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 윤리적 소비
최근 ‘갑질 논란’에 휘말린 한진그룹 사태와 관련하여 여행업계에서 “내가 예약한 상품이 대한항공을 타고 가는 것이냐”, “상품을 변경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콜센터로 쇄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약된 상품에 대한 취소 수수료를 감수하면서도 문제가 된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의 일환으로 상품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인데요. 이번 사태 뿐 아니라 기업의 ‘비윤리적인’ 행동에 대해 비판하고, 그 비판에 대한 실제적인 행위로서 보이콧, 불매 운동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매 운동은 ‘윤리적 소비’의 한 갈래인데요, 윤리적 소비는 자신이 지지하는 신념이나 철학을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로 30년째 각 기업과 제품을 윤리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온 영국의 잡지 <윤리적 소비자(Ethical Consumer)>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가 가장 정치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 행동은 우리의 지갑 속에 잠들어 있는 또 다른 투표권인 셈이지요.
오늘 앰배서더 통신에서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윤리적 소비의 사례들에 대해 알아보고 윤리적 소비가 무엇인지, 왜 윤리적 소비가 각광받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 사진출처 : ethicalconsumer homepage
이 제품은 지구에 이로울까?
제품을 구매 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해보기.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은 ‘에코 퍼(eco fur)’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최근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구찌, 스텔라 매카트니 등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국내에서도 ‘에코 퍼’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산 채로 동물의 가죽을 벗기는 등 잔인하고 비도덕적인 모피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모피 반대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11월 마르코 비자리 구찌 CEO는 런던 컬리지 오브 패션에서 열린 ‘2017 케어링 토크’에서 2018년 봄·여름 컬렉션부터 동물 모피 사용을 중단한다는 중대 사안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앞으로 리얼 퍼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라고 선언하기도 했지요. 본래 인조 모피를 지칭했던 ‘페이크 퍼(fake fur)’라는 기존 용어에서 친환경적으로 제작했다는 의미를 담아 새롭게 부르는 이름이 바로 ‘에코 퍼(Eco fur)’입니다.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소재들이 개발되면서 에코 퍼는 윤리적 차원의 대용품에서 나아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제품 자체의 생산 과정이나 소재를 따져보고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제품이라고 판단될 때에 적극적으로 구매하고, 반대로 리얼 퍼(Real fur) 제품과 같이, 동물 보호 차원에서 비윤리적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 행동 등이 바로 윤리적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피 한잔을 마실 때에도 공정무역 커피인지를 따져서 마시거나 하는 구매 행동들이 모두 이러한 윤리적 소비에 해당하지요.
제품 하나 하나가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두 아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또한 그것을 안다고 해도 실생활에서 모두 지키기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만큼 윤리적 소비에 대해 분명히 인지하고 실천하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사진출처 : pakutaso
이 제품을 만든 기업은 세상에 이로운 기업일까?
모피와 같은 세계적으로 주요한 이슈에 연관된 상품이나, 커피처럼 사람들에게 대중적인 제품이 아니라면 개별 제품 하나하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윤리적 소비’로 이어지는지 선뜻 알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또한 개별 제품만을 불매하는 것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에는 그 영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요. 이 때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윤리적 소비 방법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의 모든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한진그룹의 ‘갑질 사태’에 대응해 대한항공의 서비스 이용을 불매하는 것이나, 한진그룹과 관련된 계열사 제품들을 불매 하는 것. 그리고 2016년 큰 이슈 중 하나였던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관련하여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하는 것, 2013년 ‘밀어내기 영업’으로 갑질 논란에 휘말린 남양 유업의 모든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 등의 행동도 모두 윤리적 소비에 해당합니다.
