재 채용 시장에서 파타고니아 조끼가 ‘있는가 없는가’가 구직 인원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파타고니아 조끼가 없다는 것은 환경 보호에 신경쓰지 않는 기업이라는 이야기가 되고, 인류에 도움이 되는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외면받게 되는 상횡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사진출처 : B corporation
21세기 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이익을 뛰어넘은 ‘가치’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파타고니아와 월스트리트의 사례만 보아도, 기업이 당장의 이익에만 사로잡혀 인류의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요인으로 작용한 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CSV 입니다. CSV 란 Creating Shared Value 의 줄임말로. “공유가치 창출”을 뜻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서 기업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한다는 개념으로서 하버드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가 2011년 11월 하버드 비즈니스리뷰(HBR)에 ‘자본주의를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환경오염, 기후변화,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 사회적, 환경적 도전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이 공유가치창출(CSV)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때문에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은 물론이고 기존의 브랜드들도 이 공유가치창출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사업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그와 관련된 몇가지 사례를 한번 살펴볼까요?
완벽히 재활용이 가능한 운동화
영상출처 : 아디다스 유튜브 채널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 중에 단연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플라스틱 쓰레기’입니다. 자연상에서 분해되는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 플라스틱을 ‘어떻게 재활용하는가’가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들의 주된 고민거리입니다. 이에 아디다스는 새로운 제품군을 선보였습니다.
완벽히 재활용 가능한, 신발 하나에 단 하나의 원료만을 사용한 Futurecraft.loop 라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의 특징은 앞서 말한 것처럼 단일 재질로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따로 분류가 필요 없이 신발을 통째로 다시 갈아서 원료로 만들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을 다시 원료로 가공하고 제품을 만드는 싸이클 속에서 플라스택 쓰레기 발생률은 제로가 됩니다. 완벽한 재활용이지요. 아디다스는 더불어 이 신발을 일종의 ‘구독 모델’로써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신발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빌려쓰는 형태와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 신발을 사서 쓰다가 신발이 낡아 버릴 때가 되면 반납하고 새로운 신발을 받는 것입니다. 반납한 신발은 원료로 가공되어 새로운 신발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지요.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서 아디다스의 앞서나가는 행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비자들에게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한 기업
사진출처 : Everlane 홈페이지
여러분이 구매하는 모든 제품들 중 원가를 알고 있는 제품이 한가지라도 있나요? 아마 없을 것입니다. 기업에서는 원가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판매가격 뿐입니다. 대부분의 제품들은 원가가 30% 아래쪽입니다. 서비스나 인건비에 대한 비용이 높은 특정 제품, 서비스군은 원가율이 10% 미만인 경우도 다반사지요. 그렇기 때문에 원가를 공개한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원가가 이정돈데 왜이렇게 비싸’라고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기업도 원가를 공개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원가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한 윤리적인 경영으로 주목받은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온라인 의류업체 에버레인(Everlane) 입니다. 2010년 마이클 프레이스먼(Michael Preysman)이 ‘윤리적 제조’를 이념으로 하여 세운 이 기업은 남녀 의류 및 액세서리, 신발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입니다.
이 기업이 다른 기업들과 차별되는 점은 마이클 프레이스먼이 회사를 설립하며 내세운 원칙인 ‘급진적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에 있습니다. 제품별로 생산하는 제조 공장을 모두 공개하고, 공장 오너와 제품에 사용되는 원단, 공장 노동자들이 제품을 만드는 과정과 처우 등을 웹사이트에 모두 함께 공개한다는 점입니다. 거기다 제품마다 원가까지도 함께 공개하고, 심지어 심지어 판매 어디에 쓰는지까지 공개했습니다.
제품에 대한 정직한 가격정책, 공정무역, 사람을 생각하는 기업 이미지로 이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사업은 순식간에 확장하여 현재는 오프라인 사업까지 진출하게 되었지요. 에버레인의 의류는 원가에 따라 판매가가 변동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원자재값이 올라가면 판매가를 올리지만, 원자재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판매가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에버레인은 이러한 기업의 행동은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며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물건을 판매하여 이익을 남깁니다. 이러한 정직함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기반이 되고 에버레인의 충성고객들을 탄생시켰습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
기업이 단순히 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디다스는 완벽히 재활용이 가능한 신발을 개발하는 데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사용하였을 것이며, 이것이 큰 이득을 보장해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원가 대비 마진률을 크게 잡아야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 에버레인처럼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더 많은 이익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 없겠지요. 파타고니아 조끼를 구매하는 가장 큰 손인 월스트리트의 기업들에게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결정이 과연 나올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기업들의 이러한 선택은 이익에 기반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것입니다.
환경보호나,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한 경제 등의 목적을 가지고 이들은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업의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며 오히려 더 큰 이익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기업의 행보가 결국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이 많은 사례들을 통해 드러나면서 가치를 우선하는 ‘착한 기업’들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Patagonia Is Refusing To Sell Its Iconic Power Vests To Some Financial Fir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