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세계의 교육 현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한 확진자,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언제 진정이 될 수 있을지, 백신이 개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에서 최선은 감염병의 전파를 최대한 차단하고, 확진자들이 사망까지 이르지 않도록 의료 체계를 총동원해 막는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부는 학기 초인 지난 3월 총 3주간의 휴업령을 내려 전국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휴업을 단행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들도 2~4주 개강을 미루었습니다. 개강한 대학들도 집합 수업을 지양하고 온라인 강의, 원격교육으로 수업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부가 전국 각급 학교에 휴업령을 내려 개학(개강)을 일제히 3주 이상 연기한 사례는 대한민국 유사 이래 초유의 일입니다. 그리고 여전히 일선 학교들이 다시 개학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팽배한 지금 비면대면(非面對面) 온라인 강의-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존의 한국교육방송공사(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각종 공공·공공교육연수원 대학 온라인 공개강좌 서비스(K-MOOC)등 각 기관을 망라하여 강의프로그램, 콘텐츠 개발, 공유 및 활용을 포괄하는 국가 원격교육 시스템을 국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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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학교는 지금 휴업 중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 164개국의 학교가 현재 휴업중이며 전 세계 학생들의 87%인 15억 명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유네스코의 발표 이후에도 코로나는 빠르게 확산되어 현재는 188개 이상 국가의 학교들이 모두 휴업중인 상황이고요. 이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수업단절의 대응책으로 원격수업을 하고 있지만 전례 없는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공동으로 세계 각국의 원격, 재택교육시스템 구축을 돕는 ‘세계교육연합(Global Education Coalition)’을 발족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로 인한 원격교육의 시대에 접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 현장에서 이와 관련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것이죠. 뉴욕타임즈는 “아무도 전통수업에서 원격수업으로 전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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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대응하는 각국의 교육 방법
미국의 경우, 하버드, 스탠포드, MIT와 같은 유수의 학교들은 큰 문제 없이 원격 수업을 진행중입니다. 미국 대학들은 온라인을 통한 원격수업이 맞춤형 학습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에 지난 10년 이상 동안 온라인 강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미국 학부생의 3분의 1 이상이 온라인 강의에 등록하고 있었으며, 13%의 학생은 현장 강의 없이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수강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스템 자체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인터넷 자체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캠퍼스 환경을 이용하지 못하는 현상황 속에서 우리나라처럼 인터넷 강국이 아닌 미국은 교수나 학생 개인의 상황에 따라 원격학습에 제한이 발생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재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으며, 약 1억 달러(한화 약 1249억원)가 학교를 위한 재정 지원금으로 투입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학교를 위한 긴급 재정지원은 ‘학교재난긴급보조금 (Project SERV)’의 형태로 지원되고, 학교 시설의 방역뿐만 아니라 학교 구성원을 위한 상담 서비스와 원격수업 시스템을 지원하는데 사용됩니다.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전 학년의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미국 뉴욕주는 “약 30만 명의 학생이 원격 학습 기기가 부족하다”며 “4월 첫 주 아이패드 2만 5000개와 와이파이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교육부는 2월부터 한국의 EBS격인 CETV4에서 ‘동일 클래스 라이브 클래스’를 개설해 초중고교 과정의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교사들은 하루 최대 7시간 중국 고전, 역사, 예술, 안전교육 과목 등을 생방송으로 강의합니다. 초등학교 교과 강의는 교육방송 채널과 협력을 맺은 칭화대 부속 초등학교 교사들이 제작했는데요, 중국 시나 통신은 스마트 기기가 보급되지 않은 농촌지역이나 저학년 학생들의 집중력을 고려해 원격 강의 대신 TV 강의를 택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베트남에서도 TV를 통해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교육신문 등에 따르면 베트남은 코로나19로 휴교를 하면서 적극적으로 온라인 교육을 선전하고 있는데요, 베트남 대학들과 대학 협회는 학생을 위한 학습 솔루션을 교육 훈련부에 제안하면서 “현재 많은 학교와 대학이 온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습자들의 경제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온라인 학습을 전 국민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TV 교육을 대안으로 꼽았습니다. “TV교육을 실시할 시 부모는 수업 도중 학생을 도와주고, 학교와 교사가 학습 결과를 평가하면 된다. 방송사는 교양, 예능에 대한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등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3월 9일부터 하노이 지역의 9~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TV교육이 실시됐으며, 각 지역의 교육훈련부, 학교, 지역 방송국의 동의하에 63개의 도시에서 TV를 통한 대중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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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온라인으로 아침조회를 실시하고 게시물 열람 조회 수로 출결을 확인해 수업 참여도를 관리하기로 했는데요, 동시에 담임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과제물을 전달하거나 직접 회수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시험지를 봉투에 밀봉해 배포한 후 지정일에 보호자 지도하에 집에서 시험을 치르고, 휴업이 끝나는 첫 등교 일에 학년 말 시험을 실시해 가정 학습에 동기를 부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격 수업 실시와 관련하여서, 일본 정부는 교과서 등의 각종 저작물을 무상으로 원격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과서나 신문 등에 실린 저작물을 원격수업 교재로 사용할 때 저작권자의 개별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되는 개정 저작권법을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오는 4월 28일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프랑스 교육당국은 6만 2천여 개교에 재학 중인 학생 1200만 명의 교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 교실은 집’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중입니다. 이를 활용해 동영상 강의 및 진도표, PDF 교재, 자습 자료 등을 제공합니다. 공영방송 채널은 물론 팟캐스트, 애플리케이션까지 동원됐지만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학생마다 학교에서 배운 진도가 제각각 달라 일괄적인 교육이 어려운 점, 수업 방식과 수준도 균질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학습 자료만 보내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하루 종일 동영상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는 것이지요. 학생들 사이에서는 ‘내 교실은 집’의 부실함을 빗대 “집은 집, 학교는 학교”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학교 교사들은 한 목소리로 “학생 중 3분의 1만 모니터 앞에서 제대로 공부한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밖에 전교생의 3분의 1이 온라인 수업에 접속하지 않거나, 반 학생 4분의 1이 집에 인터넷이 없는 등의 문제가 속출하고 있어, 전반적인 시스템의 정비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휴교령은 최선의 선택일까?
