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앰배서더] 착한 기업 1위 탐스슈즈의 추락.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착한 기업”이 뜨는 시대입니다. 사람들이 단순히 제품만 보고 소비하는 시대는 지나고, 이제 기업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제품이 어떤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CSV, Creating Shared Value)를 면밀히 살펴보고 물건을 사는 ‘윤리적 소비’가 대세입니다.
지난 1월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의 회장인 악셀 베버는 기자회견을 열어 “UBS 백서 : 다보스포럼 2019″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발표에서 UBS는 자체적으로 고객 대상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공개했는데요. 해당 설문조사에서 69%의 소비자가 개인적 가치관과 일치하는 윤리경영을 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용의가 있다고 대답했고, 71%의 소비자가 환경, 지배구조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의 제품은 의식적으로 사지 않을 것 이라고 답했습니다. 베버 회장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패턴 강화로 인해 이제 기업들에 윤리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기업들도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윤리 경영’에 초점을 맞추어 체제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앰배서더 통신에서는 ‘탐스슈즈’의 사례를 통해 기업이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 어떠한 부분을 고려하고, 행동해야하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한 켤레를 기부한다. 탐스 슈즈(Toms Shoes)
사진 출처 : Anita marie
탐스 슈즈는 창업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가 2006년 아르헨티나를 여행하던 중 어린 형제가 신발 한 켤레를 나눠 신는 것을 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탄생한 기업입니다. 블레이크 마이코스키는 판매되는 신발 한 켤레 당 빈곤국에 신발 한 켤레를 기부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세우며 탐스 슈즈를 만들었고, 당시 대표적인 ‘착한 기업’으로 알려지며 창업 3년 만에 연 매출 4억 6천만 달러를 기록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탐스 슈즈의 이러한 모델은 “원 포 원(One for One)” 비즈니스 모델로 불리며 탐스 슈즈는 이 “원 포 원” 모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습니다. 마케팅 컨설팅 회사 Good Must Grow의 창립자 히스 쉐클포드(Heath Shackleford)는 탐스 슈즈의 등장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구체화가 이뤄졌다고 말할 정도였지요. 사회적인 공감과 공유를 통해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동시에 탐스슈즈는 최신 기술을 동원해 신발의 무게를 줄이고 라텍스 소재의 아치 지지대를 사용하여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탐스 슈즈는 이러한 원 포 원 모델을 신발에 한정시키지 않고 더 나아가 다른 제품들에도 적용시켰습니다.
2011년 런칭한 ‘탐스 안경’은 안경을 하나 살 때마다 빈곤국 안과질환 환자 1명을 치료하는 모델을 적용시켰고, 2014년에는 커피를 한 잔 살 때마다 식수 한 병을 기부하는 ‘탐스 커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에는 가방을 하나 구매할 때마다 빈곤국 산모의 출산을 지원해주는 ‘탐스 가방’을 선보였지요. 탐스 슈즈의 성공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착한 마케팅’의 대표 사례가 되었고, 2015년 CSR 관련 소비자 조사에서는 탐스 슈즈가 적십자, 그린 피스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하였습니다.
좋은 의도로는 충분하지 않다 (Good Intentions are not enough)
하지만 이러한 탐스 슈즈의 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20년 간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을 하며 ‘좋은 의도’가 반드시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던 손드라 시멜페니크(Saundra Schimmelphennig)는 탐스 슈즈의 잘못된 방법을 지적했습니다. 손드라는 탐스 슈즈가 태국, 세네갈, 가나, 말라위 등 신발이 불필요하거나, 자체적으로 충분히 생산이 가능한 지역으로 조달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러한 불필요한 기부가 수혜국의 경제와 산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위험성을 껴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품질이 뛰어나지만 무료로 조달되는 신발들이 현지에서 생산되는 다른 신발들보다 우위를 점하게 되고, 곧이어 현지 신발 생산 시스템이 무너지면 현지인들의 일자리까지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상 출처 : timegiventous 유튜브 채널
손드라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가 아프리카에 기부한 헌옷들이 같은 이유로 인해 지역경제와 산업을 붕괴시켰으며 실업률을 약 50% 증가시켰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손드라는 탐스 슈즈가 “원 포 원” 모델을 지속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정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일까요? 최근 탐스 슈즈는 여러가지 한계에 맞닥뜨린 상황입니다. 2020년까지 갚아야 할 채무가 3억 5천만달러에 달하고, 지난 해 무디스(Moody’s)로부터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하향 평가를 받기까지 하였죠. 착한 기업으로 승승장구 할 줄만 알았던 탐스는 지금 점점 추락해가고 있습니다.
성공적으로 원 포 원(One for one) 모델을 정착시킨 기업. 워비파커(Warby Parker)
탐스 슈즈와 유사한 원 포 원(One for one) 모델이지만, 창업 5년만에 애플, 알리바바, 구글, 인스타그램을 제치고 ‘가장 혁신적인 회사’ 1위로 선정되며 ‘착한 비즈니스’를 지속해나가고 있는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워비파커(Warby Parker)’인데요. 워비파커는 2010년 미국에서 시작된 안경 회사로 아무도 개척하지 않았던 안경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워비파커는 온라인으로 마음에 드는 안경 다섯 개를 선택하면 같은 안경들을 집으로 배송해주고, 안경을 받은 소비자는 5일 간 안경을 자유롭게 착용해 본 다음 하나의 안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창의적인 온라인 판매 프로세스를 통해 안경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추어 사람들에게 안경을 부담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여기에 더해 워비파커는 탐스슈즈와 같이 안경이 판매되면 하나의 안경을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원포원 모델까지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기부에서 그치지 않고 안경이 없는 나라에 안경을 판매할 수 있도록 시력 측정 등의 직업 교육을 제공하고, 현지의 지역 물가를 고려하여 가격을 책정. 그들이 자체적으로 안경을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워비파커의 정책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여 자립을 도울 뿐 아니라, 안경을 사용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그들의 소비 수준에 맞게 안경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영상 출처 : Warby Parker 유튜브 채널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세밀하게 관찰하라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애초에 ‘좋은 의도’, ‘선한 의도’가 없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좋은 의도, 선한 가치가 인정받는 시대. 사람들의 소비 패턴도 변하고 기업들의 경영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탐스슈즈의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선한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행동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여파를 고려하고, 그 영향까지 함께 고려해서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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