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은 나지만 고기가 아니다?! 먹거리의 미래
최근 롯데리아에서 국내 최초로 식물성 햄버거를 내놓았습니다. 이름은 ‘미라클 버거’라고 하는데요, 패티는 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시켜 고기의 식감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합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국내 외식업계에 윤리적 소비에 관심을 두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시장 트렌드를 반영하였다”며 “환경과 건강을 생각하는 다양한 식물성 대체 햄버거를 즐길 수 있도록 지속 확대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롯데리아가 최초이긴 하지만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식물고기’는 푸드테크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으로, 빌게이츠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등이 투자한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는 대체 고기 선두기업 ‘비욘드 미트’에서 이미 햄버거용 패티를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고, 버거킹에서는 <임파서블 푸드>와 협업하여 <임파서블 와퍼>를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버거킹, 맥도날드 등의 다른 패스트푸드점을 ‘업계’로 한정한다면 롯데리아가 최초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겠지만요.
이전 포스팅에서 소개했던 것과 같이, 2020 CES 에서도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에서 대체육을 선보였죠. (참조 : 2020 CES 결산 “세계는 지금”). 비욘드미트와 함께 미국 대체 고기 산업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임파서블 푸드의 현재 기업가치는 3조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바야흐로 ‘미래 먹거리’의 시대가 눈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지요. 오늘 주앰 인사이트에서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먹거리의 미래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것은 미래의 맛입니다
It was a taste of the future of Food.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 블로그 “Gate’s notes” 中
대체 고기가 주목받는 이유
출처 : Gate’s Notes
왜 대체육이 이렇듯 각광받는 산업이 된 것일까요? 고기 맛이 느끼고 싶으면 그냥 고기를 먹으면 되는데, 왜 ‘고기 맛이 나는’ 식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할까요?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건강 상의 이유나 개인의 신념 문제로 채식을 하는 이들을 위한 음식인 것도 있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대규모 축산업이 지구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대체육 산업이 주목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체 고기 산업의 미국 선두 기업인 비욘드 미트의 창시자 이선 브라운(Ethan Brown)은 열정적인 동물 보호가이자 연구원으로, 축산업이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에 문제 의식을 느꼈습니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가축들과 그 가축들이 생산하는 분뇨들은 연간 3억 2천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이 수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1%에 해당하죠. 또한 가축을 기르고 고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굉장한 양의 수자원이 사용될 뿐 아니라, 엄청난 양의 곡식 또한 소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지요. 그래서 그는 대체 고기 스타트업인 ‘비욘드 미트(Beyond meat)’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게이츠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비욘드 미트에 큰 돈을 투자했고, 푸드테크 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연유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환경에 대한 관심과 새로운 세대들의 가치관의 변화가 대체 고기 시장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공기에서 수확한 가루 식량을 밥과 고기 대신 먹는다?!
출처 : Solar Food 홈페이지
공기에서 생산하는 식량이 있다면 믿으 실 수 있을까요? 이게 무슨 맨 땅을 파면 돈나오는 소리인가 싶지만 핀란드 국립 연구소 출신 과학자들이 헬싱키에 설립한 스타트업 기업 ‘솔라푸드(Solar Food)’에서 공기와 물, 전기로 생산하는 식량을 개발했습니다. 이 식량의 이름은 솔레인(Solein)으로, 솔레인은 밭이 없어도 재배할 수 있는 식량입니다. 미생물을 배양해 얻는 식량이기 때문이죠. 이 미생물은 수소 거품, 이산화탄소, 영양소, 비타민을 먹고 자랍니다. 미생물 생장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는 공기에서 추출하고, 수소는 물에 전기를 공급해서 얻습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솔레인은 ‘공기에서 얻는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식품은 미세한 가루의 형태로 되어 있고 아무런 맛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솔레인의 전체 성분 중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이 약 65%를 차지합니다. 