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권자 교육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었습니다.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존의 만 19세였던 선거연령이 18세로 하향되었습니다. 지난 2005년 만 20세부터였던 선거권의 기준은 만 19세로 하향된 이후 15년 만입니다. 사실 기존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만 19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했었는데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이번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한국만 유일하게 19세 선거권을 유지하는 건 해외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라며 “한국 청소년도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충분히 정치 참여가 가능한 성숙한 자세를 갖췄다”라고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가능 연령이 낮아지면서 올해 고등학교 고등학교 3학년 된 학생들 중 일부는 오는 4월에 진행될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정부 추산으로는 해당 학생이 약 53만 2000여명이라고 합니다.
당장 올해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서 이러한 입법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교육계에서도 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 해소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교섭단체 대표 등에게 입법 보완 논의를 요청하였습니다. 선관위는 보도자료를 통해서 “선거권 연령 하향으로 고등학교의 정치화 및 학습권·수업권 침해 등 교육 현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관련 조항에 대한 입법 보완 논의도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입법 보완이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 선관위는 ‘초·중등학교에서의 예비후보자 명함 배부 금지 여부’, ‘초·중등학교에서의 연설 금지 여부’, ‘초·중등학교에서의 의정보고회 개최 금지 여부’, ‘공무원의 지위 이용 선거운동 금지 조항에 사립학교 교원 포함 여부’ 등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교육계 쪽에서는 이번 선거권 연령 확대를 계기로 민주시민교육이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요. 오늘은 세계 각국에서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주권자 교육, 시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의 주권자 교육
지난 2015년 일본에서는 개정 공직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선거권 연령이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대폭 낮아졌습니다. 일본에서 선거권 연령이 변경된 것은 1945년 이후 처음, 무려 71년 만에 변경된 것이기 때문에 상당한 이슈를 불러 모았는데요. 1945년 당시 ’20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이 변경되기 전까지는 무려 ’25세 이상’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한 번에 변경한 것은 2005년에 20세에서 19세로, 그리고 올해 19세에서 18세로 단계적으로 낮아진 국내의 선거연령에 비해서도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개정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총무성에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18세를 깔보지 마라”라는 슬로건으로 캠페인 포스터/영상 등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선거가 가능해진 일본의 학생들은 이듬해 ‘참의원 선거’에서 생애 첫 투표를 시작하게 됩니다.
출처 : 일본 총무성 유튜브
이들의 올바른 선거 참여를 위해서 일본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과 부교재를 만들어 일선 학교에 보급하고, 과목 간 연계를 지원하며 국가교육과정 개편 시 주권자 교육 관련 내용을 보강했습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고등학교 3학년부터는 주권자 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교과를 신설했습니다. 이를 통해 만 18세의 투표율은 만 19세, 20세보다 월등히 높아지기도 했었는데요, 다음 선거에서 그 학생들은 그 위의 연령들과 비슷한 낮은 투표율로 되돌아갔습니다. 18세 투표권 부여 후 4년가량이 지난 상황인데요, 현재 일본은 대학교수 및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주권자 교육의 과제와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5년 6월 공직선거법 개정 이후 같은 해 10월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주권자 교육 관련 가이드라인의 대략적인 목차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고등학교 등의 정치적 소양 교육
2. 정치적 교양 교육에 관한 지도상의 유의 사항
3. 고등학생의 정치 활동
4. 인터넷을 이용한 정치 활동
5. 가정이나 지역의 관계 단체와의 연계·협력 등
