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의 시대, 세계의 기후변화 교육
최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2020년을 ‘생태전환교육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교육청은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시와 함께한 ‘생태문명전환도시 서울’ 공동 선언의 후속조치로 교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만든 ‘생태전환교육 중장기 계획’을 올해부터 2024년까지 시행할 방침이라고 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청소년의 약 8%만이 환경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고 있으며, 대다수 환경수업이 전공자가 아닌 상치교사가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학교 교육과정을 생태교육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학교 교육계획서에 학교급과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생태전환교육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기로 했으며, 내년부터는 환경과목 선택학교에서 내실 있는 수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교사 임용 및 배치 확대에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생태전환교육 거점 역할을 하는 ‘교육과정 연계 생태전환학교’ 선정,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채식 선택제’ 전문가와 학생 동아리 활동을 연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생태전환 실험교실(리빙랩)’ 운영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금 21세기는 ‘기후 위기’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년 말 – 올해 초에 걸쳐 장장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호주를 불태웠던 산불은 기후 변화로 인한 위기가 직접적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웠습니다.(참고:호주 산불의 원인은 기후 변화? 지구에 들어온 빨간 경고등) 점차 기후 변화에 대해 우리가 경각심을 가지고 건강한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에 대한 교육 역시 중요해졌고, 의무 교육 단계에서부터 기후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나라 교육의 이러한 변화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선 다소 늦은 감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서울시 교육청을 중심으로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교육환경 구축이 시작되고 있는 지금, 세계 각국에서는 어떻게 기후 변화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 Unesco 홈페이지
세계 최초로 기후 변화 교육 의무화 시킨 이탈리아
지난해 이탈리아 교육부는 올해 9월부터 33시간의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정식 교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19년 11월 로렌조 피오라몬티(Lorenzo Fioramonti) 이탈리아 교육부 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로운 교과과정을 통해 국민들 사이에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습니다.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로부터 시작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유럽을 중심으로 퍼져 이탈리아에도 영향을 미쳤고, 이탈리아에서도 기후 교육을 위한 청소년들의 시위가 일어났는데요, 당시 로렌조 피오라몬티 장관은 수업을 포기하고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을 결석처리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기도 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새로운 기후변화 교과과정에는 ‘기후 변화(Climate Change)’와 함께 ‘지속가능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에 대한 내용이 포함됩니다. 이탈리아의 초등학교(5년)와 중학교(3년)는 의무교육기관으로 공, 사립에 관계없이 국가에서 정한 교육과정이 적용되고 있는데요. 의무교육 과정에 기후변화 교육이 포함되면서 올해부터 상당히 많은 학생들이 기후변화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되는 것입니다.
이탈리아 정부가 ‘기후 변화’를 정식 교육과정으로 채택하면서 환경 재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다른 나라들 역시 이탈리아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는 미국으로, 미국에서는 80%가 넘는 학부모가 환경교육을 요청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학부모도 약 10%에 달합니다. 때문에 미국의 교육당국에서는 학교들 재량에 따라 환경과 관련된 과학교육을 채택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미 교육부는 환경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위해 표준 교과과정인 NGSS(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를 통해 커리큘럼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환경교육을 채택하는 학교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2013년 이후 19개 주가 환경교육을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했다고 합니다. 특히 산불 등으로 심각한 환경재난에 처해있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환경교육이 포함된 교육과정인 “California Next Generation Science Standards”를 정식 커리큘럼으로 시행하고 있지요.
어쨌든 이탈리아의 이러한 행보를 기점으로 관계자자들은 미국 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겪고 있는 EU 국가들, 호주 등 남태평양 주변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변화를 정식 교과과정으로 채택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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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지속가능발전 교육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독일은 16개 주로 나뉘어져 있고 교육체계는 각 주에서 관장하고 있습니다. 주마다 고유한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기 대문에 학교 체계는 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각 주의 교육체제와 커리큘럼 사이에 큰 차이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위원회가 꾸려져 이곳에서 연방 기관과 주 기관이 함께 조정을 진행합니다. 특히 중요한 기관 중 하나가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간의 회의체인 “교육계획과 연구 촉진을 위한 연방-주 위원회(BLK)”인데요. BKL에는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연방 부처와 각 주가 똑같은 의결권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BKL에서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 바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입니다.
독일 연방 정부는 2년 마다 독일에서의 ESD 현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되는데요. 연방 정부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문화부와 환경부 차원에서 ESD를 강화시키고 ESD를 모든 방면에서 교육체계의 중심적 과제로 수립하려는 수많은 결의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2000년대 초부터 독일에서는 교육과정 전체가 환경을 생각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이루어져 왔다는 것이지요.
