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움직임
최근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몇가지 이슈들이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 하나는 바로 아마존의 대표 ‘제프 베조스’의 사임 발표입니다. 아마존을 설립한지 25년, 제프 베조스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앤디 재시에게 넘긴다고 발표했습니다. 베조스는 앤디 재시에게 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기고 의사회의 의장이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베조스는 이 과정에서 “이번 결정은 다른 벤처 사업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줄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아마존의 CEO 교체는 올해 3분기 진행될 예정으로 보입니다.
또 한가지 이슈는 바로 일론 머스크의 행보입니다. 워낙 독특한 행보와 놀라운 업적을 보여주는 그를 향간에서는 ‘현실 세계의 아이언맨’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그가 최근 무려 15억 달러(약 1조 6500억원)를 쏟아부어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였습니다. 지난 2017~2018년 2천만원을 넘나들며 최고가를 경신하던 비트코인은 과열된 시장에 대한 비판, 투기성 논란, 거래소 해킹 등의 여러가지 악재를 거치고 결국 정부의 규제까지 받으며 국내에서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차츰 멀어지고 있었는데요, 지난해 2020년 11월 경 다시 2천만원으로 올라가는가 하더니 일론 머스크의 이번 대량 구매로 인해 1코인당 5천만원이 넘게되면서 다시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대부호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는데요.
일론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테슬라의 자동차를 ‘비트코인으로도 구매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로서 개발되었지만 사실 비트코인을 실제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적고, 현재는 대부분 주식과 같은 투자 용도로만 사용이 되고 있음에도 말이죠.
이러한 이슈들은 단순히 보았을 때는 별개의 이슈로 보이기도 하지만 제프 베조스와 일론 머스크가 지금까지 어떠한 행보를 걸어왔고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에 비추어 보면 새로운 연관성을 유추해볼 수 있기도 합니다. 바로 일전에도 소개해 드렸던 ‘뉴스페이스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움직이라는 것이죠. (참조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의 시선은 우주로!)
출처 : Casey Horner
가상 자산에 관심 없던 일론 머스크는 왜 갑자기 노선을 변경했을까?
2019년 2월까지만해도 일론머스크는 테슬라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에 뛰어들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머스크는 당시 “테슬라 자원을 가상자산에 활용하는 건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으며 이는 2020년 초까지도 이어졌죠. 그런 그가 왜 갑자기 생각을 완전히 바꾸게 되었을까요. 올해 초 일론머스크는 최근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다.”라고 밝히며 “비트코인이 기성 금융권에서 폭 넓게 받아들여지기 직전 단계에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갑자기 태도가 급변한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 대해서 여러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중 눈길을 끄는 의견은 “일론 머스크의 모든 행동, 투자 방향성은 결국 화성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창립한 스페이스 X는 민간 항공우주기업으로서 인류를 화성으로 실어나를 운송수단 역할을 담당합니다.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또 다른 기업 ‘솔라시티(Solar City)’는 테슬라의 자회사로서, 태양 에너지 서비스에 특화된 기업이죠. 석유가 없는 화성에서 태양열로 전기를 만들어 에너지 공급을 담당하는 역할입니다. 테슬라는 그렇게 생산된 전기로 전반적인 운송을 담당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스페이스X가 추진하고 있는 위성사업 ‘스타링크’는 화성에서의 통신을 담당할 수 있겠죠.
인류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 설립된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 AI (Open AI)는 화성 탐사 초창기 인류를 대신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있을 것입니다. 진공튜브 열차 유형의 고속 철도인 하이퍼루프(HyperLoop)는 장차 화성에서의 대중교통이 될 가능성이 있고,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는 터널을 만들어 하이퍼루프와 테슬라 차량의 기반 시설(인프라)를 건설하는 역할을 담당하죠.
이렇듯 화성으로 가기 위한 로켓, 그리고 화성 테라포밍 이후 인프라를 형성하기 위한 각종 기반 사업들까지 일론 머스크는 우주 도시 건설에 필요한 대부분의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가 일생의 목표로 삼고 있는 화성에의 인류도시 건설을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여기에 빠져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우주 도시에서 통용될 ‘화폐’를 만드는 것입니다.
우주에서 실물 화폐를 쓰는 것은 무척 제한될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현실에서도 현금을 쓰는 사람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형국인데 화성에 새로운 인류의 터전을 마련하게 되는 미래에 실물 화폐를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화성과 지구 간의 화폐 유통도 문제입니다. 지구와 독립적으로 운영되면서도 현존하는 지구의 화폐와 연결될 수 있어야 합니다. 화성에 건설되는 도시는 기존 국가의 개념을 초월한 곳이 될테니 특정 국가, 어떤 주체에 종속되거나 귀속되지 않으면서도 영구적인 희소성과 신용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하죠.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현존하는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 화폐라는 것입니다.
제프 베조스가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블루 오리진’을 통한 우주 산업?