그중에서 3번째 내용을 살펴보면 고등학생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금지 및 제한할 것을 학교에 강하게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수업과 수업 이외의 교육 활동에서뿐만 아니라 방과 후와 휴일 중 학 학교에서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이 학교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 또는 금지할 것을 권고한 것인데요, 이러한 방침은 결과적으로 주권자 교육의 의의를 언급하면서 학교에서의 주권자 교육을 관리 통제를 강조함으로써 유권자 고등학생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의 권리와 교사의 수업 자율성을 축소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5년 문부과학성이 일본 전국 고교 3학년 대상의 주권자 교육과정(6,322개)을 조사한 결과 공직선거법과 선거의 구조, 절차 등에 대한 것이 과반수를 차지했고 모의투표 등 활동이 29%였으며, 현실 정치 내용이 다루어진 것은 21%에 불과했습니다.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함정에 빠져 정작 학생들의 정치활동 권리는 상당히 축소한 것이지요. 결국 이러한 결과는 어린 연령층의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안이 개정되고 학생들에게 본격적으로 주권자 교육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보완해 나가야 하겠지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 삼는다면 우리나라도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주권자 교육을 해나가야 할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시민교육(Civic Education)
출처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튜브
영국의 주권자 교육이라 할 수 있는 ‘시민교육’은 2002년 8월부터 중등학교 필수과목으로, 2009년 8월에는 시민교육이 중등교육 일반 자격시험(GCSE, General Certificate of Secondary Education)과 대입시험(A Level)에서 선택과목으로 추가되었으며, 2014년에는 초등학교 선택과목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중학교에서는 민주주의, 정부 및 시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해를 가르치고 고등학교에서는 이를 심화해서 다양한 관련 증거를 평가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하고 그에 대한 결론을 구체화할 수 있는 자질을 개발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민교육은 정치적 소양(Political Literacy), 사회적 및 도덕적 책임감 (Social and Moral Responsibility),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Community involvement), 그리고 2008년에 추가된 정체성 및 다양성(Identity and Diversity)의 4가지 덕목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요. 시민교육의 교육목표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속한 지역 공동사회에서 정치 및 시민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민교육의 효과는 학생들의 정치적 소양을 높이고,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증가시키는 등의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습니다. 영국의 학생들은 특정 정당의 정책과 이념을 놓고 함께 토론합니다. 토론이 입시 수단처럼 여겨지는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상이며 영국은 지역사회·지방정부가 주축이 되어 2000년대 초부터 지속적으로 전 국민 대상 시민의식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자원봉사 경험이나 지역 이슈에 대한 참여 등 광범위한 의식조사를 통해 시민의식을 진단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정책을 입안하는데 반영하고 있지요.
프랑스의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
출처 : freepik
학교마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지만 프랑스에선 수업은 물론 학교생활에 대한 거의 모든 부분을 토론을 통해 결정합니다. 어떤 학교들은 생활규칙도 학생들끼리 토론으로 결정하는데요. 토론으로 교칙을 정할 만큼 학생의 자율성이 존중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은 막중합니다. 프랑스 시민교육 교과서는 프랑스 공화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질문과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자유·연대·인권·노동·공동선 등을 주요 가치로 가르칩니다. 시민교육 시간엔 역사적 사건 및 다양한 사회 이슈들을 사례로 하여 학생들이 토론을 진행합니다. 교과서 자체도 구체적인 사례와 사진, 그래픽 등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각 주제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질문들이 제시돼 있습니다.
시민교육의 모범사례로써 프랑스의 시민교육이 꼽히지만, 이러한 시민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프랑스 정부와 국민들의 오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는데요.
프랑스에서는 1960년대부터 시민교육을 체계화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는 아프리카를 비롯한 식민지들의 해방과 경제발전으로 인한 소비사회의 도래, 국내 정치 역학의 변화 등 많은 변화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시대정신을 반영한 경제 민주화, 사회 민주화 같은 새로운 개념이 교과 내용에 포함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60년대에 시민교육과목이 독립된 교과로 있을 리 만무했죠. 역사 교사가 수업 시간 중 시민교육 단원을 가르치는 정도의 상황이었기에 70년대에는 사실상 시민교육이 학교에서 사라진 시기였습니다. 80년대에 이르러 정치권은 물론 언론계에서 시민교육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1985년 11월 시민교육의 부활이 선언되면서 시민교육은 중학교 필수과목(주 1시간)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민교육을 문제 학생의 선도나 학내 폭력의 예방 도구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다고 염려하기도 했지만, 십여 년에 걸친 공청회를 통해 지금과 같은 토론 중심의 수업 과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998년 시민교육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됨으로써 마침내 중등교육 전 과정에 자리를 잡게 됩니다.
