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앙아 수교 30주년 기념 – 실크로드의 나라들
올해는 한국-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의 역사가 말해 주듯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중국, 터키, 이란 및 인도, 러시아를 동서남북 사방으로 연결하는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대외 인적자원 교류를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의 주요 수입 상대국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차세대 신흥시장으로서의 협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데요. 중앙아시아 인구 6500만 명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의 인구수를 합하면 20억이 넘는 거대 시장 규모로 발전이 가능하며,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4차 산업혁명과 경제 현대화 정책이 경제·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옴에 따라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열린 제14차 한-중앙아 협력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는데요. 특히 2022년 한-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아 신북방정책의 흐름에 맞춰 국가 간 다양한 문화 활동을 추진하고 양국 국민 교류를 활성화에 힘쓰기로 협의했습니다.
한-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중앙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특징과 문화를 함께 알아보고 수교의 의의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10만 고려인의 나라 – 카자흐스탄
지난 1943년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서거한 지 78년, 마침내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독립전쟁의 전설’홍범도 장군의 봉환 소식을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셨을 텐데요. 지난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 정상회담을 거쳐 유해 송환이 성사된 것입니다.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홍범도 장군을 포함한 고려인들이 카자흐스탄에 정착하게 되었는데요. 현재도 약 10만 명의 고려인들이 카자흐스탄에 거주하고 있죠.
우리 민족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국가로 서유럽과 맞먹는 면적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큰 내륙 국가입니다. 카자흐스탄은 역사와 유목 문화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양쪽에 걸친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가장 다양한 국가 중 하나인데요. 카자흐인과 러시아인뿐만 아니라, 근세에 강제이주 정책을 통하여 정착한 볼가 독일인, 폴란드, 우크라이나, 크림 타타르족, 칼믹족, 고려인 등이 각자 고유의 종교와 문화적 유산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오랫동안 한국과 중앙아시아 최대 한류 열풍의 중심이자 한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서 함께해 왔는데요. 역사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현재 카자흐스탄 내의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겁다고 합니다.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시의‘멜로만(MELOMAN)’이란 대규모 서점에서는 케이팝을 주제로 한 도서들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 1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한‘안녕! 케이팝 페스타(Сәлем! K-POP Festa)’는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하며 한류의 인기를 입증하기도 했죠.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과 1992년부터 현재까지 정치·경제·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우호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앞으로 전략적 동반자로서 우호적 상생 관계가 기대되는 나라입니다.
중앙아시아의 중앙 – 우즈베키스탄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우즈베키스탄은 130개의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다민족 국가로, 우즈베키스탄인 80%, 타지크인 5%, 러시아인 3.7%, 카자흐인 3.6%, 고려인 0.6%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의 문화는 활기차고 독특하기로 유명한데요. 유럽식 문화와 우즈베키스탄 인들이 만들어낸 이슬람 문화가 융합되어 독특한 삶의 방식과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죠. 이는 수천 년에 걸쳐 형성되어 온 것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즈베키스탄의 영토에 거주했던 여러 시대 사람들의 전통과 관습이 한데 어우러진 것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고대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아랍인, 중국인, 러시아인을 비롯하여 유목민 투르크 부족까지 모두 중앙아시아 문화의 전형으로 간주되는 우즈베키스탄 문화에 기여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오랜 기간 고려인과 함께 살아온 영향으로 우리나라 전통과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자국 내 고려인의 긍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한국인 및 한국 전반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최초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을 대상으로 시작한 한국어 교육은 최근 고려인뿐만 아니라 우즈베키스탄 현지인들의 관심 증가로 인해 그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초·중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1만 명이 넘는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한국어를 정규과목으로 배우고 있으며, 비정규 교육기관인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의 한국어강좌 수강생과 한글학교 학생들까지를 포함하면 전체 약 2만 명의 우즈베키스탄 학생들이 한국어를 학습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수도 타슈켄트 뿐 아니라 지방도시까지 한국어 학습열기가 확산되어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 내 한국어 확산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크로드의 불꽃 – 투르크메니스탄
‘천연가스의 부국’으로 알려진 투르크메니스탄은 옛 소비에트 중앙아시아 공화국 중에 카자흐스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나라입니다. 전 세계에서 러시아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로 유명한데요. 세계 4위 천연가스 보유국으로, 앞으로 100년간 시추 가능한 방대한 양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국토의 80%가 사막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구수가 적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한반도 크기의 약 2.2배에 달하는 면적에 인구는 고작 600만 명으로, 중앙아시아의 공화국 중 가장 적은 인구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중앙아시아의 북한’으로도 불리는데요.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권력 세습을 통해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베일에 가려져 있으며 외국인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미지의 국가로 평가받아왔었는데요. 최근 대외적으로 개혁과 개방된 국가의 이미지를 부각하며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중앙아시아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과 석유·가스 시설 건설, 교통, 건설 분야에서 활발히 협력하고 있는데요. 외국투자의 유입을 적극 권장하는 정책과 대외적인 문호 개방 정책으로 인해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한국산 버스와 자동차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무라트 마멧알리예브 주한 투르크메니스탄 대사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한-투르크메니스탄 관계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는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과 교역하며 고대 도시 메르브(Merv)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실크로드로 동서양을 잇던 과거와 같이 오늘날에도 투르크메니스탄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길목에 있어 한국의 신북방정책 협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히며 한-투르크메니스탄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었는데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투르크메니스탄의 에너지자원의 시너지를 통해 앞으로 한국과 투르크메니스탄이 교류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붕‘파미르고원’을 품은 나라 –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은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국가인데요. ‘땅보다 하늘이 가깝다’ 할 만큼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원지대인 파미르고원을 품고 있는 이 나라는 국토의 약 90%가 산악지대로 이루어진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작은 공화국입니다. 타지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이란과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페르시아계 백인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인데요. 다른 중앙아시아 민족들과 다르게 유럽인들과 비슷한 외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해 협력 잠재력, 경제 성장율, 수자원 인프라, 공적개발원조(ODA) 지원필요성 등의 요소를 고려하여 타지키스탄을 ODA 중점협력국으로 선정했는데요.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한국 신북방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위한 실질 협력을 확대하고 정부를 비롯한 기업인 간 소통 창구를 마련하여 타지키스탄과의 산업역량 강화를 위한 개발협력을 이어나가기로 했습니다. 올해에는 수도 두샨베에 KOICA(한국국제협력단) 타지키스탄 사무소를 개소하고 지난 6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함에 따라 외교적 소통 인프라도 마련되었는데요. 수교 30주년을 맞아 앞으로 다양한 협력 사업이 추진될 계획입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대통령부터 농촌 거주민까지 한국을 가장 친근하고도 교류해야 될 우방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의 대중문화에 큰 호감을 갖고 있으며 이주노동, 유학,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손꼽힌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아시아는 지하자원이 풍부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차세대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역사적 유대감과 한류를 바탕으로 한 문화교류를 통해 끈끈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1, December). 한-중앙아 수교 30주년: 경제협력 평가와 4대 협력 과제 (No. 21–33). https://www.kiep.go.kr/gallery.es?mid=a10101010000&bid=0001&list_no=10024&act=view
2. 계명대학교 한국학연구원 (https://newcms.kmu.ac.kr/)
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http://kofice.or.kr/)
4. 해외문화홍보원(https://www.kocis.go.kr/)
5. 한국국제협력단(https://www.koic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