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의 경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때
모히또 가서 몰디브나 한잔해야지
영화 <내부자들> 中
영화 “내부자들”에서 유명한 배우 이병헌 님의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여기서 정확히는 몰디브가 지명(地名)이고, 모히또(Mojito)가 술의 일종이기 때문에 앞뒤가 바뀐 재미있는 대사가 되었지만 모히또와 몰디브를 헷갈릴만큼 무식한 영화 속 인물 “안상수”에게도 ‘몰디브’가 아주 유명한 휴양지로서 각인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신혼여행지로도 각광 받는 몰디브는 세계적인 휴양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한편 몰디브는 ‘가라앉고 있는 섬’으로도 유명합니다. 해마다 해수면이 3mm 높아지며 섬이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어 언젠가는 더 이상 찾아갈 수 없기에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가봐야 할’ 낭만적인 곳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 ‘가라앉는 섬’이라는 타이틀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실제 그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재앙이기도 합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투발루”라는 섬나라 역시 해수면 상승에 따라 점점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투발루는 총 아홉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인데요, 이 섬들은 평균 해발 고도가 3미터 정도로 낮고 지형이 아주 평평합니다. 섬 대부분의 지역이 해수면과 높이가 같아서 조금만 바닷물이 불어나도 금새 섬이 물에 잠겨버립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마셔야하는 지하수에 바닷물이 섞이면서 마실 물은 점점 없어져가고 코코넛 나무나 농작물들도 죽어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람이 살기 힘들어진 섬이 되버린 곳을 뒤로하고 투발루 사람들은 하나 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진출처 : Tomoaki INABA
피난처가 없는 공포
지난해 네이처커뮤니케이션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투발루의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3.9mm 입니다. 이대로라면 100년 후에는 나라 전체가 사라지게 되죠. 변화하는 기후로 인해 나라를 잃어버리게 될 처지에 놓인 이들. 이들은 ‘기후 난민’입니다. 수많은 강대국에 비해 투발루의 규모는 매우 작고 그들이 지구에게 입힌 해악은 제로에 수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로 인해 그들이 잃어야 할 것은 그들이 가진 ‘전부’입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러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국제 사회가 그냥 두고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투발루 사람들의 미래는 생각보다 막막합니다. 누군가가 이들을 감당해야 한다는 말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다른 나라보다 크게 진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주는 일이 되는데다, 일부 난민이 아닌 하나의 ‘국가’를 떠맡는 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제로 투발루 주변국들도 그들을 수용하길 꺼려했는데요, 투발루인들의 위기가 이슈가 되기 시작했을 때 호주는 이들의 이주를 전면 거부했습니다. 그리고 뉴질랜드의 경우 연간 75명만을 수용했습니다. “신체 건강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뉴질랜드에 직장을 둔 45세 미만의 자”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죠. 대다수의 일반 국민들은 다른 나라로의 이주조차도 쉽지 않은 것이 투발루의 현실입니다.
우리를 생각해 주세요
투발루 기후변화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소포앙가 소파투 투발루 적십자 사무총장은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투발루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이곳에 남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정신까지 결정짓지는 못한다. 최근 우리는 학교 정규 과목에 ‘기후 변화’를 포함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래 세대가 맞닥뜨릴 문제를 스스로 생각해보고 해결에 필요한 사고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우리는 아이들이 이 나라를 그저 ‘물에 잠기는 나라’로 생각하기보단 ‘내가 어떻게 하면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에 집중하길 원한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기후변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준다. 예를 들면 ‘해수면이 차올라 더 이상 농작물을 키울 수 없다면 어떻게 행동하겠니?’와 같은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너의 역할이 무엇이니? 하고 묻는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어떤 정답을 말해주지 않는다. 미래의 주역인 아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소포앙가 소파투 사무총장은 지구라는 행성에 같이 살고있는 인류로서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항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환경 문제를 눈 앞에서 느끼고 있는 투발루의 아이들. 투발루의 푸나푸티 나우티 초등학교의 아이들은 한국의 학생들에게 “나무를 많이 심으세요”, “차 타는 걸 줄이세요”, “쓰레기를 태우지 마세요”라고 이야기 합니다. 전체 학생 25명 중 기후 변화에 대해 걱정한다는 학생들이 무려 21명. 어린 초등학생이지만, 현실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간절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투발루가 이러한 위기에 처한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자면 ‘전 인류’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
능동적인 생각이 필요할 때
지구의 온도가 1℃ 상승하면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고 벵골만이 침수되며 미국의 서부가 사막화가 된다고 합니다. 2℃ 상승하면 해수면이 7m가 상승하고 환경 변화에 취약한 열대우림 생태계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하죠. (참조 : 지구의 온도가 ‘2도’ 상승했을 때 펼쳐질 우리의 미래는?)물론 이쯤되면 투발루는 이미 물에 잠기고 더 이상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투발루의 경고를 통해 우리는 기후 변화가 더 이상 손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우리의 삶에 큰 위협을 주지는 않을지 몰라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생명과 삶의 터전에 큰 위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사명을 가진 주니어 앰배서더가 꾸준히 환경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지구라는 행성을 함께 공유하는 인류로서 우리도 이들의 위기에 공감하고 함께 싸우는 노력이 필요할 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