때문에 빵이나 파스타, 나아가 고기의 대체 식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솔레인을 개발한 솔라 푸드의 파시 바이니카 CEO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구를 기후 변화로부터 구하기 위해선 더 이상 농업으로 식량을 생산해선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 식품이 대량 생산될 경우 수백만 명이 이 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 식품 생산 비용은 1kg당 5~6달러로 매우 저렴하기까지하다고 말했습니다. 솔레인은 탄소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지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대체 식량이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스웨덴 농업과학대 미생물학부 교수는 “이 식품 생산을 위해선 미생물을 분해·변환하는 거대한 장치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때 많은 양의 콘크리트와 강철이 필요하기 때문에 추가 탄소 배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분명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3D 프린터로 ‘인쇄’한 닭다리
출처 : Biozoon 홈페이지
겉모습은 일반적인 닭고기 처럼 보이는 음식 조각, 실제로도 닭고기의 식감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닭다리 모양으로 생긴 이 고기엔 뼈가 없습니다. 식감은 백숙처럼 부드럽죠. 결정적으로, 이 음식은 3D 프린터로 ‘인쇄’한 음식입니다. 독일 브레머하펜에 있는 바이오준(Biozoon)이라는 푸드테크 기업은 음식을 조리하지 않고 ‘인쇄’하는 기업입니다. 오븐이나 팬 등 조리 도구부터 사람이 하는 세프 역할까지 모두 3D 프린터가 대신합니다. 원리는 일반 3D 프린터로 장난감이나 볼펜을 만드는 것과 동일합니다. 다만 인쇄 카트리지가 가루로된 식용이냐 아니냐의 차이만 있죠. 식용 카트리지를 담은 3D 프린터 노즐이 인쇄하듯 얇은 반죽을 층층이 쌓아 모양을 완성하면 음식이 만들어집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 피자, 스테이크, 파스타, 초밥 등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바이오준에서는 3D 프린팅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음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노인이 대상이고 달고기가 대표 상품. 이가 약한 노인을 위해 닭고기를 분말 형태로 만든 뒤 이를 물, 비타민 등 영양소와 배합해 걸쭉한 반죽형태로 만들고 3D 프린터와 틀을 이용해 얇게 인쇄해 오븐에 익히면 노인이 먹기에 충분히 부드러운 닭다리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3D 프린터로 인쇄하는 음식은 인쇄 속도 등 몇가지 제약 탓에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푸드테크 산업에 본격적으로 자본이 풀리며 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3D 음식 프린팅 시장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2023년까지 5억 2560만달러(약 6245억원)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3D 음식 프린팅 기술은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유엔세계식량계획에 따르면 매년 전 세게 생산 식량 40억톤 중 3분의 1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 달러(약 1183조원)에 이르는데요, 이러한 남거나 사용하지 않는 식재료를 3D 프린터 등 푸드테크 기술을 활용해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푸드테크기업 ‘Print2Taste’의 게르트 펑크 CEO는 “수많은 음식 재료를 인쇄 카트리지처럼 가루로 보관했다가 영양과 선호에 따라 요리 할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졌다”며 “조만간 3D 프린터가 전자레인지처럼 보급돼 전통적 주방 모습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식감의 측면에서 3D 프린터 음식은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특정 대상을 타겟으로 한 기능성 식품으로서는 충분히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단백질원으로 주목받는 곤충
출처 : 한국식용곤충연구소 홈페이지
식용 곤충 시장도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서울대에 의뢰한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곤충시작은 2011년 1680억원에서 2018년 2648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올해 예상 시장 규모는 2018년보다 1000억원쯤 커진 3616억원입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굼벵이로 불리는 ‘흰점박이꽂무지’ 애벌레를 비롯해 ‘갈색거저리’, ‘귀뚜라미’등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용곤충의 경우 2011년까지만 해도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앗지만 2018년 시장 규모가 43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국내 곤충시장이 열리면서 사육농가와 법인도 빠르게 증가해 2018년에는 2318곳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농촌진흥청은 지난 1월 16일 식용곤충의 하나로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탈지 분말)’을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꽂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및 쌍별귀뚜라미, 그리고 이번에 새로 인정받은 아메리카왕거저리 유충까지 현재 식용할 수 있는 곤충의 종류는 총 8가지 입니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곤충을 ‘작은 가축(little cattle)’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며 미래 식량자원으로서의 효용이 큰 음식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곤충 식품은 혐오스러운 생김새와 달리 맛도 우수합니다. 