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도 교실도 없이 교육이 이루어진다?! 세계에 불고 있는 피어교육열풍
사진출처: UNESCO
교육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지식과 경험 전수’라는 결과 중시 교육에서
‘문제 발견과 해결력’을 기르는 과정 중시 교육으로
2018년 세계경제포럼(WEF)의 보고서는 “현재 7세 이하 어린이가 사회에 나가 직업을 선택할 때가 되면 65%는 현재 없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급변하는 기술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일자리를 바꿀 것이기 때문인데요. 과거에는 지식과 경험 자체가 중요했지만, 이렇게 격변하는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암기형’이 아닌 ‘창의형’ 인재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창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근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교육방법이 바로 피어 교육(Peer to Peer Education)입니다. 피어 교육은 ‘또래’를 뜻하는 PEER라는 단어에서 따온 말인데요. 단어가 의미하는대로 나이, 특징, 문화적 배경 등이 비슷한 그룹 내에서 일부가 다른 구성원을 가르치게 하는 능동적인 학습 방법을 의미합니다. 자신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에게 수업을 들으며 지식을 전수받는 기존의 일방적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이 팀이 되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함께 문제를 토의하고, 관점을 설명하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지식을 쌓는 겁니다.
피어교육은 올해 초 <스카이 캐슬>을 통해 화제가 된 플립러닝(FLIP LEARNING, 거꾸로학습)과도 닮아있습니다. (참조: 아는 만큼 보이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교육’ ) 두 교육방법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방법은 최근 교육계의 대세입니다.
피어 투 피어 학습의 장점
–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모두 같은 배우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이해한다
- 사람은 배울 때보다 가르칠 때 더 많은 것을 기억하므로 학습효과가 좋다
– 시간이나 공간 등 비용이 절약된다
– 다른 친구를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학습동기를 유발한다
– 또래를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 협동력, 비판력, 의사소통력이 길러진다
– 동료 간의 상호 존중, 신뢰 및 협력을 촉진하기 때문에 따돌림 같은 집단문제를 예방한다
J-Gate
어른한테 물어보기 부끄러운 비밀얘기도 OK
작년에 개봉한 넷플릭스의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의 주인공은 소심하고 겁많은 남자아이입니다. 친구라고는 동네를 통틀어 한 명뿐인 아웃사이더 오티스는 어느날 학교 창고에서 아이들의 성 관련 고민들을 상담하며 아이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고, 우정을 쌓아나갑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에서는 ‘독특한 소재’라며 인기를 끌었는데요. 현실을 뛰어넘은 픽션이란 없는 법이죠. 한국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지만 해외에서는 이처럼 각 학년마다 성 정체성이나 고민들을 털어놓을 수 있는 또래들을 지정해놓고, 이들에게 상담교육과 지식을 전수하는 ‘피어 스페셜리스트’(Peer Specialist) 프로그램이 많답니다.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당사자들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동료 전문가’ 제도로 미국 뉴욕에서만 1천여 명이 공공 부문에 고용돼 활동할 정도로 피어 투 피어 교육이 활발하다고 해요.
청소년들이 어른에게 물어보기 부끄러워하고, 전문가와의 접근성이 낮은, 하지만 꼭 교육이 필요한 분야는 어디일까요? 바로 건강 캠페인입니다. 최근 피어 교육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UNICEF 등의 국제기구에서 금연교육, 성병예방교육 등 연장자나 전문가의 말보다는 또래의 말이 더 통하는 건강 분야 교육에 활용되면서라고 해요. 각 학교나 마을에 있는 학교 및 또래집단에 금연홍보대사, 성병예방홍보대사 친구들을 뽑아 교육을 시키면, 이들이 또래들에게 고민상담하듯 조언을 해주고, 전문가와 일반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겁니다.
피어투피어 교육이 활발해지는 이유? 기술의 발달
사실 피어투피어 교육은 새로운 교육방법은 아닙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긴 시간이 드는 방법이 아니더라도 수업 전 5분 정도 시간을 내서 그 주의 과목 리더가 친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념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지거나, 수업을 마치기 5분 전에 선생님에게 질문하기 전에 학생들이 서로의 질문에 답하고 대답하는 토론 시간을 만들거나, 방식으로 피어 투 피어 교육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한번쯤 해보셨던 방법일겁니다.
이처럼 서로 지식을 나누는 피어교육은 휴대폰과 인터넷의 발달을 만나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교육 현장에서도 최근 유튜브 등의 SNS를 통해 학생들이 조를 짜서 짧은 비디오 강의를 만들어 서로 가르치게 하는 피어투피어 교육이 활발하다고 해요. 또한 과제를 하기 위해 텍스트, 그림 및 비디오 채팅으로 토론에 참여합니다.인터넷 등 검색 몇번으로 얼마든지 지식을 찾아낼 수 있는 지식의 보고가 없던 시대에는 교육이 ‘지식 전수’역할을 했지만, 이제 지식은 어디서든 찾아낼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지식을 찾는 법’을 가르치는 게 교육의 역할이 된 거지요.
선생님 없이, 학생들이 꾸려가는 학교?
2013년 프랑스 파리에는 아예 선생님 없이 학생들로만 이루어진 42라는 대학까지 문을 열었습니다. 42의 학생들이 배우는 전공은 컴퓨터프로그래밍 하나 뿐인데요. 이 대학은 선생님이 한명도 없고, 세계 각지에서 입학한 학생들에 학습부터 숙식까지 같이 할 수 있도록 숙소를 제공해줍니다. 학생들은 웹사이트 혹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관심분야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같은 프로젝트를 선택한 학생들끼리 조를 짜서 인터넷을 참고하여 프로젝트를 완수합니다. 매 프로젝트를 완수할 때마다 레벨업 인증을 해주는 방식으로 학점이 인증되며 졸업레벨인 21레벨이 될 때까지는 보통 3~5년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에꼴42의 수업모습 – 사진출처: BBC
이 학교는 2013년 문을 열 때 졸업장, 교수, 학비가 없는 특이한 시스템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졸업생들을 배출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100% 취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이 학교 출신 인재를 데려가려고 줄을 서 있고, 매년 1000명 정도를 선발하는데 작년 지원자 수는 무려 7만 명에 달했다고 합니다.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42코딩스쿨이란 이름으로 분교도 열었고 미국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고 하네요.
알려주고 배우는 과정에서 채워가는 서로의 빈틈
사실 피어러닝은 아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맞대면서만 할 수 있는 교육법이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피어러닝을 하고 있습니다. “how to ~~”를 검색하면 쏟아지는 유튜브의 수많은 동영상들이 대표적입니다. ‘내가 헤맸던 것처럼 남들도 헤매지 않게’라는 좋은 이유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수하는 거지요.
“교육이란 자신의 무지를 깨달아 가는 과정이다”
– 윌 듀란트
<문명이야기>, <철학이야기> 등 여러 고전을 쓴 작가 윌 듀란트가 남긴 말입니다. 이 말을 응용해서 피어투피어 교육을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피어교육이란 각자의 지혜가 모여 우리의 무지를 채우는 과정이다”. 피어교육은 디지털 시대와 만나 선생님도 교실도 없지만 어떤 교육법보다도 큰 효과를 낳으며 21세기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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