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문화,예술이 되다. 공공미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Connect BTS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7’의 발매를 앞두고 공개한 이미지. 해당 이미지에는 맵 오브더 솔:7의 컨셉아트와 함께 CONNECT BTS 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 유수의 도시명이 써있었습니다.
출처 : BigHit Entertainment
이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컴백과 함께 월드투어 콘서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그 실체가 드러나자 전 세계인들은 BTS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커넥트 BTS’는 제시한 도시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신개념 미술 프로젝트였기 때문이지요. 방탄소년단이 직접 미술창작을 하거나 방탄소년단에 영감을 받은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음악을 통해 강조해온 철학, 즉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지지 그리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존중을 공유하는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들이 도시별로 하나씩 전시를 계획해 이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출처 : Connect BTS 홈페이지
런던·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서울·뉴욕의 유수 미술관에서 열리는 신개념 미술 프로젝트 ‘커넥트, BTS’는 세계적인 미술관을 ‘커넥트, BTS’라는 타이틀로 엮는 거대한 국제 미술 프로젝트입니다. 영국 런던 하이드 파크 안에 자리 잡은 서펜타인 갤러리는 영국의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으로 거장 큐레이터 한스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관장으로 있는 곳인데요, 지난 1월 14일 아침, 이곳에 설치된 TV화면에서 한국의 K-Pop 스타 방탄소년단의 실시간 동영상이 송출되었습니다. “이렇게 세계 각지의 저명한 미술과 큐레이터 분들과 ‘커넥트(Connect), BTS’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것이 바로 국제 미술 프로젝트이자, 신개념 아트 프로젝트인 ‘Connect, BTS’의 시작이었죠.
Connect, BTS의 일환으로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에서는 14일부터 3월 15일까지 덴마크 작가 야콥 K 스틴센이 숲의 성장 과정을 디지털 시뮬레이션한 몰입형 영상작품 ‘카타르시스’를 선보입니다. 스틴센은 “내 작품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자연을 연결하는 것에 대한 것”이라며 “서로 다른 예술 장르와 다른 지역을 연결하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출처 : 서펜타인 갤러리
베를린의 유명한 현대미술관 그로피우스 바우에선 이곳의 관장이며 세계적인 한국 작가 이불의 개인전의 큐레이팅한 바 있는 스테파니 로젠탈이 세계 각지의 행위예술가 17명을 모아 1월 15일부터 2월 2일까지 다양한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아티스트 중 나이지리아의 젤릴리 아티쿠(Jelili Atiku)는 인권 문제에, 미국의 보이차일드(Boychild)는 젠더 문제를 다루는 행위 예술가로 잘 알려져 있죠. 그 외에 체브뎃 에렉(Cevdet Erek), 마셀로 에벨린(Marcelo Evelin), 마리아 핫사비(maria Hassabi), 메테 잉바르첸(mette Ingvartsen), 바바 무라와 칸돔블레 베를린(Baba Murah and Candomble Berlin), 안토니야 리빙스톤(Antonija Livingstone), 빌 폰타나(Bill Fontana) 등이 참여했습니다.
1월 16일에 진행된 오픈식 퍼포먼스에서는 수백 명의 관람객이 참석해 관객만이 아닌 참여자로서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치유의 이식’, ‘소통’, ‘사유’에 걸맞은 시각적이고 참여적인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출처 : BANGTANTV Youtube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한국에서 최근 개인전을 한 바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아티스트 토마스 사라세노가 그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에어로센(Aerocene)’ 즉 열기구와 비슷하지만 화석연료 없이 오로지 공개와 태양열을 이용해 떠오르고 이동하는 기구에 사람을 태우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거대한 열기구 모습의 조각작품 ‘에어로센 파차(Fly with Aerocene Pacha)’는 지난 지난 1월 28일 남미의 소금 사막인 살리나스 그란데스(Salinas Grandes) 상공에 띄워졌습니다. 이번 작품은 예술, 과학기술, 그리고 환경 운동의 교차점에서 지난 20여 년 간 만들어낸 실험의 결정체였습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태양광으로만 인간이 날아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역사적인 실험의 순간이었죠. 작품명인 ‘에어로센 파차’는 잉카 제국의 우주관에 등장하는 것으로, 지표면 아래의 것과 지상의 가장 먼 우주까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하나로 아우르는 ‘파차(Pacha)’의 개념에서 차용했다고 합니다. 사라세노의 이 프로젝트는 화석 연료 등 인공적인 에너지로부터 벗어나 오직 태양의 힘을 빌려 비행하는 세계 최초의 기록으로 스위스 로잔의 세계항공스포츠연맹의 담당자가 현장 참관하여 순수 태양광 자유비행의 기록 6개를 공식적으로 갱신하고 세계 기록을 수립했다고 밝혔습니다. 퍼포먼스가 펼쳐진 살리나스 그란데스는 접근이 힘들고 땡볕이 내리쬐는 사막임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방문객이 먼 길을 찾아와 ‘에어로센 파차’의 역사적인 비행을 감상했다고 합니다. 특히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ARMY)도 현장을 찾아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안무를 따라하며 CONNECT,BTS를 자축하고 사라세노의 야심찬 비행을 응원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해당 비행기록은 위성 중계를 통해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되어 전세계에 방영되었고, 약 2만 6천여명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사라세노의 비행을 지켜봤습니다.