대표적인 곤충은 ‘고소애’로 알려진 갈색거저리. 갈색거저리는 새우와 같은 ‘고소한 맛’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곤충단백질에는 20가지 아미노산이 골고루 들어 있는데 이들 아미노산 중 고소한 맛을 내는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의학적인 효능도 밝혀졌는데요, 농진청은 갈색거저리에서 추출한 물질을 분석한 결과 간암 세포 활성을 억제하고 항치매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농진청이 2019년 세브란스 병원과 진행한 임상실험에서는 갈색거저리를 지속적으로 섭취한 암수술 환자들의 면역력이 평균 16.9%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 발빠른 일부 곤충농가에서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스포츠센터를 통해 운동 후 이용하는 식음료 재료로 갈색거저리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곤충 식품이 미래 식량으로서 적합한 이유는 가축이나 물고기 사료 원료로 경제성이 우수하고 친환경적이라는 점입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2013년부터 10년동안 진행한 세계 식용·사료곤충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보면 1kg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소는 10kg의 사료를 먹어야 하지만 곤충은 1.7kg의 사료만 먹어도 될 정도로 생산성이 우수합니다. 거기에 더해 온실가스 배출량과 물사용량을 비교해보면 각각 2850:1과 1500:1일 정도로 친환경적이지요. 세계 경작지의 33%가 가축 사료용 작물 생산에 이용되고, 사료용 작물 경작지 확대를 위해 매년 브라질 아마존과 같은 크기의 산림이 파괴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래 식량으로서의 가치가 여실히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 가장 주목받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디보션푸드’
출처 : 디보션푸드 홈페이지
앞서는 비욘드 미트, 바이오준 등 해외의 푸드테크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해드렸는데요, 국내에서도 이러한 미래 먹거리 시장의 성장 추세에 따라 대체육을 개발하는 새로운 푸드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디보션 푸드입니다. 디보션푸드를 처음 만든 박형수 대표는 원래 셰프였다고 합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요리를 하던 시기, 조류독감과 같은 축산물로 인한 전염병과 환경오염에 대한 고민이 식물성 고기 개발로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7년 10월부터 시작된 연구개발이 완료되고 2018년 10월 초기 투자를 열자마자 한 달 만에 50군데 이상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디보션푸드가 만든 식물성 고기의 차별점은 한식 요리에 적합하도록 습식에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햄버거 패티처럼 굽는 요리가 많은 서양과 달리 한식은 끓이고 삶는 요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앞서도 소개했던 미국의 대체육 분야 선두주자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의 제품은 물에 약하다는 단점을 안고 있습니다. 디보션푸드는 이러한 단점을 개선해 한식에 맞는 습식에 강한 신소재를 개발해 대체육을 만들었습니다. 영양 측면에서도 화학첨가물을 최대한 배제하고 천연첨가물을 사용, 소고기보다 낮은 칼로리 대비 높은 단백질에 0% 콜레스테롤이라는 영양 성분으로 제품의 차별성을 입증했습니다. 현재 디보션푸드는 프랜차이즈 업체 두 곳과 계약을 맺고 레스토랑 공급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아직 디보션푸드는 자체 공장이 없이 연구실에서 고기를 소량으로 생산하고 있는데요, 식물성 고기 kg당 생산 단가는 2000원 수준으로 상용화 하기엔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장기적으로 kg당 가격을 600원 대까지 낮추고 지금의 B2B 사업을 넘어 개인 고객을 겨냥한 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동네 마트에서 편리하게 실제 소고기와 흡사한 퀄리티의 식물 고기를 먹게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비욘드 미트의 상품을 동원F&B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있지만 고기의 식감이나 가격적 측면에서 아직은 접근성이 낮으니 말이죠.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전 세계 인구 증가량에 따른 식량난이 예견되면서 푸드테크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품 산업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축산업이 환경파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점차 널리 알려지고 있고,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환경오염을 막고자 하는 이유로 식습관의 변화를 생각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지요. 식물성 고기가 실제 고기를 완벽하게 대체하기는 분명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맛’의 문제가 가장 크지요. 그리고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등 각각의 고기들이 가진 특징들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는 반드시 고려되어야할 문제입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가 가능한 대체육은 대부분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제품들이지만, 기술이 더 발달된다면 식물성 단백질이 아닌 배양육을 통해 진짜 고기의 식감에 비슷한 대체육들도 시중에 판매가 될 수도 있겠지요. 환경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미래 먹거리들의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