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CI 교체, 디지털화 시대의 정답일까? 로고 변화에 담긴 이야기
지난 3월 4일 공식홈페이지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BMW의 로고가 23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1세기가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만큼 기업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맞추어 과감한 변신을 한 것입니다. 이렇듯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추어 CI를 변경하는 것은 대다수의 기업들이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CI, 로고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만큼 쉽게 변화시키기 어려운 상징물인 것은 맞지만, 역사가 오래된 기업일수록 기존의 로고들이 시대상을 대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최근 많은 기업들이, CI를 교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BMW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기업인 KIA도 새로운 로고를 발표했고, 일본의 자동차 기업 닛산도 새 로고를 상표등록하고 글로벌 수입사에게 변경사실을 공지했습니다. 이들 기업이 오랜 기간 유지해왔던 로고를 2020년 지금에 이르러 변경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가장 대표적인 이유를 꼽자면 플랫폼의 변화와 확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 안에서 모바일의 시대로 넘어왔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로고가 표현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플랫폼이 형성으로 나타났는데요. 소비자가 주로 보는 미디어 매체들이 대형 전광판, 신문, TV 등의 비교적 넓은 화면의 형태에서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등으로 전환되어, 표현될 수 있는 화면이 작아짐에 따라 기업들도 로고의 요소를 줄이기 시작했고 로고 디자인을 기획할 때 필수적으로 웹, 앱, 소셜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로고를 함께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로고는 인식을 단순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여 인상적인 브랜드를 만들어줄 수 있지요. 미니멀리즘은 겉보기에는 단순하지만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적시적소에 필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들어 미니멀리즘 성향의 디자인이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출처 : Unsplash
21세기 CI TREND, 미니멀리즘
확장성을 고려한 디자인
우리는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오프라인의 넘어 온라인 플랫폼이 생기기도 하고, PC로만 가능했던 서비스도 지금은 대부분 모바일을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에 따라 다양한 화면을 가진 전자기기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기업은 로고를 만들 때 화면 사이즈에 맞게 다른 로고이지만 하나의 의미를 보여줄 수 있도록, 확장성을 고려하고 기업의 특징을 알기쉽고 기억하기 쉽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출처 : Responsive Logos
최소한의 색상
사실 대다수의 기업은 소비자가 쉽게 눈치채지 못하는 선에서, 로고의 디테일을 조금씩 수정해 왔습니다. 본래의 로고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이미지는 그대로 전달을 하면서, 브랜드의 확장성에 저해가 되는 사소한 요소들을 줄여온 것이지요. 최근의 트렌드는 색상의 활용을 1~2가지로 제한하여 색감을 통일시키고 최대한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로고의 변화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용자가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게 하기에 사용자가 브랜드를 접하는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고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
출처 : auto.ndtv.com / Starbucks Coffee korea
폰트의 단순화
폰트도 세리프(serif) 서체에서 산세리프(san serif)로 즉, 장식용 삐침이 없는 서체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산세리프체는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로 미니멀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패션 업계를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자사의 로고를 산세리프체 기반으로 변경하였으며 최근 이러한 변화는 패션 업계를 넘어 보험,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적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세리프는 가독성, 심미성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매체에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있다.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다.
지오 오웬 그래픽 디자이너
디지털 시대, 미니멀한 로고가 정답일까?
최근 로고 디자인 트렌드가 미니멀리즘으로 정착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미니멀한 로고가 디지털 시대의 정답이라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리는 브랜드의 로고를 접하게 되고, 어떤 플랫폼·매체에서도 이질감이 없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선 현대적이고 단순한 디자인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브랜드의 역사가 길고 주 소비자들의 기존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수록 기존의 로고가 주던 시각적 요소와 정체성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한 예로,과거 나사의 로고 변경 일화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975년 당시, 나사는 디자인 제작이라고 보기에도 힘들만큼의 아주 심플한 로고로 탈바꿈 하였지만, 나사의 원로 멤버들이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달 착륙 이후 점차 약해져 가고 있는 나사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라며 우리가 지금 익히 알고있는 나사 고유의 로고를 1992년부터 다시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출처 : NASA
과거 디자이너들이 쌓은, 위대한 유산을 제거하고 있다.
데이비드 루드닉 폰트 연구가
미니멀리즘은 사용자가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한 표현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자에게 필요한 디테일을 제거하거나 숨겨버려서 로고가 주요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기업의 아이덴티티가 잘 표현되고 있는지 자세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는 기업들이 점점 미니멀을 추구하여 로고의 디테일과 구성요소들을 하나하나 제거하면서 이러한 변화로 인해 나중에는 로고들이 획일화 되어 보이고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이 본래의 카메라 형태의 어플리케이션 아이콘을 지금의 플랫한 디자인으로 변경했을때, 많은 사용자들로 부터 질타의 목소리를 듣기도 했었지요.
과거의 로고 디자인은 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타사와 구분될 수 있는 독창성 등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에서 개발·발전되어 왔다면 현재는 브랜드의 인지도를 확산시키고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신뢰를 줄 수 있는가 하는 브랜드 마케팅 관점에서 발달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적용된 로고의 변화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을 바탕으로 최근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1세기에서 로고가 가지는 의미
CI, 로고는 온·오프라인 모든 채널에서 기업과 고객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최접점이기 때문에 기업에게 있어 더 없이 중요한 브랜드 마케팅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이밍, 로고 디자인만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각인 시켜야 하니까요. 모든 기업이 미니멀하게 로고를 바꾸는 건 아니지만, 새롭게 시대의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세대들에게 오래된 로고 디자인은 ‘낡은 구시대의 유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고객들의 반발이 크지 않은 선에서’ 브랜드의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 시킬 수 있는 로고가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점에서 디자인이 추구하는 방향이 미니멀리즘으로 획일화 되고 있는 것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적 상황, 그리고 소비자의 인식의 변화, 브랜드를 소비하는 주 타겟층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기존의 로고에서 어떤 점을 고칠 것인지, 어떤 점을 유지하고 싶은지,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전략적으로 고민이 뒷받침 되어야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성공적인 로고의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