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지 않아도, 가지 않아도, 현실에 없어도 만들어주는 VFX의 세계
최근 화제가 되는 드라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송중기 주연의 ‘빈센조’입니다. ‘마피아 변호사’라는 독특한 캐릭터 설정과 주연 배우 송중기의 열연,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위트 있는 전개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드라마 빈센조와 관련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드라마 첫 회에 나오는 송중기의 이탈리아 촬영 장면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가 간 이동이 제한이 되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이탈리아 현지 로케이션이 가능했을까 하는 시청자들의 궁금함이 컸는데요.
해당 이탈리아 씬은 송중기가 실제로 이탈리아를 가서 찍은 것이 아닌 VFX 기술을 활용한 합성 장면이었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은 최소한의 현지 촬영과 시각효과 작업을 통해 이탈리아 신을 구현해냈다고 하는데요. ‘빈센조’ 제작진은 “이탈리아 배경은 마피아 변호사 빈센조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다. 이를 위해 제작 초기 단계부터 많은 고심을 했다”라며 “이탈리아 배경은 최소한의 현지 촬영과 시각효과 작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송중기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모두 국내에서 촬영해 덧입힌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콘텐츠 시장에서 이제 VFX 시각효과는 콘텐츠 제작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점점 다양한 장르물들이 인기를 얻고, 어벤저스 프랜차이즈와 같은 영화가 콘텐츠 시장의 메가 히트작이 되기도 하면서 VFX 기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주앰 인사이트에서는 점차 발전하고 있는 VFX 기술의 현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출처 : M83 Studio
VFX 기술이 뭐야?
VFX는 시각효과 (Visual Effects)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해 현실에 없는 존재를 그럴듯하게 합성해서 영상을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요. VFX의 초창기에는 연기자 뒤에 거대한 배경을 직접 그리는 매트페인팅(Matte Painting – 실제 사진이나 영상에 합성되는 그림)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촬영기법이 발달하면서 그린매트나 블루매트를 배경에 배치하고 그 앞에서 배우가 포함된 전경 촬영 이후 후반작업에서 그린매트나 블루매트를 제거, 그 부분에 디지털 매트페인팅같은 배경을 집어넣는 형태로 활용됩니다. 위의 빈센조 이탈리아 신 촬영 장면이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지요.
이러한 시각효과 기술은 사실 디지털 컴퓨터 그래픽스(CG – Computer Graphics) 기술이 발달되기 이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CG로 대체가 되었죠. 흔히 생각하기에 빈센조의 사례처럼 그린매트 또는 블루매트에서 촬영한 영상에 디지털 배경을 덧입히거나 어벤저스처럼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만을 VFX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색보정이나 인물의 리터치(슈퍼맨 리턴즈에서 주연 배우 카빌의 수염을 지웠던 사례) 자막이나 그래픽을 움직이게 하는 모션그래픽 등도 모두 시각효과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결국 우리가 최종적으로 유튜브나 OTT 플랫폼, 방송에서 접하고 있는 모든 콘텐츠에는 반드시 VFX 기술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사진 출처 : Ryan Garry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VFX 기술
사실 이 시각효과는 겉보기의 화려함과는 달리 상당히 노동 집약적인 기술입니다. 시각효과 초창기 때만 해도 영상 필름에 가상의 배경을 그리는 매트 페인팅 기술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시각효과 기술이었습니다. 물론 매트페인팅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죠. 다만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관련하여 유용한 Tool 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초창기 때보다는 월등히 작업 효율이 향상했고, 지금 우리가 보는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가미된 콘텐츠들이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시각효과 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면서 각광을 받았던 대표적인 콘텐츠가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Avatar)’였던 것이고요. 시각효과 측면에서 아바타의 완성도가 주는 충격은 영화를 보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충격적이었지만 관련 전문가들에게 있어서는 혁신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지금의 기술 발전이 있기전까지 VFX 기술은 사실적인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상상력과 레퍼런스가 필요했습니다. 보는 시청자들은 영상이 조금이라도 어색하면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죠. 그래서 VFX는 비싸고 느린 기술이라는 인식이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VFX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입이 되기 시작하면서 인체의 골격과 근육, 피부를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인공지능이 신체와 운동상태를 학습하여, 그래픽으로 만들어지는 근육의 이완과 수축 피부의 접힘 등 실제 인간이나 동물의 자연적인 상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모핑이나 모션캡처 등 기술의 발달은 그동안 많은 노동이 들어가던 VFX 작업을 더 짧은 시간과 적은 노력으로 양질의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출처 : VFX Experiance YouTube 채널
한국의 VFX 기술의 현재
최근 VFX 기술이 다양해지면서 게임 엔진을 활용하여 제작하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하여 제작된 어린이 드라마 ‘아머드 사우르스’가 있습니다. 공개된 티저 영상을 본 사람들은 어린이 드라마답지 않은 높은 퀄리티의 그래픽과 연기를 하는 사람 빼고 영상 속 대부분의 장면이 그린 매트에서 촬영하고 게임 엔진으로 제작되어 더욱 화제가 되었는데요. 이렇듯 VFX는 다양한 방식으로 업계에서 활용되고 있고 점점 적은 비용으로 쉽고 빠르게 제작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VFX는 언제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것일까요. 업계 전문가들은 웹툰, 웹 소설 등의 콘텐츠 IP 확장으로 영화나 드라마화되면서 가상 속에만 존제했던 것들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 VFX 기술이 많이 활용하게 되었고 대중화되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중화에 문을 연 작품으로는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신과 함께부터 위에서 소개해드린 빈센조, 넷플릭스 오리지널인 승리호와 스위트홈, 킹덤 그리고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까지 최근 많은 작품들이 국내와 해외에서 흥행하면서 전 세계에 한국의 콘텐츠와 VFX 기술력을 알리고 있습니다.
VFX는 세상에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에도 쓰이지만 한정된 제작비 내에서 효율을 끌어올리거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데, 기생충은 영화 속 대부분의 장면에 VFX가 사용되어 한국의 기술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해외 VFX 전문가들도 영화를 보는 내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디테일이 훌륭하다고 극찬을 하였는데요. 영화 기생충에서는 1층짜리 집을 2층으로 만들고 아무것도 없는 배경에 나무를 심고 건물을 세워 실제 그런 공간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출처 : 대패TV 대원미디어 공식 채널
위에서 소개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사용되는 VFX 기술의 활용 사례는 언리얼 엔진을 제작한 에픽게임즈나 넷플릭스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디즈니, 애플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의 참여로 OTT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VFX도 같이 성장하는 만큼 한국의 VFX 시장의 앞으로를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1. Ziva Dynamics (https://www.intel.com/content/www/us/en/artificial-intelligence/ziva-dynamics.html)
2. 대원미디어 공식 채널 (https://youtu.be/qe_Xj-JpI5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