비윤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있다면, 그 반대로 그 기업의 이념을 지지하고 사회적으로 이로운 사업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적극적인 구매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최근 사회적기업 모어댄에서 생산한 ‘컨티뉴 백팩’이 홈쇼핑 방송에서 완판되고, 월 매출이 작년 동기에 비해 4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러한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일반 영리기업이 부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과 다르게 말 그대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주 목적을 두는 기업을 뜻하는데요. 앞서 소개한 ‘컨티뉴 백팩’을 생산한 사회적기업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수거한 가죽시트와 에어백 등을 이용해 가방과 지갑 같은 패션용품을 만드는 업사이클링(Up-Cycling) 사업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본래는 쓰레기에 불과할 소재를 재활용하여 좋은 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업과 그 기업을 지지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 제품자체로 보나 회사로 보나 모두 ‘윤리적 소비’의 대상으로서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처럼 제품 자체에 대한 판단과 그리고 기업에 대한 판단을 함께 고려하여 소비하는 것이 가장 최고의 윤리적 소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로운 일을 하는 기업에 힘을 보태주는 동시에 구매하고 사용하는 것 자체로 보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윤리적 소비의 방법인 것이지요.
▲ 영상출처 : CONTINEW : MADE FROM CAR Youtube Channel
윤리적 소비는 왜 각광받기 시작했을까?
이미 30년 전부터 존재했던 윤리적 소비 운동은 왜 요즘 들어 급부상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인터넷의 발달을 윤리적 소비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습니다. 우리가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지불한 돈은 물건이 우리 손에 닿기까지 거쳐간 기업과 판매자들에게 갑니다. 예전에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왔는지, 이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각 상품의 유통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은 용서될 수 있지만,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은 소극적인 찬성과 같습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소비자들은 매장에서 검색 몇 번만으로도 이 상품이 윤리적인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는 ‘가성비'(가격 대 성능) 중시 소비에서 개인적인 만족감을 중시하는 ‘가심비'(가격 대 마음(心))로 소비 패턴이 변화한 것도 윤리적 소비의 확산과 관계가 있습니다. 중금속 화장품, 가습기 살균제, 유통기한 지난 달걀 등 기업들이 ‘싸고 좋다고 선전해 온 물건’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조금 비싸더라도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기업, 안전한 경로를 거쳐서 만들어진 상품을 지지한다는 심리가 소비에 반영된 겁니다. 김난도 트렌드연구가는 “불신·불안·불황의 3불에 시달리는 현대인이 가성비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측면은 심리적 안정”이라고 설명합니다.
▲ 사진출처 : shutterstock
착한 소비자가 착한 기업, 착한 생태계를 만든다
이원재 LAB2050 대표의 연구에 따르면 윤리적 소비는 건강ㆍ환경ㆍ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나타납니다. 건강 영역에서는 당장의 욕구를 채우는 근시안적 소비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되는 소비를 하는 흐름입니다. 환경 영역에서는 저탄소·저에너지 제품이나 재활용 제품, 동물보호 제품을 사용하는 친환경 소비를 의미합니다. 나의 건강뿐 아니라 생태계의 건강을 생각하며 소비 의사 결정을 내리자는 움직임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영역에서는 공정무역 등 인권이나 노동 문제를 고려한 소비 흐름입니다.
작년 11월 우리나라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동물복지 인증 제품에 대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는 응답이 70.1%에 달했습니다. 2012년의 36.4%과 대조하면 약 5년만에 두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런 구매자의 심리 변화를 반영해 마트의 무농약 농산물, 동물복지인증 상품 출시도 늘어났습니다.
경제적 자본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의 두 축으로 움직이는 사회에서 돈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그 물건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하는 것과 유사한 결과를 불러옵니다. ‘착한 기업’에게 한표를 주겠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은 기존의 기업들까지 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생활용품 전문 기업 이케아는 올해 초 연간 약 14억개가 판매되는 식품포장용 지퍼백의 소재를 전 성분의 85%가 브라질산 사탕수수로 구성된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바꿨습니다. 맥도널드도 2025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가능 소재로 만들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사회공헌’ 팀을 만들고 상품과 회사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 : Freepik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은 어떤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시나요? 윤리적 소비는 나의 취향과 가치를 사회에 펼치는 소비 방법입니다. 남들이 좋아한다고 따라하는 건 윤리적 소비라고 할 수 없겠지요. 윤리적 소비를 하려면 ‘어떤 가치가 윤리적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의 답은 결국 ‘나는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가?’라는 스스로에 대한 이해에서 나옵니다. 나는 누구이고 내가 사는 세상은 어디인지,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은지,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고 나만의 답을 찾는 일 없이는 윤리적 소비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윤리적 소비라는 방법으로 실천할 때, 우리는 현재와 미래를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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