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앰배서더] 더이상 미룰 수 없다! 생존을 위한 플라스틱 사용 금지 운동
▲ 사진출처 : BBC
플라스틱으로 죽어가는 육지와 바다
지난 2월, 스페인의 한 해변에 10m가 넘는 고래가 죽은 채로 해변에 떠내려 오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검 결과 고래의 사인은 뱃속에 든 29kg의 플라스틱 비닐이 소화기관을 막아서였습니다. 작년에는 플라스틱 빨대 때문에 콧구멍이 막혀 죽은 바다거북도 발견됐습니다. 플라스틱에 노출된 바다생물들은 영양실조, 복막염을 비롯한 각종 염증으로 서서히 죽어갑니다.
플라스틱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는 것은 바다생물 뿐만이 아닙니다. 파도와 자외선에 노출되며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들은 물속에 녹아들어 육지동물과 인간의 목숨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에는 살충제 성분인 DDT, 절연재인 PCBs(폴리크로리네이티드비페닐), 유연재인 프탈레이트, 화염방지제인 유기브롬화합물 등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다량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성분들은 환경호르몬과 갖가지 화학성분들을 내뿜어 생물의 단백질과 DNA를 손상시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인체에 흡수되면 내분비 장애, 생식기능 저하, 피부・호흡기 질환, 뇌 발달장애, 간 기능 저하, 암 등을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플라스틱의 특성상 바다 독성물질까지 흡착하여 더 위협적인 존재로 변해 마시는 식수, 농작물을 통해 인간의 몸에 스며듭니다.
2017년 9월, 영국의 언론사 가디언은 각국의 수돗물에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 14개국의 수돗물 중 83%에서 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우리나라 24개 정수장 중 3곳에서도 리터당 0.2~0.6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합니다.
▲ 사진출처 : 그린피스 필리핀
위험성은 커지는데 연구조차 안 되어 있는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국제사회는 환경기준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노출 경로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세계 인류가 가능한 한 최고의 건강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193개 국가가 가입되어 있는 UN의 세계보건기구(WHO)조차도 겨우 올해 5월에서야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성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니까요.
올해 7월 유엔이 발행한 <세계 환경의 날 보고서>에 따르면 1907년 이래 전 세계에서 총 90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었고, 그중 9%만 재활용됐다고 합니다. 무려 81억9천만 톤이 쓰레기로 버려져서 땅과 바다 곳곳에 남아있는 거지요. 국내에서도 연간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700만t이나 되고, 이중에도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 페트병과 일회용 빨대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대부분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페트병과 빨대가 썩는 데는 450여 년이 걸립니다. 이 둘은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훨씬 더 많이 쓰는 일회용품들입니다.
빨대야 안녕!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서구국가들
미국에서는 요즘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법으로 금지하는 도시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말리부, 시애틀 등 일부 도시가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했고, 지난 5월에는 뉴욕시의회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으로 대체하도록 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하와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뉴저지 등 시보다 큰 주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를 추진하는 곳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국과 캐나다, 스위스 등 유럽 국가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스위스의 뇌샤텔시는 내년 1월부터 카페, 레스토랑, 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빨대나 분해가 되는 빨대는 가능하다고 해요.
캐나다의 밴쿠버시도 내년 6월부터 식당, 술집에서 음료수, 칵테일용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고, 해마다 플라스틱 빨대 85억 개가 그냥 버려진다는 영국도 올해 안에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업계와 관련 당국이 논의중이라고 해요.
▲ 사진출처 : pixabay
왜 하필 플라스틱 빨대일까?
하고많은 플라스틱 용품 가운데 퇴출되어야 할 플라스틱 일회용품 1순위로 빨대가 지목된 이유를 미국의 온라인 매체 〈쿼츠〉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의 매일 사용하는 가장 일상적인 물건이고, 쓰지 않아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이나 어린이, 노인 등을 제외하면 빨대는 자주 쓰는 물건들 중 가장 줄이기 쉬운 일회용 플라스틱이라는 겁니다.
먼 미래의 지구를 지키자고 이미 개발된 편한 플라스틱 병, 플라스틱 빨대를 포기하라는 거냐고요? 아니요! 요즘 세계적으로 스테인리스 빨대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빨대 안을 닦을 수 있는 솔도 함께 매출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환경을 살리는 지속가능한 소비가 기업의 책임으로 인식돼 왔다면 이제는 개인에게도 촉구되고 있는 겁니다. 조금 비싸더라도 기업정신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면 사는 ‘개념 있는 소비’가 ’개념있는 생활‘로 이어지고 있는 거지요.
“제발 페트병을 버리고 가세요”라는 날이 오면 좋겠지만…
수년 내로 이 골치아픈 플라스틱 일회용품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있긴 합니다. 영국에서 개발된 바닷물에 3주 만에 분해되는 ‘일회용 병’을 비롯한 분해성 소재들입니다. 보통 바다로 흘러 들어간 페트병은 분해되기까지 수 백 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영국의 27세 발명가 제임스 롱크로프트가 발명한 이 페트병은 종이와 유성물질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종이병’으로, 해양을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바다생물이 먹어도 안전하고, 바다가 아닌 토양에 버려지거나 매립될 시 산성 상태의 토양을 중화시키는 기능도 할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 관광지에 가면 “페트병을 버리지 마시오” 대신 “제발 페트병을 버리고 가세요”라는 푯말을 보게 될 지도 모르겠어요.
▲ 사진출처 : Times
하지만, 아직은 우리가 쓰는 일회용품들은 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들이니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계에서는 순환경제(Circular Economy)라는 말이 떠오르고 있는데요. 순환경제는 자원이 단계를 거쳐 결국 버려지는 선형적(Linear) 경제가 아니라 돌고도는 폐쇄적 구조를 가진 경제로, 폐기물을 재활용해서 자원 소비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경제구조를 말합니다. 위의 ‘분해성 병’ 같은 흐름이 대표적인 순환경제운동입니다.
순환경제운동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유럽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이번달 초에 <순환경제를 위한 유럽의 플라스틱 배출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2021년까지 빨대, 면봉, 나이프, 포크, 숟가락, 테이크아웃 용기, 일회용 식기 등 10종의 플라스틱 제품 금지
▲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병의 재활용 수거율 90%로 상향
▲ 2030년까지 음료수 빨대, 유색 플라스틱 병, 일회용 컵 등 일회용품 대폭 축소
▲ 플라스틱 제품 생산업체에 쓰레기 폐기와 재활용 비용 부담
▲ 플라스틱 대체 친환경 제품 개발자에 인센티브 제공
이 계획이 실제로 이행되려면 28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고, 정식 발효까지 2년 더 기다려야 합니다. 발효가 된다고 해도 유럽 내의 규제일 뿐이니, 전 세계로 확산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동안 우리는 쌓여가는 플라스틱을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지구를 재활용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지구를 지키기 위해, 지구를 오염시키지 않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라는 잔소리를 듣기 전에, 그 쓰레기들이 어떤 위협으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두려워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나서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태도, 세계 시민으로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주니어 앰배서더가 지녀야 할 꼭 필요한 품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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