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로 더욱 강해진 소비문화, 언택트(Untact)
코로나 19 의 확산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코로나 감염을 막기 위한 국민 행동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시하며 감염이 걸린 사람과 감염되지 않은 사람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낮추는 한편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등의 진단 검사와 함께 철저한 역학 조사로 코로나 전파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정부의 노력에도 질병이 전파되는 것은 막기가 힘든 상황이긴 합니다. 그러나 타국의 감염 상황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초기 감염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 사태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확진자를 조금씩 줄여나가며 완벽하지는 않아도 최선의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정착되면서 소비문화도 확연히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부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현재 빠르게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의 상황과 견주어 보았을 때 국민들 스스로 위기 의식을 가지고 사람들이 밀집된 지역의 방문을 자제하고 외출 자체를 최소화 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감염병 관리에는 효과적이나 사회 전반의 경기 침체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 이전부터 점차 도입해 왔던 ‘언택트(Untact)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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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소비 침체기에 접어든 반면 이커머스, 온라인 등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으며 언택트 소비는 시장의 중심 축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온라인으로 구매하지 않았던 생선회, 정육, 우유, 계란 등 신선식품 구매도 늘고 있으며 쿠팡이나 11번가 같은 대형 온라인 쇼핑몰 업체 외에 소규모 전문업체들에서도 신규 가입자와 주문량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올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달 대비 6.6% 성장했는데, 이중 오프라인 매출 상승폭은 4.1%로 온라인 10.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금융권 역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언택트 마케팅을 상당 부분 진행중에 있습니다. 19개 국내 은행의 지난 2018년 인터넷 뱅킹 이용 비중은 53.2%로 2014년 35.4%에 비해 4년 새 17.8% 포인트 급증했고, 반면 은행 창구거래 등 대면 거래 비중은 지난 2017년 10%에서 2018년 8.8%로 격감, 아예 한자리수로 낮아졌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문은행 출시와 더불어 챗봇과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등을 통한 비대면 서비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요.
전문가들은 경제 환경에서 언택트가 메가트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시간 및 비용 절감, 효율성 제고, 불편과 번거로움 감소, 위험 회피 등 경제주체들이 비대면 거래를 통해 누릴 수 있는 이점과 혜택이 적지 않기 때문이지요. 언택트 마케팅은 그간 꾸준히 확산하기는 했지만 20·30세댈중심으로 한 1인 가구의 증가, 대면 서비스를 불편해하는 소비 심리 등으로 인해 당초 유통업계 온라인 시장에 국한적으로 사용되던 용어였지만, 코로나 19라는 변수를 맞아 ‘위생’, ‘비접촉’ 등의 키워드를 등에 업고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르게 빠르게 일상 속에 자리잡아 가고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 이론처럼, 질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안전에 대한 욕구는 생물학적 욕구와 더불어 우리 인간의 가장 강력한 동인이기 때문이지요.
비대면 서비스 발굴에 힘쓰는 기업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비대면 서비스 개발 및 확대, 발굴이 한창입니다. SK텔레콤은 AR(증강현실) 기반의 동물 사진을 다른 사용자와 함께 보고 즐기는 ‘AR 오픈갤러리’ 서비스를 지난 2월 말부터 운영 중입니다. 이 갤러리에는 서비스 공개 2주만에 약 3000여장의 사진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동시에 인공지능 스피커 ‘누구(NUGU)’ 전용 명상 기능 ‘누구 마음보기’를 SK텔레콤 사내 구성원 뿐 아니라 일반 고객에도 개방하기 시작하면서 우한 코로나 공포에 지친 고객들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섰습니다.
KT는 오프라인 모임을 잠정 중단한 종교 단체와 감염병 대응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지역보건소에 그룹간 소통을 지원하는 ‘올레 tv CUG(Community User group, 공동사용자그룹)’ 서비스를 오는 6월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올레 tv CUG는 특정 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자체 방송국으로, 종교 단체를 비롯해 지자체, 기업, 아파트 입주민 모임, 동호회 등에서 정보 공유 및 소통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투숙객 저하의 직격탄을 맞은 호텔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언택트 서비스를 적극 선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주중 1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하는데요, 극도의 위기에 내몰린 각 호텔들은 룸서비스를 강화한 투숙 패키지 제공, 객실 ‘모바일 키리스 시스템’ 등을 내세우며 언택트 패키지로 불황을 극복하려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기업들의 비대면 문화는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더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요, 대면 면접이 아닌 온라인 중심의 ‘언택트 채용’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 16~19일 기업 인사담당자 331명을 대상으로 언택트 채용에 대해 조사한 결과 69.2%가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고 23일 발표했습니다. 현 상황에 맞춰 감염 우려를 낮출 수 있는 점, 그리고 채용 절차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새로운 채용 방식 도입의 전환점으로 삼고자 함, 등이 언택트 채용에 찬성하는 이유였습니다. 그리고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실제로 면접 전형에 많은 지원자가 모이는 것을 피하고자 화상 면접을 도입했습니다. 요기요, 배달통 등을 서비스하는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는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200~300명 정도의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지원자에게 화상면접 선택권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기업들의 이러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들은 앞으로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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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서비스 제공하는 문화예술 시장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 문화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문화예술 산업쪽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공연 및 전시 등의 문화예술 서비스는 현장에서 관람하는 것이 아주 기본적인 상식이었죠. 하지만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급격하게 관람객들이 줄자, 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공연 업계는 본격적인 온라인 콘텐츠 제공에 나섰습니다. 그간 일부 공연들이 실황 중계와 같은 방법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지금은 점차 다양한 산업 종사자들이 활로를 위해 비대면 서비스를 늘려가고 있는 것이지요.
