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필수 역량, 미디어 리터러시
요즘 MZ 세대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MZ 세대는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 MZ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해‘디지털 원주민’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Z세대에 해당하는 청소년들은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의 뉴미디어는 그들 일상의 일부가 됐죠.
미디어 활용은 정보를 얻고, 다양한 소통과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미디어 이용 증가에 따른 역기능도 분명 존재하는데요.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은 가짜 뉴스, 사이버 폭력, 혐오 표현 등 유해성 콘텐츠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하여 분석하는 능력과 정보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동향과 그 의의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포함된 미디어 리터러시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교육부가 발표한‘2022 개정 교육과정’총론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포함됨으로써 학교 교육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확보되었습니다. 시민성 함양을 위한 민주시민교육 일환으로 모든 교과에서 배울 수 있도록 내용 기준 개발 및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조화 한 것인데요. 이는 교과서 단원 개발과 교과 학습 내의 수업 시수 확보로 인해 모든 학생들을 위한 미디어 교육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교과별로 비판적 읽기, 매체 자료를 활용하여 표현하기(국어), 사이버 예절(도덕), 정보통신윤리(도덕, 정보), 대중문화와 대중매체(사회) 등이 미디어 교육 학습 내용으로 제시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미디어 운용 원리를 비롯한 인권 및 윤리적 측면의 교육 내용이 부족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성취기준을 제시하고는 있으나, 영상이나 카드 뉴스 등을 제작하는 기술적 측면이나 결과물 생산이 부각되어 교육 내용이 학교급별 수준에 따라 위계적으로 제시되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었죠.
전문가들은‘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방안’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학교 현장에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관련 전문성 있는 연구자 및 초·중등 교사들의 시안 개발 참여,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들에 대한 교육 방안 마련 등 후속 정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는데요. 이번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디지털 환경의 문해력을 키운다는 차원에서 보다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방안이 마련되어야겠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선도국 핀란드
유럽 최고의 미디어 리터러시 선진국은 바로 핀란드입니다. 핀란드 국민들은 디지털 시민의식과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가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불가리아 열린사회연구소(Open Society Institute)가 조사한 미디어 리터러시 인덱스(Media Literacy Index)에서 핀란드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유럽 35개국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는 언론의 자유와 OECD 국제 학업성취도(읽기·수학·과학), 유럽연합통계국(Eurostat)이 평가한 타인에 대한 신뢰도 등을 종합해 산정되는데요. 핀란드는 덴마크,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세계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들 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 미디어 리터러시 선도국으로서 타 국가들의 좋은 모범 사례가 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미디어교육은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데요.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첫 가이드라인은 지난 2013년에 처음 만들어져 학교를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2016년 들어 디지털 중심으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7가지 교과 공통 역량에 멀티리터러시(multiliteracy)와 ICT 역량(ICT competency)을 포함시켰으며, 미디어 교육 대상 범주를 확대하고 관련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는 등 미디어 리터러시 진흥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습니다.
핀란드에서는 학교 밖에서 더 많은 미디어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헬싱키 북동부 쪽에 위치한 청소년 미디어 센터 하피에는 하루 150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방문하여 신문과 방송, 사진, 음악 등 다양한 미디어를 교육받고 제작에도 참여한다고 합니다. 미디어 장르별 별도의 제작 공간이 마련돼 있고, 분야별 전문가가 상주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네요. 핀란드 최대 언론사인 헬싱긴 사노마트에서는 어린이 뉴스도 함께 제작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언론사는 어린이들의 관심사와 시사 문제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식들을 접하고, 학교 교과목에 접목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을 함양하고 있습니다.
60년 역사 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1960년대부터 문학비평과 창작의 일환으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한 영국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인데요. 영국은 현재 방송 통신 규제 기구인 오프컴(Office of Communications, Ofcom)을 중심으로 문화스포츠미디어부(DCMS), 교육부(DfE) 등이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 집행 주관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BBC 또한 공영방송으로서 주요 정책 기관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오프컴은 2003년 영국의 커뮤니케이션법 제정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를 진흥시키고 관련 정책적 지원과 연구를 수행하는 미디어 교육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구인데요. 특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인‘미디어 스마트’지원을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미디어 스마트는 관련 업계 및 학계의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가 협력해 만들어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참고할 수 있는 학습 자료를 무료로 제공하여 비판적 광고 읽기 활동을 통해 광고라는 형식의 목적과 제작 과정,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영국의 미디어 교육은 학교 교과과정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외부기관들과 협력하여 진행되고 있는데요. 특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학교 외에 외부에서 교육 관련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영화협회(BFI)와 영어미디어센터(EMC)와 같은 미디어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기관을 비롯하여, BBC 방송국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교안을 마련하여 상호 협력해 오고 있죠.
특히 BBC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자사의 교육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요.‘BBC 티치(Teach)’채널을 통해‘정확성과 편향성’,‘사실과 의견’,‘페이스북에 대한 광고주의 압력과 가짜 뉴스 대응’,‘비판적 사고를 하는 방법’등 다양한 주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시대를 가속화 시켰습니다. 오늘날, 가짜 뉴스, 인종차별, 사회적 약자를 향한 적대적 행동 표현 등이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공유되고 확산되면서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는데요. 이처럼 모든 것을 미디어가 매개하는 시대에 단순히 미디어를 비판하는 역량을 넘어 미디어를 적절하게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인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100분 토론 진행자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는‘2019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개인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운다는 것은 단지 좋은 뉴스와 안 좋은 뉴스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저널리스트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교육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성찰을 통해, 우리 모두 함께 세상을 읽는 힘을 가진 저널리스트가 돼 보는 건 어떨까요?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한국언론진흥재단 (https://www.kpf.or.kr/)
2.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https://www.nypi.re.kr/)
3. 교육정책네트워크 (https://edpolicy.kedi.re.kr/)
4. 정현선, 장은주. (2021).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방안. 교육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