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흔들고 있는 인종 차별 이슈,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거센 변화 시작되다!
한 사람의 죽음이 세계를 떠들썩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시에서는 20달러 위조지폐 사용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 데릭 쇼빈(Derek Chauvin)이 비무장·비저항 상태의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를 체포하던 중 8분 46초 동안 무릎으로 목을 눌러 질식사 시킨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야말로 과잉 진압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이 과정이 영상에 담겨 퍼지면서 논란이 커졌고 현재 미국에서는 대규모의 평화시위와 더불어 약탈을 동반한 폭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찰도 이를 강경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사태는 점차 겉잡을 수 없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는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가 불길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21세기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인종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흑인들도 분노했고, 또한 평등한 세상,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도 그들의 분노에 공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정치적인 환경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출처 : freepik
인종 차별 이슈가 기업에 미치는 변화
최근 식품 대기업 펩시콜라를 생산하는 펩시코의 자회사인 퀘이커 오즈 컴퍼니는 ‘앤트 제미마’ 브랜드와 로고를 퇴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앤트 제미마는 흑인 여성의 얼굴을 로고로 써온 130년 역사의 팬케이크·시럽 브랜드인데요, 퀘이커는 앤트 제미마 브랜드의 로고에 담긴 이미지가 정형화된 인종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해당 이미지를 없애고 브랜드 이름도 바꾸기로 했습니다.
앤트 제미마 브랜드의 기원은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란 노래인데요, 미국에서는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 노랠를 부르는 공연인 ‘민스트럴 쇼’가 유행했는데 이 쇼에 등장한 전형적인 흑인 유모(mammy) 캐릭터의 이름이 ‘제미마 아주머니 (Aunt jemima)’ 였습니다. ‘매미(Mammy)’는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을 하는 흑인 여자를 비하한 호칭이었는데요, 실존 인물인 낸시 그린을 모델로 한 제미마 로고는 1890년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앤트 제미마의 로고를 바꾸라는 요구는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는데요, 리체 리처드슨 미국 코넬대 교수는 2015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 브랜드의 로고가 “자신의 자녀는 소홀히 한 채 백인 주인들의 자녀를 열심히 양육하는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하인인 매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퀘이커가 130년 간 써온 브랜드 이미지를 퇴출시키겠다는 큰 결정을 내린 가운데 가공된 쌀 등 식품을 제조하는 브랜드 ‘엉클 벤스(Uncle Ben’s)를 소유한 마스도 “지금이 바로 시각적 브랜드 정체성을 포함한 엉클 벤스의 브랜드를 진화시킬 때”라며 변화를 약속했습니다. 엉클 벤스는 1946년부터 나비넥타이를 맨 흑인 남성 노인의 이미지를 로고로 써왔기 때문이지요.
출처 : Aunt Jemima 홈페이지
반면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IT기업 페이스북은 커다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는 조지 플루이드 사건과 관련하여 페이스북이 보다 적극적으로 인종 차별을 확산시키는 혐오 표현들을 차단하지 않았다는 것 때문에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들의 여론이 점차 나빠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로 인해 세계적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페이스북 보이콧’ 대열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벌써 코카콜라, 펩시, 허쉬, 벤앤제리스, 혼다, 잔스포츠, 파타고니아, 노스페이스, 유니레버, 버라이즌, 스타벅스 등이 페이스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이러한 페이스북 보이콧의 발단은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에 인종 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폭도(thugs)’라고 칭하며 이들을 겨냥해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도 시작된다’고 올린 사건입니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글에 경고 문구를 붙이며 제재했지만, 페이스북은 별다른 조취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진 것이지요.
페이스북 주가는 지난 6월 26일 8.3% 폭락해 시가총액 560억 달러(약 67조원) 정도가 증발했습니다. 보이콧 운동의 핵심인 짐 스테이어 커먼센스미디어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등 미국 밖으로 페이스북 보이콧 운동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페이스북 보이콧 사태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종 차별 반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온라인에서는 “Black lives Matter” 구호가 퍼지고 있고, 인종 차별 철폐 운동을 지지하는 다양한 지지선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6월 18일 재개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기르(EPL)에서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지지하는 ‘무릎 꿇기’였는데요. 재개 첫 경기인 애스턴빌라-셰필드 유나이티드전에서 선수들과 심판들은 경기 시작 후 10초 간 그라운드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이후 두 구단은 함께 성명을 내고 “우리는 양 팀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Black lives Matter’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연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진 맨체스터시티와 아스널 경기 역시 10초 간 무릎 꿇기로 경기를 시작했지요.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은 미국 내 정보기술 기업부터 스포츠업계까지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바리스타들에게 “Black lives Matter” 티셔츠와 핀을 착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애플은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해 1억 달러(약 1204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주로 흑인 소유 공급업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유튜브 역시 1억 달러를 흑인 유튜버들에게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종과 그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4년간 10억달러(약 1조 2040억원)를 내겠다고 말했으며, 아마존은 안면인식 기술인 ‘레코그니션(Rekognition)’을 미 경찰에게 1년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IBM 역시 안면 인식 기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그간 안면인식 기술은 유색인종 인식 오류가 잦아 인종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미국 미디어회사도 인종차별 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있는데요. 미국 스트리밍 업체 HBO맥스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을 휩쓴 명작으로 칭송 받았지만, 노예제를 옹호하고 백인우월주읟단체를 미화했다는 비판도 받았기 때문이지요. 월트디즈니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자사 유명 놀이기구의 주제를 ‘흑인 공주’로 바꾸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디즈니는 1946년 개봉된 디즈니 영화 ‘남부의 노래’를 배경으로 한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의 주제를 디즈니 최초로 흑인 공주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2009년 작 ‘공주와 개구리’로 바꾸기로 했는데요. 디즈니 측은 “‘스플래시 마운틴’의 새 주제는 포용과 다양성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 Disney Enterprises, Inc.
‘보편적 가치’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들
현재 미국은 코로나와 더불어 인종 차별 반대 이슈까지 겹쳐 혼돈의 도가니가 되었습니다. 몇 만 단위이던 일간 발생 환자는 이제 천단위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300만명에 가까운 확진자는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치이며, 여기에 인종 차별 철폐 시위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좋지만, 비폭력 시위 뿐만 아니라 약탈과 폭력을 동반한 범죄도 이루어지고 있어 “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응원을 무색하게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평등’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지지해주고 있고, 이는 곧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껏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어갔던 많은 것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방향성 자체는 그릇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다만 이 흐름이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되거나, 폭력 양상이 과열되어 양쪽 모두에게 큰 피해로 남지 않도록 평화적인 방법으로 지금의 갈등이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해소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