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계화 시대가 가져올 변화
지난 5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2022, 다보스포럼)에서는 ‘탈세계화’. ‘세계화의 종식’,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는데요. 참가자들은 30년간 이어져 온 전통적 개념의 세계화가 끝나가고 있다고 경고하며 탈세계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탈세계화 (Deglobalisation)’ 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지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탈세계화는 문자 그대로 세계화에서 벗어나자는 현상으로서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세계 각국이 장벽을 높여 국가 간 상호 의존성과 통합을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세계화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글로벌 시대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적 교류를 제한하는 것을 뜻하죠.
그동안 우리는 세계화를 목표로 국가를 발전시키고 미래를 향해 도약시키는 데 주력해 왔었는데요. 국제협력을 통한 생산의 국제화와 정보 통신의 발달로 세계 도시 형성을 이뤄냈고 다국적 기업의 성장으로 인해 기술혁신을 촉진했으며 인권, 자유, 평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의 전 세계 확산을 끌어냈습니다. 이렇듯 인류의 발전을 이끌고 오랜 세월 동안 진화의 과정을 거쳐 온 세계화가 최근 선진국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세계화의 위험성과 취약성이 드러나면서 세계화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되었고 세계화의 속도가 점차 느려져 감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확산하어 왔던 세계화 흐름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데요. 오늘은 탈세계화의 배경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탈세계화의 배경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최근 또 한 번 이슈가 되고 있는 탈세계화의 원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여파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된 전 세계 공급망 혼란 그리고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심화 등에서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2020년 들어 갑작스럽게 발생한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해 경제성보다는 공급의 안정성, 리스크 회피 등이 중요시되며 글로벌 공급망과 교역이 위축되었고, 비대면 접촉이 활성화됨에 따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확대되었는데요. 특히, 마스크를 비롯한 위생용품 물량 부족 사태, 반도체 부족에 따른 제품 생산 차질, 곡물을 비롯한 식량 수출 제한 등 코로나19로 불거진 문제들을 겪으며 국가들은 다른 나라의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였죠. 최근 발생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식량과 자원을 무기화하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탈세계화를 촉진했는데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후 자국의 주요 농산물인 해바라기 기름, 밀, 귀리 등의 수출을 제한했으며, 이에 맞서 러시아도 주 생산품인 설탕, 곡물과 비료 등의 해외 판매를 금지함으로써 탈세계화의 흐름이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IRA 법안 통과로 인한 파장과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 심화로 이제 탈세계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기정사실로 되고 있습니다.
탈세계화로 인해 달라지는 것들
거시경제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아담 포센 소장은“세계화가 종식되면 세계화에 힘입어 성장한 각 국가와 기업들의 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어온 혁신 또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세계화 후퇴는 물가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단기 물가 급등 원인으로 흔히 공급망 차질과 노동 공급 부족, 재정 확대가 꼽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탈세계화 또는 반(反)세계화가 진짜 요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물가 상승과 금리의 상승은 미래가 아닌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탈세계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나 그렇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닌데요.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인 IT 기술력과 인프라가 탄탄한 국가들 같은 경우 탈세계화가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지상 전 산업연구원장(경북대 경영학과 교수)은“지금까지는 일본이 소재를 생산하면 한국이 이를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고, 중국이 다시 완성품을 생산하는 등 각국이 각자 맡은 역할을 하며 교역했지만 이런 밸류체인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탈세계화를 극복하려면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만이 최고라는 관점을 바꿔야 하며 제품 기획이나 신제품 개발, 마케팅, 공장 관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탈세계화 대응을 위한 노력
학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화의 종식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선진국 사이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세지고 있는 탈세계화 물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가 중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국제사회도 탈세계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세계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대면으로 개최하는 올해 다보스 포럼에서 탈세계화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며 탈세계화에 대한 이슈가 또 한 번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특히, 5년 후인 2027년, 세계화 모습을 4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하여 이를 대비해 국가 간 협력, 경제적 통합, 지식공유,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① 세계화 5.0(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 재화·서비스에 더해 기술·데이터와 고급인력의 교류가 빈번하게 이뤄져 국가 간 물리적·가상적 경제 협력이 모두 증대
② 물리적 개방, 가상경제 단절: 상품무역 개방이 유지되지만, 기술·디지털 등 가상적 경제는 국가 간 상호이동이 제한되고 각국의 독자적 기술 경쟁이 심화
③ 물리적 단절, 가상경제 개방: 상품 등 물리적 교역이 축소되지만, 몇몇 국가들이 공동으로 디지털·기술 관련 연구를 수행하여 가상적 경제 교류는 진전
④ 자급자족 경제(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 상품 교역 감소가 지속되는 것에 더해, 기술·디지털 등 가상적 경제에도 개별 국가의 지배력이 확대되며 교류·협력이 제한
세계경제포럼은 또한 효과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통합과 공유, 다양화가 필수적이며 고립주의보다 지역과 세계를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의사 결정권자들과 기업 비즈니스 리더들이 세계화가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닌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수단임을 인식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은 탈세계화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이미 탈세계화는 예측이 아닌 뉴노멀이 되는 만큼 이제는 탈세계화 시대가 가져올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우리의 인식 전환도 필요한 때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KDI 경제정보센터 (https://eiec.kdi.re.kr/)
2. World Economic Forum (https://www.weforum.org/)
3. 한국무역협회 (https://www.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