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가 내 한국어 선생님?
최근 한국문화콘텐츠의 인기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월드와이드 아이돌 ‘BTS’의 인기와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의 흥행 속에서 OTT 서비스가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인기는 한류 동호인의 증가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2021 지구촌 한류현황>에 따르면 한류 동호회 회원은 무려 1억 5천만명에 이르며, 동호인들은 커뮤니티별로 온라인 응원활동을 하거나 자체 행사를 기획하는 등 매우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2021 지구촌한류현황
이러한 인기는 자연스럽게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돌민정음(아이돌+훈민정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돌민정음은 ‘Oppa(오빠)’,‘Maknae(막내)’, ‘Aegyo(애교)’ ‘Bolmae(볼매)’, ‘Choeae(최애)’ 등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어로 쓰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팬덤 커뮤니티에서 소속감과 일체감 느끼기 위해 이 돌민정음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한국어는 한 개인의 언어습득 차원을 넘어 한 집단의 문화코드를 이해하는 도구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은 실제로 학습자 수 증가로도 이어졌습니다. 한국어 학습 수요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베트남은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했고, LA타임스 신문은 “최근 미국 대학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외국어는 한국어”라는 기사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헝가리, 캐나다 등 각 대륙에서 한국어학과 설치를 확대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수요를 충분히 따라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일례로 정부 산하의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의 학습 대기자는 2021년 하반기 기준 약 1만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어 학습자의 마음을 흔드는 교육 콘텐츠가 계속적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 BTS의 <Learn Korean with BTS>의 런칭은 세간의 화제가 되었고 전 세계 30여 개 국가·지역에서 30만 권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큰 흥행을 거두었습니다. 덕질과 언어공부를 병행하도록 한 학습 설계는 해외 팬들을 적극적으로 한국어 교육시장에 끌어들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HYBE EDU
<Learn! KOREAN with BTS>
먼저 BTS의 한국어 교재를 살펴보겠습니다. 교재 구성은 4권의 책+말하기 펜+키보드 스티커 시트로 되어있습니다. 교재에 말하기 펜을 터치하면 멤버들의 육성이 나오는데 BTS 멤버들이 직접 들려주는 한국어 표현을 통해 학습을 할 수 있습니다. 첨부된 QR코드로 접속하면 방탄의 YouTube 콘텐츠와 연동이 되어 인터뷰, V-Log 영상 등을 바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덕질을 하면서 이미 영상에서 보고 들었던 표현을 반복적으로 훈련함으로서 학습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 딱딱한 교육용 한국어가 아닌 실제로 한국인들이 사용하는 표현이나 억양을 배울 수 있다는 점 등이 팬들에게는 매력적인 포인트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HYBE EDU
<BLACKPINK IN YOUR KOREAN>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의 한국어 교육 시장을 꽉 잡기 위해 블랙핑크가 출격했습니다. ‘하이브 에듀’가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출시한 <블랙핑크 인 유어 코리안>의 사용후기 영상은 업로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조회수 33만회 기록, 댓글이 4천개가 넘개 달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교재에는 블랙핑크 팬인 주인공 ‘블링키(Blinky)’가 세계적인 스타 블랙핑크의 집에 초대를 받아 하루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팬들을 더욱 과몰입하게 합니다. BTS와 마찬가지로 블랙핑크가 실제로 사용하는 어휘와 표현이 교재에 적용되어 있어 친숙한 한국어 학습이 가능하고, QR코드를 통해 모바일로 콘텐츠 시청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콘텐츠는 한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인니어 5개 언어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BTS와 블랙핑크 사례 이외에 정부차원에서도 한국어 보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각종 한국어 교재가 여러 언어로 지속적으로 개발·배포되고 있고, 어디서나 손쉽게 한국어 학습을 할 수 있는 모바일 앱도 출시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세종학당에서 2020년에 출시한 <여행 한국어 학습 앱>, <세종한국어 회화‧발음 중급 통합 학습 앱>, <세종한국어 문법 중급 통합 학습 앱> 총 3종이 있으며 4월 중에는 ‘세종학당 한국문화 학습카드’가 학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국어를 보급하기 위한 정부와 민간 차원의 노력이 한류열풍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으며, 시장이 넓어진 만큼 한국어 학습을 또 다른 ‘문화’로 확장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 학습자를 위한 ‘모바일 한국어 학습 앱’과 한국문화 학습카드 (출처: 세종학당)
세계인들은 이제 한국의 영화, 드라마, 웹툰, 패션에 드러난 한국의 문화코드를 풀어 나가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인상 깊은 것은 이 과정이 매우 자발적이며 거대한 놀이문화의 일종처럼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이 중심에는 커뮤니티가 있고 커뮤니티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문화’를 동반합니다. 한국어 학습자 증가를 단순한 산업적인 통계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BTS의 RM은 한 시상식에서 김구선생님의 말을 인용하여 “문화는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력한 무형의 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구 선생님께서 생전에 그토록 바라시던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는 한국어 확산을 통해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