오래전부터 이 주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독일의 환경교육은 단순히 기후 변화의 위험성 등을 조망하는 것 뿐만이 아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가’는 고민 아래 발전해왔습니다. 이 교육에는 생태, 사회정의, 지속가능 경제가 서로 연관되어 다루어지고 있지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교육은 독일 국내에서나 국제적으로도 압도적인 교육 목표로 발전했고 광범위하게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특히나 BLK에서 진행한 BLK Program 21의 공헌이 컸는데요. 15개 주에서 200여개의 학교가 참여한 이 프로그램은 우선 학제간 학습 형태(interdisciplinary study)를 체계적으로 시험하였습니다. 이는 지속가능성의 문제 뿐 아니라 생태학적 문제가 더 이상 한 전문 분야에 의해서만 다루어질 수 없었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기후변화는 인공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기후 변동을 이해하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기후학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측면을 모두 함께 고려해야만하는 것입니다. 이 점을 학교 내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교수자들 사이에서 학과를 초월한 공동작업이 진행되어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학습 유형을 시도해야만 하지요.
BLK Program 21에서 두번째로 시도한 것은 참여적 학습의 새로운 형태였습니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모두가 함께 동참했을 대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자연 친화적인 관광사업을 위해 노력하려 하거나 지속가능성이라는 의미에서 독일 학교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지역 행정기관이나 지역 주민, 지역 기업이나 단체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이지요. 지역 결정 구조에 관한 정보나 중요한 지역 정보를 수집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면에서의 의사소통 능력을 배워야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마지막 세 번째로는 혁신적 구조(innovative Strukture)를 개발하고 실험했습니다. 여기에서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학생기업 (자연 친화적 관광사업, 보수사업)을 운영해 보았고, 교외 파트너로부터 협조를 꾀했으며, 특히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 하에 학교를 심사하는 것과 같은 수준 높은 기획을 시도했습니다. 지금이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많은 논의가 이루어져있고 뉴스기사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단어이지만 BLK Program 21이 시행되었던 2000년대 초반에는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시기였기 때문에, 이 진보적 교육의 성과는 여러가지로 파급력을 보여주었고, 지금 독일의 교육환경이 정착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엔에서는 2005년~2014년을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 10년”으로 선포하였고, 독일 유네스코 위원회는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연방, 주, 행정자치기관뿐 아니라 관련 경제기관이나 연구-교육 기관, 그리고 시민 사회 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지속가능성 학습을 위한 연합”에 함께 모여 유엔 프로젝트를 위한 활동계획을 개발하고 그 실현을 위한 프로그램과 조정체제를 개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러한 결과로 지금의 독일 교육 과정이 성립되었고, 이탈리아 처럼 기후 변화에 대한 별도의 의무 교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보다 발전된 방향으로서 교육 과정 전체에 환경 문제를 포함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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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2과정에 ‘기후변화교육’ 포함을 추진하는 미국
최근 6월, 미국의 뉴저지주가 K-12(유치원~고등학교에 이르는 미국의 정규 교육) 교과 과정에 기후 관련 교육을 싣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뉴저지 주의 필 머피 (Phil Murphy) 주지사와 그의 부인인 타미 머피(Tammy Murphy) 여사의 강력한 지지가 있었기에 이번 일이 가능했는데요. 타미 머피는 한 인터뷰에서 그레타 툰베리가 쏘아 올린 공에 대한 학생들의 엄청난 반응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은 이것을 갈망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뉴저지가 기후 변화 교육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교육 사항의 추가가 아니라, 세대 간 파트너십의 상징”이라고 설명했지요. “학생들이 미래의 녹색 경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녀의 비전은 과학 수업 뿐만 아니라 모든 학년과 과목의 표준에 기후 관련 주제를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즉, 학생들이 영어 수업에서 환경에 대한 에세이를 써보거나 혹은 사회 수업에서 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배우는 것이지요.
이렇게 지난 6월 3일 승인된 ‘뉴저지 학생 학습 표준’에 포함된 권장 사항은 뉴저지의 각 교육기관에 광범위하게 제공 되었는데요, 기후 변화에 대한 교육은 앞서 독일의 사례에서도 설명했듯이, 한 전문 분야에 의해서만 다루어질 수 없고 학과를 초월한 공동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고품질의 최신 교과 과정 자료를 찾기가 어려워 올바른 기후 변화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커리큘럼 개발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교육을 받지 않은 분야를 가르치게 된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는 하지요. 하지만 전 부대통령 Al Gore를 포함하여 대다수 시민들은 뉴저지가 미국 최초로 기후 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에 기뻐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내용을 포함한 뉴저지 주의 새로운 교육 과정은 2021/2020 학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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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일부 주에서는 모든 학교에 기후교육 교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지난해 5월 ‘환경을 위한 졸업유산법’을 만들어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1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는 것을 의무화하기도 했지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전 세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그레타 툰베리 등 기후 위기 시대를 직접 마주해야 할 미래세대의 강력한 요구를 바탕으로 한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움의 주체인 학생들 스스로가 기후 변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성토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에 따라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초적인 환경교육 조차도 제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사실 빠르게 해외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하여 단순한 환경교육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대로된 ‘기후 변화 교육’을 위한 실행 방안들을 정리할 때입니다. 지난 6월 18일 열린 ‘제 1회 생태전환교육 포럼’에 참여한 한 퇴직 교사는 “생태전환교육이라는 용어가 어렵게 느껴진다”며 “기존의 환경교육과 무엇이 다른지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그럴싸한 용어를 만들고 새로운 교육이라고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기후 위기 시대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를 보다 심도 깊게 고민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해 탐구하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필요가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