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앰배서더] 게임이 왜 나빠요? e스포츠 리그를 정규 교육으로 만든 딜레인 파넬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은 유투브나 트위치로 e스포츠 경기 많이 보시나요? 오는 10월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의 e스포츠 리그가 열릴 예정입니다. 미식축구‧농구‧야구‧아이스하키 등 17개 종목의 전국고등학교 대회를 주관하는 단체인 미국고등학교체육연맹(NFHS)이 온라인게임을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한 겁니다. 총 쏘는 게임 빼고 대부분의 게임을 다룰 예정이고, 그때그때 유행에 따라 종목도 바뀔 예정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게임계의 ‘전국체전’이라고 할 수 있겠죠?
▲ 사진출처 : Sean Do from Unsplash
“친구들이랑 게임할 생각에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졌어요”
무려 1만 8천개 이상의 고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하는 이 리그는 1년에 2번(10월~1월, 2~5월) 열리게 될 예정인데요. 오는 10월 시작하는 첫리그부터 벌써 5000여개 학교 500만명의 고등학생이 참여를 예정하고 있다고 합니다. 장르는 롤(LoL),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같은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과 철권, 스트리트피아터 같은 격투, 피파온라인 같은 스포츠로 나누어집니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총기사고를 감안하여 1인칭 슈팅 게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각 주에서 자율적으로 4개의 게임을 정해 학교별 팀을 꾸려 토너먼트를 진행하고요. 각 주 최종 우승자끼리 붙는 주별 리그를 통해 매년 최종 우승자를 선정합니다. 온라인게임이 방과 후 활동으로 인정되면서 게임을 잘 하는 게 장점으로 생활기록부에 올라가고, 체육특기생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을 가는 학생들도 생기게 될 예정이라고 해요. 그동안 ‘아이들의 교육을 방해한다’며 눈엣가시처럼 여겨졌던 e스포츠가 교육계의 인정을 받는 획기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디트로이트 출신의 스물다섯살 CEO 딜레인 파넬(Delane Parnell)이 이끄는 플레이버서스(PlayVS)라는 스타트업입니다. 각 학교가 선수 한명당 매달 16달러씩 계정이용료를 내면 이 회사는 각 학교에게 이용할 장비와 온라인 인프라를 제공합니다. 플레이버서스의 기기로 하는 모든 게임은 데이터로 기록되어 학교별로 있는 게임코치가 연습일지‧승률‧전략 등을 짜는 데 제공됩니다. 이 회사는 생긴지 3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회사인데요. 현재 게임업계에서 가장 핫한 회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전 미국의 고교생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회사이니만큼 주목을 안 받을 수가 없겠죠?
전미고교게임리그의 주관사 PlayVS를 창업한 딜레인 파넬
▲ 사진출처 : INC
스물다섯의 슬럼가 출신 청년이 이끌어낸 변화
“저는 학창시절 코딩이나 인터넷이랑은 안 친했어요. 집에 인터넷 자체가 없었거든요.” 딜레인은 말합니다. “어릴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은 지금 뭐하냐고요? 대부분 감옥에 있거나 죽었어요.” 어린 나이에 기발한 e스포츠 사업을 하고 있는 딜레인 파넬을 어릴 때부터 코딩이나 컴퓨터에 뛰어났던 컴퓨터 천재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딜레인은 미국에서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디트로이트의 빈민가 ‘Seven Miles’ 근처에서 자라며 컴퓨터를 살 돈도 없어 코딩과 담을 쌓고 지냈다고 해요.
이 거리는 너무 위험해서 학교 입구에서 경찰들이 총을 들고 지켰다고 합니다. 딜레인은 학교를 다니면서도 매주 40시간 이상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나를 바쁘게 만들어야만 했어요. 아니면 이웃들이랑 어울리다가 갱스터가 되고 말았을 거예요. 전 그런 삶은 싫었거든요.”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은 결과 딜레인은 17살에 동네 휴대폰가게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저는 온라인게임이 방과 후에 학교가 학생을 보호해주는 울타리가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선생님의 코치를 받으며 선생님과도 친해질 수 있고, 팀게임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우정도 쌓을 수 있고요.” 딜레인처럼 거리의 마약상이 되거나 총을 맞지 않고 살아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은 컴퓨터 게임에 몰두했던 친구들이라고 하네요. “게임이 왜 나빠요? 그렇게 몰입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데… 그 친구들이 저보다 집중력도 더 좋은 걸요. 게임 중독이요? 총맞아 죽는 것보단 낫지 않나요?”
▲ 사진출처 : chuttersnap on Unsplash
미국 고등학교는 왜 e스포츠를 공식 체육종목으로 인정했을까?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도입한 NFHS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배우게 되는 스포츠 과목을 결정하는 단체입니다. NFHS는 학생들이 방과 후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이었다고 해요. 또한 몸쓰는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동아리와 토론‧체스 등 머리쓰는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비운동 동아리로 양극화되는 흐름도 우려하고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NFHS가 우려한 것은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이 점차 늘어 800만 명을 넘어서고 있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지식만큼이나 방과후에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길러지는 인성‧창의성‧우정‧사회성도 학교가 학생에게 가르쳐주어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니까요.
온라인 게임으로 대변되는 e스포츠는 성별, 아니, 신체능력에 상관없이 참여가 가능하고, 컴퓨터만 있으면 되니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참여할 수 있으며, 다른 체육활동만큼이나 협동심‧배려‧소속감을 기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미 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이 전체 고교생 중 72%나 된다는 통계도 있으니, 새 운동에 참여시키기 위해 비싼 운동장비를 구입하거나 모집에 힘쓰지 않아도 저절로 방과 후 활동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셈이지요.
“e스포츠는 게임 그 이상입니다. 우리는 e스포츠를 통해 경쟁, 협력, 소통, 전략적 사고, 리더십을 기를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 PlayVS의 메인 화면
딜레인이 말하는 고교게임리그의 장점들…진짜 고교생을 위한다!
“고교 게임리그 주최자로서 가장 기대되는 점이요? 이 리그를 통해 청소년들을 도울 수 있게 된다는 점이죠! 아침에 눈 뜰 때마다 친구들이랑 게임하고 싶어서 빨리 학교에 가고 싶지 않겠어요? 길게 보면 더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를 떠돌면서 마약을 파는 삶에서 벗어나게 될 거고요.” PlayVS의 창업자 딜레인은 말합니다. “음 그리고 게임하면서 새 친구들도 많이 사귀게 될 거고요. 게다가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컴퓨터 능력을 요구하는데 게임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사용 능력도 향상될 거고요. 그리고 또…” 눈을 반짝이며 딜레인이 쏟아내는 수많은 장점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았습니다. 자신이나 회사의 이익보다는 정말 이 리그에 참여하게 될 고등학생들의 입장에서의 좋은 점들이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도 딜레인처럼 오늘 세상과 친구들을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바꾸려고 노력해보았지만 지금은 힘이 약해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고요? 기억만 하고 있어도 괜찮습니다.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딜레인처럼 언젠가 바꿀 수 있는 날이 올 테니까요. 중요한 건 오늘 우리의 삶에 질문을 던지는 것, 그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는 것, 그리고 그 답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딜레인 파넬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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