유튜브로 보는 국립현대미술관 전시투어
출처 : 국립현대미술관 Youtube
현재 휴관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전시에 적용한 유튜브 영상물을 SNS를 통해 다시 소개하고 있습니다. ‘광장 : 미술과 사회 1900-2019’,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기억된 미래’를 비롯해 총 10개의 전시투어 영상을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이 인기라고 합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사가 직접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을 실감나고 흥미롭게 설명하는 전시투어 영상은 약 30분~1시간 정도 진행됩니다.
VR로 감상하는 미술관 전시
사비나 미술관은 그동안 펼쳤던 전시를 한데 모아 VR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비나 미술관 홈페이지에 ‘디지털 뮤지움’ 카테고리를 클릭하면 총 29편의 전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VR 촬영 기법’이 적용된 영상은 공간의 360도를 커버하기 때문에 기존의 전면만 사용하는 일반 영상에 비해 좌, 우, 앞, 뒤, 위, 아래의 공간을 모두 볼 수 있어 실감나는 전시투어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사비나 미술관 외에 서울옥션과 아이옥션도 경매 출품작을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서울옥션은 출품작 127점을 VR 전시장 보기와 함께 e-Book으로 도록 보기 등의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아이옥션도 3월 메이저 경매 출품작을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게 VR 전시관을 마련했으며, 고미술품 166점, 근현대미술품 32점 등 총 198점을 선보입니다.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는 올해 여는 첫 전시인 독일 작가 듀오 펠레스 엠파이어(Peles Empire)의 개인전 ‘여기에도, 나는 있다(Even here, I exist)전을 온라인으로 공개했습니다. 이외에 리안머핀 서울에서 여는 ‘거대한 뜨게 모자’로 유멍한 어윈 웜의 개인전 ‘안녕, 서울!’과 고려대 조은정 교수가 기획한 서울, 뉴욕, 런던, 파리에 거주하는 4명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미술관에서 만나는 평화의 전사’ 등의 전시회 모두 온라인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관중 공연과 스트리밍 서비스
미술계가 VR 기술 등을 활용해 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공연계는 관중없이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VOD로 제공한다거나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송출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찾아가고 있습니다.베를린 필하모닉은 지난 3월 12일 무관중으로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였습니다. 생중계로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추후에 다시 볼 수 있도록 VOD 영상을 제공 중입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를 비롯한 예술 단체들도 무관중 공연 녹화, 또는 과거의 영상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KT체임버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용배의 클래식 공연이 무관중으로 진행 된 후 올레 TV를 통해 VOD로 제공되는가 하면,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도 코로나 19의 여파로 취소된 공연을 무관중으로 진행하고 이를 촬영하여 유튜브를 통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마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마포문화아트센터는 지난 2월 5일부터 휴관에 돌입했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수급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업계 전반의 침체는 물론 관련 종사자들의 형편도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한 대책으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의 문화서비스 콘텐츠 제공에 나섰습니다. 공연 전시 및 체유, 교양 분야의 다양한 오픈소스 콘텐츠를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마포아트센터 홈페이지와 카카오플러스 등을 통해 제공하는 한편 오는 31일에는 특별 공연인 ‘월드 뮤직과 댄스1 – 탱고편 : 올댓 탱고’를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하고 마포구 ITV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으로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공연들도 대다수가 취소되거나 무관중 공연-온라인 중계로 대체됩니다. 오는 31일로 예정된 서울시오페라단의 ‘세비야의 이발사’는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하며 온라인 생중계 됩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장기화되면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의 생계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는 무관중 공연, 온라인 중계 등을 통해서라도 공연이 취소되지 않을 수 있게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인해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많은 산업들이 급격한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 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의 경우도 각종 스포츠 경기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일 가능성이 높은 공연과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역시도 4월부터 예정되어 있던 월드투어 <맵오브더소울>을 무기한 일정 연기했습니다. 반면 OTT, VOD 서비스는 대 호황입니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사회 풍토가 이러한 OTT 서비스들의 인기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인데요, 대표적인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 왓챠플레이, 웨이브 등과 같은 플랫폼의 가입자 수가 늘고 있고, 시청시간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로 인한 이러한 경기 침체 여파는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어도 2020년 상반기 동안은 외출을 자제하는 문화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변화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 분야는 새로운 방법을 물색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된 것이 바로 ‘언택트’ 이지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코로나는 디지털 시대를 보다 빠르게 찾아오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공연, 로봇과 인공지능이 접목된 비대면 서비스 등은 이전까지는 아직 대중적으로 도입되기는 어려운 실험적인 단계의 서비스로 머물렀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일상속으로 들어오고 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