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기아가 없는 세상을 꿈꾸다!
지금으로부터 35년 전, 1987년 10월 17일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에서 조셉 레신스키 신부의 주도하에 열린 `절대빈곤 퇴치운동 기념비` 개막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0만 명의 군중이 모였는데요. 이 기념비에는“가난이 있는 곳에 인권 침해가 있다.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는 글귀가 새겨졌고, 그로부터 5년 뒤인 1992년 10월 17일, UN은 빈곤과 폭력, 기아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고 빈곤 탈출과 인권 신장을 높이고자 이날을 `세계 빈곤퇴치의 날`로 제정하였습니다.
‘빈곤 퇴치’와 ‘기아 종식’은 SDGs (지속가능발전목표)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목표인 만큼,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문제인데요. 35년이 지난 지금 세계 곳곳에는 아직도 빈곤과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국제식량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UNICEF),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는 공동으로 작성한 ‘세계의 식량안보와 영양 상태(The State of Food Security and Nutrition in the World)’를 통해 최근 식량 위기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빈곤과 기아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밝히기도 했죠.
현재 국제사회는 2030년까지 ‘제로 헝거(Zero Hunger)’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빈곤과 기아 퇴치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구촌의 빈곤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기구와 단체들의 노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WFP)
유엔세계식량계획(United Nations World Food Programme, WFP)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인도적 지원 기관으로 2020년 기준 84개국, 1억 1,550만 명을 대상으로 인도적 지원활동을 해오고 있는데요. 기아 인구가 없는 세상인 제로 헝거(Zero Hunger) 달성을 목표로, 1961년 UN 산하 식량 지원 기구로 창립된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단순히 식량을 배분하는 것만이 아니라 긴급 재난 상황 시 식량을 지원하고 식량 안보를 개선하며, 사회 기본 시설과 생계 복구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우리나라와도 깊은 인연이 있는데요. 임형준 유엔세계식량계획 한국사무소 소장에 따르면 WFP는 정부의 긴급 식량 요청으로 1964년 대한민국에 들어와 1984년까지 20년 동안 긴급구호, 영유아 임산부 영양 지원부터 치수, 취로, 사방사업까지 총 23개의 국가사업에 참여해 한국을 도왔다고 합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기아 퇴치 기여와 코로나19 사태 속에‘ 백신이 개발되기 전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는 목표로 활발히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2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국제적 연대와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 “세계식량계획은 기아에 대항하고 분쟁지역에 평화를 위한 조건을 개선하며, 기아를 전쟁과 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에 추진력이 된 공로가 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베릿 라이스-안데르센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세계식량계획이 얘기했듯이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식량은 혼돈에 대응하는 최고의 백신입니다”라며 세계식량계획과 뜻을 같이하며 그들의 공을 치하하기도 했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유엔 산하의 전문기구로서 식량과 농업 분야에서의 국제협력과 전문 지식 보급을 통해 세계 기아 종식 및 영양 수준 개선에 기여하고 있는데요. 1943년 Franklin D. Roosevelt 미국 대통령이 전후 안정적인 농업시장 확충과 세계 경제 및 사회질서의 확립을 위해 ‘4대 자유 선언’을 제창함에 따라 설립이 추진되었으며, 1945년 10월 퀘벡 설립총회에서 ‘FAO 헌장’이 채택됨으로써 공식 설립되었습니다.
FAO는 세계 각국의 농업, 식량 및 영양상태에 관한 정보 수집과 분석 활동을 펼쳐오고 있으며, 농업·식량 및 영양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농산물 상품 협정에 관한 국제정책과 기술원조 제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개발도상국과 빈곤국에 식량 불안과 영양실조 제거, 농업의 생산성을 통한 식량 유통 시스템 구축, 농민의 빈곤 개선 등을 위해 다양한 현지 기술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하여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서울에도 지난 2019년 FAO 협력 연락사무소가 생겼는데요. 우리나라는 이후 세계 식량 안보와 농업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FAO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2022년 현재 우리나라는 11번째 기여국으로서 총 26개 사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농림수산 분야에서의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10월 16일은 FAO가 정한 ‘세계 식량의 날’인데요. FAO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 권리인 식량을 전 인류에게 보장하고,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해방하기 위해 1979년부터 FAO 창설일을 ‘세계 식량의 날’로 제정하여, 식량의 중요성에 대한 다양한 행사와 캠페인 개최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 제고와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지난 2000년, 빌 게이츠가 전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와 함께 설립한 자선기부 및 연구지원 재단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크며 투명하게 운영되는 곳으로 평가받는 자선단체인데요. 재단은 질병, 기아, 교육의 불평등을 겪고 있는 저개발국을 돕고 있습니다.
또한, 골키퍼스 리포트(Goalkeepers report)라는 연례 보고서를 통해 18개 지표 평가를 바탕으로 UN이 2030년까지 달성하려는 빈곤 감소 목표 과정을 측정해오고 있는데요. 빌 게이츠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빈곤이 줄어들고 있지만, 인구 증가로 빈곤 감소가 정체될 수 있고 심지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히며, 특히 세계 극빈곤층 비중이 가장 큰 아프리카 지역에 보건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재단은 실제로 막대한 투자를 통해 빈곤 극복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보건 의료, 빈곤 퇴치, 교육 기회 확대, 정보 기술 접근성 확대에 기부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만 538억 달러(59조 8,777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빌 게이츠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육이야말로 경제 성장의 마스터 스위치”라며 “교육을 통해 모든 부문에서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빈곤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있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라.” 빌 게이츠와 전 부인 멜린다가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전한 메시지인데요. 이들은 “우리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며 믿음”이라며 “희망을 품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도움을 주라”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8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가 “유례없는 기아와 빈곤의 물결에 직면하고 있으며, 사회적 혼란을 촉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구테흐스 총장이 인용한 세계 식량 프로그램의 예상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2022년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의 숫자가 4,700만 명 더 증가할 전망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빈곤과 기아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곳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한국전쟁의 여파로 결핍의 시대를 보낸 적이 있었는데요. 세계식량계획(WFP)에 식량 지원을 요청해 오랜 시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아 왔었죠. 빈곤 퇴치와 기아 종식은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식량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을 때 비로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시간이 우리가 일상에서 당연한 듯 누리는 권리와 평화로운 일상에 감사함을 느끼고, 소외된 우리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https://www.gatesfoundation.org/)
2. 유엔세계식량계획 (https://ko.wfp.org/)
3. 유엔식량농업기구 (https://www.fao.org/hom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