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경찰 출범, “늘 내 곁을 지켜주는 동물들아, 이제 내가 너희를 지켜줄게.”
우리나라에도 동물을 지키는 경찰이 생긴다
빠르면 연말부터 우리나라에도 ‘동물경찰’이라는 직업이 생길 예정입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나 동물 관련 안전조치를 소홀하게 한 사람을 처벌하고,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하는 직업입니다.
지금까지는 동물보호감시원이라는 역할을 맡은 시청, 군청의 공무원분들이 이 일을 맡아왔는데요. 고발이나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동물보호감시원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2017년 12월 이 분들을 ‘특법사법경찰관'(특별한 법에 의해 권한이 부여된 경찰관)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올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해 이 분들을 고발과 수사 권한이 있는 ’동물경찰‘로 명하고 현재 328명 뿐인 인원수를 대폭 늘리기로 결정한 겁니다.
작년 5월 독일의 시장조사기관 GfK가 22개국의 2만 7천 여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반려인구가 늘며 해외에서도 동물경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나 일반 경찰은 동물학대를 막는 데 물리적,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홍콩, 호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의회에는 매년 ‘동물경찰’에 대한 입법안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노르웨이에서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인 작년 8월에 동물경찰 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합니다.
▲ 사진출처 :Bearfotos by Freepik
세계의 동물경찰들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현재는 일부 국가에만 동물경찰이라는 직업이 존재합니다. 동물경찰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곳은 영국입니다. 영국에서 동물경찰은 경찰보다도 먼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채찍으로 맞거나 과도한 일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말과 소를 관리하기 위해 런던의 귀족들이 사립 탐정을 고용한 것이 동물경찰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귀족들의 재산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점점 동물의 보호와 구조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현재 영국의 공식동물경찰인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1824년 동물 보호에 관심이 많은 네 사람이 카페에 모여 비영리조직으로 시작하였는데요, 작년 한 해에만 13만 마리의 동물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1840년에 왕립 허가를 받으며 공식 단체로 거듭났습니다. 체포는 할 수 없지만 동물을 학대한 사람을 공소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에 법률 공부가 필수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동물경찰이 동물보호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일반 시민의 신고를 받으면 경찰과 함께 수사를 진행합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까지 동물 관련 직업은 매년 6%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동물경찰은 반려동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인기가 많은 직업입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동물경찰 전문학교를 졸업해야지만 자격이 주어진다고 하네요. 엄격한 교육을 받은 전문가이니만큼 영국의 동물경찰보다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수사권 뿐 아니라 즉시 체포할 수 있는 체포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주에서는 수갑까지도 허용한다고 합니다.
네덜란드는 동물경찰이 가장 최근에 생겼고, 권한이나 동물을 보호하는 범위도 가장 넓은 나라입니다. 네덜란드는 처음으로 국회에 ‘동물을 위한 당’(PvdD, The Party for the Animals)이 만들어진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당은 2011년에 동물경찰법안을 통과시키고 동물경찰을 출범시켰습니다. 동물경찰은 12일 동안 동물법, 학대당한 동물을 알아보는 법, 동물구조법을 비롯한 각종 동물구조활동을 교육받은 후 현장에 배치되어 반려동물의 학대, 방임, 밀렵 뿐 아니라 식용 동물들이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까지도 단속합니다. 주변에서 동물을 학대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그 사람도 함께 처벌합니다.
▲ 사진출처 :Bearfotos by Freepik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사람을 대하는 태도
독일의 사회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는 “누군가 도살장을 바라보며 ‘그들은 동물일 뿐이야’라고 생각할 때마다 아우슈비츠는 시작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같은 인권 무시는 동물을 무시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동물경찰에 대한 요구, 즉 인간과 동물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점점 상식이 되어간다는 것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인권과 동물권을 동등한 위치에 놓는 사회가 바로 인권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는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