출처 : Aerocene Pacha 홈페이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지난 1월 28일부터 ‘Connect, BTS’의 막이 올랐습니다. 서울 전시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대규모 공간 설치 작품과 Connect, BTS 프로젝트에 동참한 유일한 한국 작가 강아연씨의 작품으로 구성됐습니다. 영국 출신인 얀센스는 벨기에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주로 빛과 색채, 안개 등을 이용한 공간 연출을 통해 공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전시작품을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린, 옐로, 핑크’와 ‘로즈’ 두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대규모 공간 설치 작품인 ‘그린, 옐로, 핑크’는 공간을 안개로 가득 채우고 빛과 색채에 형태와 질감을 부여해 명상적이고 싲거인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안개는 시야를 가로막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록 유도하고, 안개가 가지고 있는 가림과 드러냄의 이중적인 속성은 마치 가면을 쓴 것 같은 현대인들의 속성을 보여주는 은유적인 장치로 작용합니다.
얀센스의 두 번재 작품인 ‘로즈’는 빨간 방 안에 불빛 7개가 별을 만들고 있는 작품으로, 포그스타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세상과 경험에 대한 관심을 중점적으로 관람자 자신이 둘러싼 환경 속에서 본인의 인식 과정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강이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비욘드 더 씬’이라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방탄소년단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재해석한 영상을 전시 공간 전체에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 작품입니다. 한 겹의 흰 천 뒤에서 벌어지는 7명의 퍼포머가 얽어내는 안무는 흔적으로만 보이기 때문에 익명성을 띠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드러납니다.
이번 서울 프로젝트는 한국의 이대형 아트 디렉터가 총괄 기획을 맡고 직접 큐레이터로 참여했습니다. 이대형 아트 디렉터는 “Connect, BTS”가 현대 미술과 음악의 경계를 넘어 5개 도시를 연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라고 소개하며, “22명의 예술가들과 큐레이터들이 방탄소년단의 포용적인 철학과 가치에 공감하며 공동으로 전시 기획을 실험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 Connect BTS 홈페이지
Connect BTS 프로젝트의 마지막 정점을 찍는 뉴욕 전시는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앤터니 곰리가 맡았습니다. 곰리가 제작한 대형 굴곡의 입체 조형물 ‘뉴욕 클리어링(Clearing)’은 지난 2월 4일 미국 뉴욕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 피어3에 모습을 보였는데요. 뉴욕 클리어링은 18km에 달하는 알루미늄 선으로 구성된 조형물로, 곰리가 선보이는 최초의 야외 대형 공공예술 프로젝트입니다. 높이가 최대 15m 에 달하는 이 조형물은 알루미늄 선이 수없이 반복되고 겹치는 입체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조형물은 관객들이 작품 속으로 직접 걸어갈 수도 있는 ‘관객 참여형’ 작품입니다. 곰리는 나와 타인, 나와 세상의 관계가 무한하게 확장 가능하다는 상상을 작품 속에 구현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작품을 방문해 관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작품 앞에 서면 이스트리버(East River) 너머로 뉴욕의 전경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작품이 들어선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는 황폐했던 산업단지가 시민을 위한 녹지공간으로 재탄생한 도시재생 공간입니다. 곰리의 작품은 3월 27일까지 전시되며 이날을 끝으로 ‘Connect BTS’의 대장정이 마무리됩니다. 앤터니 곰리는 “예술은 연결(Connect)”이라며 BTS가 전 세계적인 동질감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인종과 계층, 세대를 뛰어넘어 전 세계를 포용하려는 BTS 정체성을 자신의 작품에 담아냈다는 것입니다. 그는 “알루미늄 선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 접합 부분을 서로 맞춰 하나의 매끄러운 선이 되도록 표현했다”며 “작품에서 공동 의식이 느껴졌으면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출처 : Connect BTS 홈페이지
방탄소년단의 철학에 공감하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세계 곳곳에서 작품을 전시한 프로젝트, ‘Connect, BTS’ 세계의 주요 외신들은 이 프로젝트를 두고 BTS가 공공미술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했다고 잇달아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방탄소년단이 대중 예술 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있다”며, 그동안 방탄소년단이 강조해온 메시지와 UN연설 등을 언급하고 “Conect, BTS 예술 프로젝트는 뮤직비디오와 같이 유튜브에서 수백만의 뷰를 만들어내지는 않겠지만, 방탄소년단의 원대한 목표를 표출한다”며 “대중의 호소력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인기를 위해 그들이 추구하는 바를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호평했습니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 미셸 조(Michelle Cho)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방탄소년단과 미술의 연관성은 상업주의를 넘어 예술의 문화적 영향에 대한 관심을 시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Connect, BTS 프로젝트에서 전시 방향성, 작가 선정 등에 참여했습니다. 작가와 화상 통화로 인터뷰를 하고 또한 목소리 도슨트로도 참여했지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BTS 멤버들이 전시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기여는 BTS가 갖는 파워 자체였습니다. 영국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 큐레이터들은 “지금까지 없던 일이 벌어졌다. 전시장에 들어오는 관객층의 색깔이 달라워졌다”며 놀라워 하기도 했습니다. 예술 분야와 대중 음악의 결합, 이전에는 YG엔터테인먼트의 남성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이 국내 아티스트들과 ‘피스마이너스원:무대를 넘엇(PEACEMINUSONE:Beyond the Stage)’라는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이번 Connect BTS는 방탄소년단이 직접 예술작품 자체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메시지를 공유하고 세계 각지를 연결한다는 아주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탄소년단의 시도는 앞으로도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외의 전시에 참여해보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지금 DDP에서 3월 20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1인 2매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인터넷을 통해 예약이 가능하니 한번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