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패션업계의 기발한 아이디어들
‘쓰레기 유발자’라는 오명을 쓴 패션업계
늘어나는 쓰레기는 세계적인 골칫거리입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세계가 한해에 배출하는 고체쓰레기는 13억톤에 달합니다. 갈수록 늘어나는 인구와 빨라지는 도시화율을 감안하면 2025년까지 쓰레기의 발생률은 22억톤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폐기물은 41만 톤에 달합니다. 게다가 쓰레기 발생량은 매년 2~4% 비율로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고체쓰레기 발생량 중 대다수를 만들어내는 패션업계는 ‘쓰레기 유발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올해 2월 8일 영국 런던의 해롯백화점은 의류 쓰레기를 산더미처럼 쌓은 파격적인 전시를 공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한 달 동안 백화점 2층 의류수거함에 더이상 입지 않는 옷을 넣으면 1층 쇼윈도 공간에 쌓이도록 한 것입니다. 매년 과잉 생산되는 옷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의미로 벌어진 전시였습니다.
패션업계가 ‘쓰레기 유발자’라는 오명을 입게 된 건 스파(SPA: 기획·생산·유통·판매까지 모두 도맡아 하는 업체)브랜드의 유행과 맞물려 있습니다. 비싸서 선뜻 사기 힘든 명품 브랜드와 달리, 스파 브랜드는 자신들이 기획부터 판매까지 도맡아 하므로 평균 2주 만에 한번씩 매장에 걸리는 옷이 바뀔 정도로 유행에 재빠르게 대응하면서도 싼값에 옷을 판매하게 되었습니다. 유행하는 스타일을 많이 만들어서 안 팔리면 폐기하는 전략이지요. 이런 이유로 스파 브랜드는 패스트푸드에 빗대어 ‘패스트 패션’, ‘정크(쓰레기) 패션’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패션계에서 요즘 유행하는 소재는? 플라스틱 폐기물
스웨덴의 스파 브랜드 ‘H&M’은 2012년부터 유기농 천연섬유를 사용해 만든 옷에 ‘의식 있는 소재’란 의미를 가진 ‘컨셔스’(conscious)라는 명칭을 붙여 친환경 의류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천연섬유에서 나아가 폐기물을 활용한 의류들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북극 가까이에 있어 어업이 활발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한 그물망 등 각종 나일론 폐기물을 재생해 만든 ‘에코닐’ 소재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습니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아디다스도 2016년부터 바다에서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로 ‘오션 플라스틱’이란 소재를 개발해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해양 환경 보호단체 ‘팔리 포 더 오션(Parley for the Oceans)`과 함께 개발한 이 소재로 러닝화와 축구 유니폼, 수영복 등을 만들었으며, 2016년에는 축구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 유니폼이고, 실제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비롯한 많은 스포츠스타들이 입고 있다고 해요.
▲ 사진출처 : Adidas
네덜란드 데님 브랜드 ‘머드 진스’는 청바지를 불필요하게 많이 생산해 내는 것 자체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청바지 공유’를 제공합니다. 머드 진스에 가입한 고객은 매월 일정금액을 내고 청바지를 빌려입을 수 있는데요. 1년이 지나면 청바지를 반납하고, 이 청바지는 중고샵에서 판매되거나 천을 분해한 소재를 통해 다시 청바지로 만들어집니다. 이런 순환과정을 통해 입다가 질려서 옷장에 쌓이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청바지를 줄이는 것이 머드 진스의 목표입니다.
신발상자를 전문으로 만드는 패션업계 관련 회사인 VIUPAX는 아예 포장을 반으로 줄여 패션업계의 친환경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새 신발을 사면 보통 네모난 상자에 담겨있기 마련인데요. VIUPAX는 사람의 발을 닮은 신발은 직각삼각형 모양인데 신발상자는 직사각형이라 생기는 부피를 반으로 줄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종이쓰레기는 20%나 절감되고, 나무부터 상자에 담긴 신발이 매장이나 집으로 배송되는 과정까지 발생되는 탄소에너지도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 사진출처 : Viupax
밀레니엄 세대의 44%, 친환경 의류 선호
폐기물이 된 쓰레기를 녹이거나 분해하는 재생소재,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포장재나 소비방식을 고민하는 게 아니라 아예 쓰레기 자체로 옷을 만드는 패션디자이너도 있습니다. 영국의 패션 디자이너 Daisy Harris Burland는 버려지는 쓰레기를 이용해서만 옷을 만드는 패션 아티스트입니다. 그녀가 가장 처음 만든 옷은 골판지로 만든 드레스였습니다. 졸업파티에 입고 가고 싶은 옷이 너무 비싸서 부엌 밑 골판지로 만들어 입고 갔는데, 친구들의 주목을 받은 경험이 그녀를 재활용 패션 전문 디자이너의 길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만드는 옷들을 Trash(쓰레기)와 Fashion(패션)의 합성어인 Trashion이라고 부릅니다. 폐기물로 만든 그녀의 옷들을 ‘Dumpster’라고 부르면서 인정하지 않는 패션업계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쓰레기 봉지로 드레스를 만드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사람한테 전 ‘당신이야말로 말도 안 돼요!’라고 말합니다. 어떤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계획이 있다면, 그 자체로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춰진 셈이죠.”
지속가능성은 패션계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밀레니엄 세대(현재 17~26세) 중 44%가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만든 옷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관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데이지야말로 밀레니엄 세대가 원하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아닐까요?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As Vetements Invites People to Dump Unwanted Clothes at Harrods, What Ethics Are at St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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