제프 베조스는 사임을 발표하며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것은 은퇴가 아니다. 이보다 더 활력 넘치던 때가 없었다”며 “이사회 의장으로서 기후변화,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 등 다른 일에 집중할 시간과 에너지를 가질 것”이라고 말이죠. 이 발언과 관련하여 로이터통신, 블룸버그 등 미 현지 언론은 베조스가 이번 사임을 통해 베조스 1기인 ‘아마존 시대’를 끝내고 2기인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베조스가 블루오리진에 힘을 싣는 것은 오는 4월 첫번째 유인 우주비행 계획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 CNBC방송은 “블루오리진이 최근 재사용 가능한 저궤도 우주관광용으로 개발한 ‘뉴셰퍼드’ 추진체와 캡슐의 14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며 “4월 초까지 첫 번째 유인 비행에 나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루 오리진측에서는 “이는 추측과 소문일 뿐이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답변했지만 현지 매체들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블루오리진의 이같은 ‘신비주의’는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것이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화성이주’를 꿈꾸는 일론 머스크와는 달리 제프 베조스의 목표는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여행에 맞춰져있습니다. 최근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시험비행을 보면 고도 106.9km 까지 올라갔다가 지상으로 방향을 바꿔 귀환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는데요, 이러한 과정은 향후 탑승할 우주관광객들에게 360도 우주 전경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죠.
어쨌든 현 시점에서 우주 산업에 한 발짝 더 가깝게 다가가 있는 것은 일론머스크입니다. 두 세계적인 대부호가 우주산업과 관련해서 서로를 견제하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인데요.
일론 머스크는 2017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베조스에 관해 묻자 “제프 누구요?(Jeff Who?)”라고 대답하며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경쟁 상대에 도달하지 못했음을 은연 중 내비쳤고, 2019년 한 기자가 베조스에게 화성 이주에 관한 생각을 묻자 베조스는 “화성으로 이사 가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부탁하겠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먼저 올라가서 겪어봐라. 화성과 비교할 때 거긴 낙원이다”고 말하면서 화성이주를 목표로 하는 일론 머스크를 비꼬기도 했죠.
아마존 시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제프 베조스’가 다음으로 집중하게 될 사업 중 하나에 ‘블루오리진’이 있음은 확실한 상황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다소 뒤지고 있지만 이번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CEO 사임을 계기로 제프 베조스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스페이스 시대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
우주 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와 같은 민간에서의 움직임도 있지만 국가적인 움직입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요. 그리고 국내에서도 이 우주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우주 산업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곳은 한화입니다. 한화의 항공 우주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월 13일 쎄트렉아이의 지분을 1090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습니다. 쎄트렉아이는 우리별 1호 개발 경험을 가지고 있는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연구원 출신들이 창업한 회사인데요, 현재 소형 위성 제작 분야에서 영국 SSTL을 인수한 에어버스와 함께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기업입니다.
지난해에는 한글과컴퓨터그룹이 우주·드론 전문 기업 ‘인스페이스’를 인수하면서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한컴그룹이 인수한 ‘인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의 최명진 대표가 2012년 설립한 기업으로, 국내 항공우주 위성 지상국 분야 기술 1위 기업인데요, 특히 2019년부터는 드론 자동 이·착륙, 무선충전, 다중운영, 통신 데이터 수집·관제·분석 등 기술을 통합한 무인 자동화 시스템 ‘드론셋(DroneSAT)’을 개발해 드론 SW까지 사업영역을 넓혔습니다. 한컴그룹은 ‘인스페이스’의 드론셋 기술을 기반으로 한컴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IoT, 자율주행, 블록체인 등 다양한 요소기술들을 융합하여 ‘지능형 드론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한컴그룹 인수 이후 ‘한컴인스페이스’가 된 인스페이스는 최근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기반 지상국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양측은 우선 공공 과학 데이터 관측을 위한 지상국을 구축하고, 향후 다양한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한 대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KAI는 지난 2월 3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우주산업 트렌드 변화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뉴스페이스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고 밝혔는데요, KAI에서는 보유한 핵심역량과 경쟁력을 토대로 500조원으로 추산되는 우주시장에서 시장선도형 체제 전환과 전략적 제휴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라는 입장입니다. 더불어 앞서 언급한 한화와 쎄트렉아이, 그리고 AP 위성 등과 함께 차세대 위성 개발 사업을 시작했고 오는 3월 20일에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차세대 중형위성 1호 이후 국내 민간 기업 67곳이 참여하는 2호 개발을 주도할 예정입니다.
아직까지 현실로 와닿기에는 우주산업은 다소 먼 것처럼 느껴지긴 합니다. 스페이스 X가 민간 우주 탐사 시대의 첫 포문을 열었지만, 실제로 ‘산업’의 영역에 들어서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요. 어쨌든 눈앞으로 와 닿은 미래는 아니더라도 ‘뉴스페이스 시대’는 결국에는 다가올 미래임에는 분명합니다. 19세기 골드 러시 때처럼 너도나도 이 우주 산업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는 상황인데요, 여기서 제기하고 싶은 의문은 ‘우주는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주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대로 세계 유수의 대기업들이 우주의 자원을 선점하는 상황을 그냥 두고만 보는 것이 맞는 일일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경각심을 가지고 ‘뉴스페이스’ 시대의 흐름을 지켜봐야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