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앰배서더] “예약도 지켜야 할 약속입니다”, 세계의 노 쇼(No Show) 방지법
지난해 한 유명 쉐프가 SNS 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유명 쉐프는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린 글에서 ‘노쇼(No-Show)’로 인한 식당의 피해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여기서 노쇼(No-Show)란, 다른말로 예약부도라고도 하며 특정 서비스를 예약했지만 취소한다는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 사진출처 : Clem Onojeghuo on Unsplash
노쇼(No-Show)가 유발하는 사회적 손실
여러분도 어느 식당을 방문했을 때, “오늘은 단체 예약 고객 때문에 손님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마주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단체 예약 고객으로 인해 여러분은 그날 레스토랑을 방문할 기회를 상실한 겁니다. 하지만 결국 그 단체 예약 고객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떨까요? 레스토랑은 레스토랑대로 많은 손해를 떠안게 되었을 것이고, 동시에 그 단체 예약 고객 때문에 그 레스토랑을 가고자 했던 사람들도 레스토랑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회적 손실까지 초래하게 됩니다. 2016년 현대경제연구원이 주요 5대 서비스 업종을 대상으로 노쇼로 인한 매출 손실을 공동 조사한 결과 연간 4조 5천억 원의 손실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노쇼(No-Show)는 단순히 사업자들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타인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 그것이 바로 노쇼의 계산되지 않은 문제점이지요.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기념일에는 유명 레스토랑 등의 예약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데 이런 날에 2~3군데의 장소에 예약을 잡고 그 중 하나를 골라서 가는 행위를 자랑삼아 SNS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니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동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쇼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또다른 영역은 병원입니다. 지난 5월 세브란스 병원에서 해당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암환자를 대상으로 노쇼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해외저널에 게재됐는데요. 암환자 25명 중 1명꼴로 노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한 경우 수술을 예약해놓고 노쇼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다른 환자들이 보다 일찍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로 이어지기까지도 한다고 합니다.
노쇼 방지를 위해 국가도 나섰다
노쇼족으로 인한 피해는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손해일까요?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약 부도’ 행위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소비자분쟁 해결기준’ 개정안을 시행했습니다. 식당을 예약할 때 미리 예약금을 내도록 권장하고, 예약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는다면 예약금을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도록 한 개정안입니다.
7월부터 환경부는 야영장 등 국립공원 시설 이용을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족에게 최대 3개월간 공원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합니다. 예약부도율을 낮춰 다른 사람들의 시설 이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입니다.
▲ 사진출처 : Freepik
4진 아웃 시행하는 미국, 식당끼리 ‘노쇼 블랙리스트’ 공유하는 호주와 일본
노쇼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 우리나라만이 아닙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에서도 노쇼 방지를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고객이 예약을 하고 나타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4년부터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가 이름과 카드번호만으로도 결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고, 미국 식당들이 이 시스템을 도입해 예약금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예약 부도가 대폭 줄었던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노쇼족에 대응하기 위해 IT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캐나다 등의 식당 예약 앱 ‘오픈테이블(Open Table)’은 무단으로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에게 30~200달러의 위약금을 청구하고, 4회 이상 노쇼가 누적되면 더 이상 예약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사진아웃제를 시행합니다. 약속을 까먹지 않도록 예약일 전날 확인 이메일도 전송합니다. 이런 엄격한 관리 결과 이 앱의 예약부도율은 4%에 불과합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평소 예약을 받지 않는 일류 식당들도 오픈테이블에만 예약을 허용하는 등 더 많은 식당을 가입시켜 손님들에게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호주의 식당들은 온라인 예약사이트를 블랙리스트 공유용으로도 활용합니다. 호주 온라인 예약사이트 ‘디미(Dimmi)’의 식당들은 2016년 노쇼 고객 3만8000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고객은 1년간 해당 음식점에 다시 예약할 수 없도록 식당에서 고객을 차단했습니다. 일본에서도 노쇼 고객들의 리스트를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 사진출처 : Bernard Hermant on Unsplash
예약은 지켜야 할 약속, 소비는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는 인식 필요
한국의 서비스업 예약부도율은 15%정도로 4~5%에 불과한 북미나 유럽보다 서너 배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취소수수료가 있는 영화나 공연 외에는 예약 자체가 최근 모바일의 보편화와 함께 자리잡기 시작한 과도기이기 때문입니다. 한 문화평론가는 ‘우리나라는 아직 밥을 안 먹었는데 왜 돈을 내라고 하냐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예약금을 받는다고 하면 예약 안 하겠다는 손님도 많은데 예약취소금까지 요구하는 건 먼 이야기라는 겁니다.
주니어 앰배서더 여러분도 친구들 모임에 어떤 친구가 연락없이 안 나타났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그때 느꼈던 섭섭한 마음을 생각해보세요. 예약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문제입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아니라 ‘예약은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생각이 사회에 자리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소비 역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행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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