무기한 휴교령에 따른 대처로 각국의 교육 당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대규모 휴교령이 전염병 확산 통제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연구진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발한 전염병이 퍼졌을 당시 학교 폐쇄가 전염병 통제에 어던 역할을 했는지를 다룬 과거 연구 결과를 검토한뒤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월 6일 보도했는데요. 해당 연구를 이끈 그레이트 오몬드 스트리트 아동보건연구소의 러셀 바이너는 “코로나10 여파로 학교를 폐쇄할 근거가 모호하다는 점을 정책 입안자들이 인식해야 한다”며 “어린이들이 휴교로 가장 피해를 보는 데다, 휴교로 인해 초래되는 장기적이고 막대한 영향 역시 받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바이너는 각국 정부가 언제, 어떻게 학교를 다시 열어야 하는지 어려운 질문을 해야 할 때라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업 시작 시각과 휴식 시간을 조절하거나, 학교 운동장을 폐쇄하고 이동수업을 최소화하는 등 다른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국내의 경우에도 학교의 휴교령은 단순히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는 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학이 길어진 데에 따른 맞벌이 부부들의 보육 부담으로 이어져 정부는 긴급 돌봄교실 확대지원 정책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각급 학교는 수업(강의) 일수(시수/주수)를 확보하기 위해 개학(개강)이 연기된만큼 방학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이를 통한 학사일정 변경도 차후 교육 현장에서 풀어나가야할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개학이 연기됨에 따라 학교라는 사회적 울타리에서 벗어난 학생들의 일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는데요, 전염병 확산 방지라는 사회적 과제와 학생들의 교육의 권리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세계는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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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앞서서 원격교육 실현한 선진 교육 사례
모든 교육 현장에서 원격 교육이 필수로 자리잡고 있는 이 시점, 이미 어떤 곳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원격 화상 수업을 정착하여 ‘미래학교’로 주목받는 ‘미네르바 스쿨’의 사례를 다시 한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참조 : ‘혁신’을 꿈꾸는 미래학교, 미네르바 스쿨)
미네르바스쿨 (Minerva School)은 캠퍼스가 없는 학교입니다. 강의는 오로지 온라인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의 사이버대학과 같이 정해진 학습 콘텐츠를 가지고 수업하는 인터넷 강의 형식이 아닌, 최근 코로나로 인해 각 대학들에서 점차 시행하고 있는 방식과 동일한 원격 화상강의입니다. 1명의 교수와 20여명의 학생들이 화상으로 채팅하듯 강의를 진행합니다. 평가 또한 오픈북 테스트로 진행되고, 교수의 평가도 논문과 연구 등이 아닌 학생들의 성취도 위주로 평가됩니다. 2011년 처음 개교 이후 현재 160개의 나라에서 1만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미네르바스쿨을 거쳐갔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세계 각국에 설치된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는데요, 지난 2018년 서울 용산구 이태원 부근에도 미네르바스쿨의 기숙사가 문을 열었습니다.
미네르바스쿨의 이러한 형태는 앞으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성과도 맞물려 있습니다. 현 정부에서는 ‘대학평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대학평준화를 이루기 위한 선결과제로 필요한 것은 공동입시와 더불어 공동강의입니다. 대학별로 교수의 수업이 질이 달라 차별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원격화상강의는 이러한 공동강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에 꼭 필요한 것이지요. 어쩌면 코로나로 인한 지금의 경험은 이러한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정착하는데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이 되어줄 지도 모릅니다. 이미 한국사회는 인프라 측면에서는 거의 완벽에 가깝게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처럼, 인터넷 보급의 문제로 화상강의가 제한되는 일이 발생할 걱정도 거의 없고 스마트폰 등 스마트기기의 높은 보급율로 원격화상강의를 진행할 디바이스가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교육 일선에서의 실제 운영 경험이라 할 수 있겠지요. 코로나로 인한 현재의 상황은 국내에서도 미네르바스쿨과 같은 ‘혁신 학교’가 나타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어줄 수도 있습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교육 환경의 변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 교육 환경은 큰 변화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4차 산업기술의 발달로, 언젠가는 이러한 원격수업이 교육현장에 적용될 날이 올 수 있을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예상하였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 시기는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만큼 일선의 학교에선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곳이 많고, 교육 방식에 있어서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습니다. 모두가 처음 맞이하는 사태에 당황하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요. 어쩌면 이번 사태를 통해서 세계의 교육 현장은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세계의 국가들 중 어떤 나라가 다가올 미래의 교육환경에 더 잘 준비가 되어있었는지를 판가름 해볼 수도 있겠지요. 학교를 갈 수 없는 것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분명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모두가 협력하여 지금의 위기를 잘 뛰어 넘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