프랑스의 시민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민교육 과정에서 사용하는 교재를 통해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 ‘모든 사람은 자유롭다’는 주제 아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와 다른 사람의 자유, 자신의 자유가 충돌할 때 고려해야 할 것 등을 설명
– ‘연대’라는 가치를 설명하기 위해 ‘프랑스에 존재하는 빈곤의 다른 형태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이런 불행에 이르게 한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가 돕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차례로 제시
– ‘프랑스 시민 되기’라는 대주제 아래 ‘어떻게 시민들은 그들의 일상 속에서 정치에 참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 형식으로 구성
– ‘우리는 이런 도로에서의 군중 모임을 뭐라고 부르는가?’ ‘사람들은 왜 모였는가’와 같이 스스로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질문들을 제시
–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림을 제시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인물의 행동’을 찾고 무엇이 잘못인지 생각해보는 질문을 제시
프랑스의 시민교육은 이렇듯 다양한 발문을 통해 교사가 학생들의 토론을 유도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펼치며 시민의 덕목을 길러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교 교육은 보편적인 지식과 가치를 가르치는 것’이라는 한국의 교육과는 상당히 다른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시민교육, 주권자 교육은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개념만을 가르쳐서는 교육이 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된 학습 자료를 활용함으로써 학생들이 현실의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성인이 된 후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랑스의 실질적인 교육 방침은 본격적인 주권자 교육, 시민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한국 교육의 현실에서 많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일의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
독일은 시민교육 선진국으로 유명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독일의 주권자 교육, 시민교육은 현지에서는 ‘정치교육(Politische Bildung)이라 불리는데요. 독일과 한국 시민들의 가장 큰 차이는 ‘관심과 참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국가의 구조, 인권이나 노동과 같은 내용을 학습합니다. 노동 현장에 직접 가는 현장체험 학습이나 토론 활동도 활발합니다. 각 정당의 정치이념이나 지지율,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서도 자세히 가르치고 토론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도 정치와 사회를 생활의 일부로 여기게 되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태도를 길러나갑니다. 학생들에게 정당이나 정치, 노동 현안에 대해 가르치는 걸 터부시 여기는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지요. 독일의 정치교육은 정규 교과로 학교에서 다루어질 뿐만 아니라 성인 교육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정치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은 우선 각 주에 있는 주정치 교육원과 시민학교(Volkshochschule) 등이 있고, 독일의 각 정당들도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관들은 모두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여러 간행물을 발간하거나 세미나, 강연 등을 조직하여 시민들에게 다양한 정치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체적인 반성과 더불어 자국민에 대한 정치교육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대두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직후 행해진 정치교육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독일에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었고, 60 – 70년대 정치교육도 각 단체와 정당의 입장에 따라 정치교육에 대한 시각과 주장이 달랐기 때문에 정치교육의 형태도 제각각이었습니다. 1976년 여러 정치학자와 교육 관계자들이 ‘보이텔스바흐 합의(Veutelsbacher Konsens)’를 이끌어내면서 독일 정치교육의 근본 방향이 정해졌습니다. 각 정파나 정당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서서 기본적으로 합의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치교육에서 교화와 주입식 교육을 금지한다.
둘째, 현재 논쟁이 되고 있는 내용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셋째, 현재 정치 상황을 분석할 때 학생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현재까지도 유효한 민주정치 교육의 기본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독일은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독일이 추구하는 가치, 자유민주주의와 정치질서, 인간의 존엄성, 개인의 자유 등을 교과과정에서 구체적으로 학습합니다. 특히 독일 정치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학생 때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이루어지는, ‘평생교육’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방 정치교육센터(Bundeszentrale fur politische Bildung), 지방정치교육센터(Landeszentrale fur politische Bildung), 시민대학(Volkschochschule) 등의 기관이 학교 밖 정치교육을 담당하고 있지요.
출처 : freepik
하지만 독일은 프랑스처럼 시민교육을 명칭으로 한 교과목이나 교과서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보통 중등학교 과정에서 정치교육을 진행하는데요, 주로 사회 시간에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다양한 사회적 현상들을 제시하고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갖게 하는 것은 프랑스와 동일합니다. 교과서는 교사가 직접 가르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고 학생들이 주제와 관련해 관심 분야를 정하고 자발적으로 팀을 만들어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업 시간에서의 토론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주제와 관련해 설문조사나 캠페인, 인터뷰 등을 통해 보고서나 신문 등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 보는 활동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독일이 이토록 시민교육에 앞장섰던 이유는 온 국민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역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했기 때문입니다. 나치즘을 겪으며 교육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고, 국가권력을 경계할 수 있는 깨어 있는 시민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던 것이지요. 성숙한 시민 육성이 독일 재건을 위한 가장 필요한 전제였기 때문에, 독일의 정치교육은 오랜 역사 속에서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과거 독재와 군부 쿠데타 등의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기르기 위한 시민교육, 정치교육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2020년은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4월 총선까지 이제 3개월 정도가 남은 상황인데요. 총선을 앞두고 교육부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선거권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공직선거법 개정안으로 선거연령이 낮아진 데에 대한 대응 방안인 것이지요. 하지만 사실상 선거가 코앞인데도 교육계에선 마땅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14일 영등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요. 이날 토론회에서 서원희 학교자치실현부모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 통과는 그동안 논의에 머물던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단박에 ‘발등에 떨어진 불’로 만들었다”며 “교육부는 그동안 왜 학교 민주시민교육에서 손 놓고 책임을 회피해왔는지 묻고싶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지난 세월 동안 국내 교육이 시민교육에 대해서는 등한시해왔던 것이 사실이지요. 이제부터라도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통감하고 교육계에서의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