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키는 ‘착한 기업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은 ‘착한 기업’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업이 생명을 가진 인격체도 아닌데 ‘착한 기업’이라니 어쩐지 이질적입니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착한 기업들이 더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는 것이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해 나타나고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라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흔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할 때에는 조지아(Georgia) 대학의 캐롤(Carroll) 교수가 제시한 네 가지 책임 모형을 언급합니다. 캐롤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 등으로 구분하였는데요,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고 기업의 이윤보다는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기업이 바로 ‘착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행복을 위해 저마다의 철학과 방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세계의 ‘착한 기업’들. 오늘 앰배서더 통신에서는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착한 기업’들의 사례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사진출처 : freepik
버려진 옷으로 세상을 바꾸다
1992년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경제학을 공부하던 안슈 굽타 씨는 인도 뉴델리의 거리를 걷던 도중 ‘시체 수거자’ 하비비 씨를 만났습니다. 안슈 씨는 날씨가 추운 겨울철이면 반경 40km 안에서 20구 이상의 시체를 수거해 화장장에 보낸다는 하비비 씨의 직업도 충격이었지만, 그의 어린 딸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동안 머리가 멍해졌는데요, 변변한 옷이나 이불이 없어서, 추운 날 밤이면 아버지가 수거한 시체를 덮어 몸을 녹인다는 것이었죠.
그로부터 6년 뒤, 안슈 씨는 버려진 옷을 모아 가난한 이들의 자원으로 공급하는 사회적 기업 ‘군제이(GOONJ)’를 만들게 됩니다. ‘가난한 이들의 의식주 가운데 ‘먹을 것’과 ‘잘 곳’에 대한 지원은 전세계 각국 단체에서 활발하게 이뤄지지만, ‘입을 옷’에 관한 관심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단체이지요.
▲ 사진출처 : Goonj 홈페이지 캡처
12년 간 군제이는 인도 21개 주에서 매달 헝겊을 50여톤씩 모으고 재활용해 필요한 이들에게 전달해왔습니다. 추위를 막기 위한 옷과 이불을 만드는가 하면, 가방, 지갑, 줄넘기 줄 따위를 생산해 판매하기도 합니다. 군제이의 또 다른 사업은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 생산과 보급인데요, 2004년 군제이는 인도 여성들의 생리대 사용 현황에 관한 자료를 정부로부터 건네받았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인도 여성 수백만명이 비위생적인 생리대를 사용해 감염 등에 노출되어 있었지요. 군제이는 옷과 헝겊을 이용해 생리대를 월간 20만 개씩 만들고, 개당 2센트에 이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인도 여성들은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안슈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주 작은 헝겊 하나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또 하나의 식탁”
세계 인구 69억명 가운데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10억명, 기아로 허덕이는 사람 역시 10억명입니다. 이 모순된 현상을 바꾸기 위해 사회적 기업 ‘테이블 포 투(TFT:Table for Two)’는 칼로리 이동을 일으키는 식탁을 만들었습니다. TFT가 작동하는 방식은 간단한데요, 다이어트가 필요한 선진국 사람들이 점심시간에 기존 식단보다 10~20% 낮은 칼로리를 가진 TFT 식단을 골라 값을 지불하면 그 가운데 250원 가량이 “또 하나의 식탁”을 마련할 기부금으로 채워지는 것입니다. TFT 운영을 위한 50원을 제외한 200원으로 우간다, 르완다, 말라위, 에티오피아 아이들의 고영양 식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3년간 TFT 는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512만 2655끼니를 제공했습니다. 동시에 일본사람들의 지방 144톤을 뺐죠. 남을 위한 것이지만 자신의 건강 또한 지켜주는 식단이기에 TFT는 파나소닉, 3M 등 일본 내 기업 150여 곳을 포함한 330개 단체에서 구내식당 메뉴로 채택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TFT를 출범시킨 고구레 마사히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맨발로 걷는 아이들을 위한 착한 소비
2006년 스물아홉살의 한 청년은 아르헨티나로 휴가를 갔다가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의 발에는 물집이 잡혀 상처가 나있었죠. 그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 청년은 새로운 종류의 알파르가타를 만드는 신발 사업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신발이 한 켤레씩 팔릴 때마다 신발이 없는 아이들에게 새 신발 한켤레씩을 주기로 했죠. 이것이 바로 ‘내일의 신발(Tommorrow’s Shoes)’라는 뜻의 신발회사 탐스(TOMS)의 시작이었습니다. 탐스의 실적은 놀라웠습니다. 1년이 지나지 않아 그는 아르헨티나의 아이들에게 무려 1만 켤레의 신발을 기부할 수 있었죠. 그로부터 7년 만에 탐스가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 나눠준 신발은 1000만 켤레를 넘어서게 됩니다.
▲ 영상출처 : Toms 유튜브 채널
이러한 탐스의 원 포 원 (One for One)이라고 불리는 기부 프로그램은 유사한 사업의 유행을 낳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회적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상품을 사면 동일하게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하지만 이러한 기부는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었지만, 탐스의 무료 신발이 해당 나라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우려도 동시에 발생시켰습니다. 고급 신발을 무료로 나누어준다면 현지의 신발 가게들이나 공장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탐스는 한 발 더 나아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을 택합니다. 판매용 신발은 기존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되, 기부용 신발은 신발을 많이 기증하는 지역에 공장을 세워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탐스가 신발을 가장 많이 기부하는 지역인 남미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탐스의 기부용 신발 공장이 설립됐고, 이를 통해 탐스 슈즈는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탐스 슈즈는 지금까지도 기부연계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착한 기업의 사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
최근 ‘갓뚜기’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신을 뜻하는 ‘갓’이라는 말과 식품업체인 ‘오뚜기’의 합성어 인데요, 1800명의 시식 사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을 비롯해 1500여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빠짐 없이 납부하고, 그외에도 그동안 꾸준히 해오던 사회공헌 사업들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오뚜기는 사람들에게 ‘갓뚜기’가 되었습니다. 명실 상부한 ‘착한 기업’으로 인정받은 오뚜기는 라면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업체이던 농심을 바짝 따라붙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더 똑똑해졌고, 더불어 소비자들은 ‘가치 있는 소비’를 하길 원하기 때문이지요. 소비자들의 ‘가치 있는 소비’를 이끌어내는 ‘착한 기업’이 성공하는 시대, ‘가치 있는 소비’는 일상에서 물건을 사는 작은 행동일 뿐이지만 그 작은 행동이 모여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